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6-01-27 12:14

ㆍIP: 118.xxx.100

대전과의 인연,

지나다 옷깃만 스쳐도 억겁의 인연의 결과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우연이라고 무심코 넘기는 일상도 깊이 따져보면 인과(因果)가 있지 않을까,
소운은 종교가 없으니, 불교에서 말하는 전생에 대해 그저 살아있을 때 잘하라는 좋은
말씀 정도로 이해하고 있지만, 혹시 하는 생각이 들 때도 긴혹 있다.

어떤 장소에 갔을 때, 분명 처음 간 곳이지만 왠지 낯설지 않고 정겨운 느낌이 든다거나
처음 본 사람임에도 정겨운 호감이 가는 사람을 만나면, 전생에 나와 가까웠던 인연이라도 있었나
하는 생각을 가져 보게 된다. 아무런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을 만난 경우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고,
-저 친구 전생에 나와 안 좋은 인연이었나? 왜 이유 없이 싫은 거지,-

대한 문인협회가 대전에 있다 보니 행사와 관련해서 자주 대전을 찾게 된다.
나이가 들고부터는 내가 사는 곳이나 가족이 있는 곳 외에는 거의 갈 일이 없이 지내게 되고
대전 나들이도 내게는 의미가 깊은 행사이기도 하다. 특히 대전은 젊은 시절 업무와 관련해서
자주 찾던 곳이기도 하다. 문협 행사장을 가다 보면 지나는 길에 인연이 깊은 일터가 있어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바라보게 된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대전 엑스포는 국가적 큰 행사였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올림픽보다도 더 크고 뜻깊은 행사가 엑스포이고 평생에 자신이 사는 나라에서
엑스포가 열린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까지 한다. (공식 엑스포에 한해서이다)
그런 뜻깊은 행사인 대전 엑스포 5대 주제관에 속하는 -전기 에너지관- 을 설계하고, 전시물에 대한
설치 전반을 지휘한 사업책임자가 소운이었다는 사실을 언제나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문협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지나는 길에 자리한 전기 에너지 관을 보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전기 에너지 관의 설계는 애초 힌국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설계회사에 주어졌지만,
중간에 설계비를 증액하려는 파업 때문에, 급한 김에 기본 설계를 소운이 직접 해서 임시방편으로
올린 것이 그대로 건설로 이어졌다. 수력 발전소와 화력 발전소, 원자력 발전소의 형태를 외관에
접목한 것이 지금의 전기 에너지 관의 형태이다. (상세 설계 과정에서 일부 수정이 가해졌다)

당초에 안을 낼 때는 엑스포 기간에는 임시 건물을 크게 지어서 활용하고, 엑스포 기간이 끝나면
임시 건물은 철거하고 상설 전시관 기능은 축소된 영구 건물로 운영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드려 지지 않아 전체를 영구건물로 지었고, 운영하는데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행사 때마다 지나며 본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또 하나 대전과의 인연은 대덕 연구단지에 있는 원자력 연구원 건설과 관계가 있다.
원자력 연구원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원자력 연구소가 새 건물을 지어 이전한 것이다.
서울 원자력 연구소 시절, 소운은 이곳에서 4년여를 같이 근무했고, 대덕에 새 연구원을
지을 당시, 특수건물 감리 업무를 맡아 수시로 대덕을 드나들었다. 엑스포를 유치하며 기반 시설을
많이 정비했지만, 당시의 대전 인근은 아주 열악한 환경이었다.
연구단지 복지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기반 조사 업무를 맡아 수행하기도 하였기에 연구원들의
열악한 복지 환경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의 대전은 당시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돌이켜 보면 다 꿈만 같다. 대전과의 인연은 젊고 패기 있던 시절의 일들이라 더욱 감회가 깊다.

서두에 꺼낸 인연은 다 이런 일들이 우연일까 싶어서이다.
소운은 고향도 없다. 아니 고향이라 할 만한 추억이 담긴 곳이 없다는 뜻이다.
젊은 시절 열정을 갖고 일하던 추억과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현장 대전,
이제 시인으로 문인으로 새길을 가고 있고, 그 터전이 또 대전이라니, 소운이 종교는 없지만
대전은 전생에서 좋은 업을 쌓은 곳인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좋은 업이라 생각하고 좋은 글을 쓰도록 분발해야지
하는 다짐을 스스로 에게 하며, 대전과의 인연을 떠올려 보았다.

