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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박목철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6-02-14 13:58
ㆍIP: 118.xxx.100
물안개,


서울과 양평을 오가려면 한강기슭을 따라 멋진 강변도로를 따라서 달리게 된다.
흔히 양수리로 불리는 지명은, 우리의 멋진 말 두물머리의 한문 투의 멋없는 意譯 語인데,
양수리까지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따로 흐르다가 두물이 만난다는 지점이 소위 두물(兩水) 머리(頭이다.

사람은 익숙해 지면, 무감각해지는 버릇이 있다.
힘들고 나쁜 환경도 처음에는 힘들다가도 익숙해지면 그다지 힘들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듯,
좋은 풍경도 처음에는 와 멋있다! 감탄하다가도 자주 대하면 무덤덤해지게 마련이다.
이런 적응이라는 과정은 인류가 살아남는데 필수적인 요소였을 것이고 이런 적응이라는 과정이 없다면
가난한 아프리카나 동남아의 주민들, 독재에 시달리는 국가의 국민은 삶이 어려웠을 것이다.

소운은 양평에 또 하나의 둥지를 틀어, 일주일에 두 번은 양평과 서울을 오가게 된다.
처음 얼마간은 강변을 따라 잘 닦아놓은 도로를 달리면서 주변의 멋진 풍광에 감탄하곤 했지만,
반복되다 보니 무심코 지나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강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저번 추위에는 강이 얼던가? 하는 것조차 아리송해 강을 일부러 바라보기까지 했다.
(옛날에는 겨울이면 어김없이 강이 얼어붙었지만, 근래에는 강이 얼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강은 건너편까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입춘을 지나고서는 추위가 언제 있었나 싶게 따뜻하다.
얼음은 녹았을까? 양평을 가는 길에 얼어 붙었던 강변이 생각나서 문득 바라본 강은 물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어 신비롭기까지 했지만 얼음이 녹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머뭇거리기도 그렇고 그냥 한참을 더 달리다, 샛강 옆 공터에 차를 세우고 조그만
나루터가 보이기에 내려가 보기로 했다.
갈대가 안갯속에 흐릿하게 보이는 샛강의 풍경은 옛 동양화 그림을 보는 듯 신비롭기까지 했다.
나 말고도 차가 여럿 보였고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 분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 야, 정말 멋있다" 그렇다 정말 멋 있었다.

안개가 끼면 모두가 낯설게 보인다.
늘 보든 풍경이고 늘 다니든 길이지만, 안갯속에 흐릿하게 드러난 풍광은 정겹고도 낯선 풍광이게 마련이다.
낯설다 함은 생소함을 동반하지만, 안개 속의 낯섦음은 정겨운 낯섦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눈과 렌즈의 차이를 실감했다.
안갯속에 들어난 정겨운 풍광을 사진이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핸드드폰으로 찍은 사진, 안개는 담아냈지만, 정겨운 느낌을 사진에선 느낄 수 없었다.
물안개, 결국은 가슴에만 흔적으로 담아야 한단 말인가?

물안개,     소운/박목철

웅크린 강변에
입춘이 입김을 불었다
겨울은
갈대 뿌리에 성긴 얼음 되어
미련으로 남고,
봄은
수줍다고
물안개 뒤에 몸을 숨겼다.
두물머리
겨울도 봄도 흐릿한 꿈속에 있었다.

* 소운은 수필에 꼭 사진을 올리는데, 반쪽짜리 느낌입니다.
이름아이콘 백낙은
2016-02-14 15:05
회원사진 		소운 작가님.
오래 전에 양수리에서 4-5일간 머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강변을 거닐던 생각이 납니다.
두물머리라는 멋진 이름이 있는데 왜 양수리로 고쳤는지 아쉽기만 합니다.
"봄은 / 수줍다고 / 물안개 뒤에 몸을 숨겼다." 라는 표현이 시인님의 시적 감각을 보여 주네요.
사진을 못 봐서 아쉽습니다. 힐링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름아이콘 김경렬
2016-02-14 18:11
 10여년전 까지는 자주 갔던 곳이므로
잠시 추억에 잠기는 즐거움을  안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갈대도 아름다웠지요. 가끔씩 은색 잉어도 튀어 올랐지요.
감사합니다.
서울을 오가시느라 고생 하십니다.
건강 하시고 늘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6-02-15 16:20
회원사진 		소운 작가님
저도 한두세번 그곳을 지났는데
더없는 절경에 취한바 있습니다.
작가님 말씀 따라 이런 물안개 전경은
사진으로 함께 했으면 장관이라 생각해 봅니다.

소운 작가님에 "믈안개" 좋은 글 배람잘 했습니다.
늘 건안 하시고 축복받는 나날이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이름아이콘 이순향
2016-02-19 10:35
회원사진 		저 역시 양평엘 시간이 날 때마다 가는 주말주택이 있습니다..
양수리는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안개가 자욱할 때도..연곷이 한바탕 필 때에도..멋집니다..
좋은 경치 벗삼으셔서 좋은 작품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이름아이콘 박목철
2016-02-21 11:29
회원사진 		《Re》백낙은 님 ,
백낙은 작가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두물머리라는 멋진 이름을 두고 왜 양수리로 불리우는지,
전국적으로 이런 사례가 많습니다. 우리말 찾아쓰기가 있어야 겠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니 바쁘시겠습니다. 어린 양들에게 좋은 꼴 많이 먹이십시요,
   
이름아이콘 박목철
2016-02-21 11:32
회원사진 		《Re》김경렬 님 ,
연배가 비슷해야 공감하는 부분이 많지요,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공감대,
양수리 갈대는 멋 있습니다. 특히 샛강 주변에는
멋진 갈대밭이 펼쳐 있어서 환상입니다
퍙인힌 휴일 되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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