* 소운은 종교가 없습니다.
글에 사용된 언어는 특정 종교의 교리와는 무관한 문학적 표현입니다.
업(業)이라는 단어도 선행(善行)이라고 해석 하시면 오해가 없으시겠지요,

백낙은 2016-01-27 16:06	소운 선생님. 대전과의 인연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엑스포 전기 에너지관을 설계하고, 전시물에 대한 설치 전반을 지휘한 사업책임자가 소운이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영광이고 말고요. 소운 님을 볼 때마다 지금까지 들어난 것 보다 뒤에 남겨진 보화가 더 많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습니다만 그야말로 무진장이시네요. 그 때 한 번 보기는 했습니다만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소운님. 종교를 믿는 것은 자유인데 행여 가지셨다 해도 나무랄 사람 아무도 없답니다. 다만 연세가 드실 수록 의지할 데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 뿐입니다. 저도 어쩌다 대전과의 인연이 생겨 옛날 연애할 때 들렸던 생각을 해 보곤 한답니다. 소운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면서 추위에 건안하심을 기원드립니다.

김경렬 2016-01-27 22:14	저도 15년전 대전에 일년동안 모처에 금요일마다 교육을 다닌적이 있어요. 대전 IC에서 교육장소까지만 왔다 갔다해서, 지리를 몰라 문협 행사장 가는것도 어리어리 했어요. 작가님도 대전에 직장일로 머물으셨네요. 엑스포 기념관에 생각없이 드나들어 죄송합니다. 다음번에 들리면 자세히 좀 봐야 겠습니다. 역사에 훌륭하신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감사히 배독하고 갑니다. 건안하시기 빌면서~~~

박목철 2016-01-28 08:24	《Re》백낙은 님 , 대덕에 연구단지가 생기고 원자력 연구원이 들어설 때만 해도 황무지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때는 유성에서 택시를 타고 연구원을 가는 방법이 유일한 교통 수단이었지요, 5천 원 정액제 였습니다. 미리 확인을 깜박하고 타면 돈을 더 달라고 운전수도 있었습니다. -에이 여보시요, 무슨 오천 원이지- 면박을 주면 두말 없이 돈을 받는것을 보고, 충청도 사람들이 착하긴 하구나 생각했습니다. 문협 덕에 젊은시절 흔적이 남아있는 대전을 오가게 되니 감개 무량합니다. 잊지않고 찾아주시고 좋은 말씀 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종교가 없다고 밝힌 점은 여러번 오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상외로 문인님들이 너그럽지 못했습니다. 왜 불교 용어를 쓰냐? 등 입니다. 포교 목적이 아니라, 문학적 용어임을 이해해 주십사 하는 해명입니다.

박목철 2016-01-28 08:36	《Re》김경렬 님 , 젊은 시절 아주 좋은 경험을 쌓은 셈입니다. 엑스포는 경험들이 없어 미국 플로리다 까지 가서 견학을 하며 감을 잡았습니다. 10년이나 더 지난 후에 여수에서 엑스포가 열린다기에 얼마나 발전했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찾았지만, 실망 했습니다. 관객 동선이 얽혀 있어 혼잡한 것을 보고 기본을 놓쳤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쉬운것은 처음 건의 처럼 임시건물로 엑스포를 치루고 축소된 영구 전시시설을 운영했더라면, 관객도 별로 없는데, 수십 명이 상주해야 하니 운영이 어렵다는 소식을 그 후에 들었습니다. 지금은 개관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날씨가 조금 풀리긴 했습니다. 그래도 건강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정찬열 2016-01-28 22:35	소운 작가님 !"대전과의 인연" 에서 깜짝놀란 사실을 알게 되어 더욱 반갑습니다. 몇십년전 너도나도 대전 엑스포 구경은 흥행 관광의 한편이였지요 더욱이전기 에너지 관의 설계를 손수 접하신 작품이라니 엔지니어를 현업으로 몇십년째 하고 있는 한사람으로 더욱 정감이 깊어집니다. 물론그때 전기 에너지관도 관심 깊게 보았었지요 작가님의 높은 역량에 박수를 보내며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몇일남은 정월 멋진 마무리도 행복하세요 ^^

박목철 2016-01-29 17:12	《Re》정찬열 님 , 같은 업종에 계시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하는 일 없이 백수이긴 하지만, 반갑습니다. 모든 분들이 저를 스포츠 맨이라고 알고 계시더군요, 운동을 좋아하고, 또 운동신경이 발달하지 않아 마음먹고 운동을 하긴 했습니다. 소질이 없으니, 노력한 것에 비해 얻은게 미미합니다. 이것 저것, 문학도 그 중 하나이지만 이 또한 잔챙이로 끝나겠지요, 재주는 남만 못해도 노력은 했다는 만족을 얻으려 합니다. 정찬열 작가님, 해병대 출신이라고 공시인께서 그러더군요, 한결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이제 겨울도 막바지 인듯 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포장마차,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