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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박재도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박재도
ㆍ작성일 2020-06-29 17:30
ㆍIP: 113.xxx.126
씨 없는 감, 씨 없는 수박을 좋아하는 세상

간밤의 꿈에 얼마나 굴렀던지 널찍한 침대가 난장판이다. 우기도 아닌데 며칠 눅눅해진 기분 탓일까, 창을 열어 젖히니 바깥 세상은 가을 하늘처럼 티 하나 없이 맑아 여행하기 참 좋은 날이다. 4월 27일 오후, 예정되어 있던 평소에 꼭 가고 싶었던 그곳을 가려고 이것저것들을 챙기다, 묘한 생각에 벽에 걸린 수채화를 본다.

이틀만 지나고 나면 그날인데, 꼭 내가 이곳 45년 전 그날에 패망하는 자유를 버리고 마지막 탈출하는 헬기에 몸을 싣는 것 같은 스산한 생각에 자동차 헨들을 잡아 모든 것이 멈추어진 나만의 공간 속으로 달린다.

이 나라 땅 끝 마을 무이 까마우로 가는 중이다 (우리나라 해남 땅 끝 마을 같은 곳)
얼마를 달렸을까, 시간을 보니 집 떠난 지 10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곳은 우리나라와 같이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고, 또 연후기간이라 이동하는 차량과 오토바이들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너무나 먼 길이라, 가는 중간 거치는 복잡한 도시도, 한적한 시골 장터,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농촌 시골길로 달리다, 농부들이 밭에 갓 딴 수박에 가던 발길 멈추고 수박 한 통을 샀다. 우리나라처럼 둥근 수박이 아니라 기다란 참외 모양으로 생긴 수박에는 많은 씨가 있었다. 수박 밭에 앉아 수박씨의 옛 추억에 잠겼다. 내 어린 시절 수박 밭에서 아버지가 상품이 되지 못할 수박 한 통을 건네주면, 형제들이 모여 먹으며, 씨를 씹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바닥에 내뱉었다. 그러면서 입 주변이 수박 범벅이 되든 그 시절을 잠시 생각한다. 형제들은 입안에 모인 수박씨를 누가 멀리 뱉어 보내냐며, 장난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물론 입안의 씨가 성가시기 때문에 그 순간을 모면할 발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순수한 자연의 발상을 잊고 살기 때문에 사람들은 씨 없는 감, 씨 없는 수박을 좋아한다. 먹기 편하기 때문에 지금같이 물질문명이 범람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이것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찬 편리함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런 편리한 물질 문명의 범람 속에 지구는 병들어 가는 지 오래다. 그래도 우리는 그것을 외면한 채 선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추억의 발상보다 그냥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의 물질문명이 우리를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 옛날 반딧불 나르며, 하얀 연기 매콤한 목 횃불의 원두막에서 발갛게 잘 익은 수박 한 통 갈라 먹든 시절이 그립다.

그리운 수박밭을 떠나 얼마를 달렸을까. 한참을 가니 끝없는 맹그로브 숲이 이어진다. 집도 절도 없는 맹그로브 숲 사이를 약 2시간 달린 것 같다. 생존한 지구의 마지막 허파라 하는 맹그로브 나무 숲 물론 브라질 아마존이라 하겠나 마는, 그래도 일부분 지구의 산소를, 산소 공장 인양 바닷물에 뿌리를 담근 채 생명을 이어가며 우리가 꼭 필요로 하는 산소를 생산하는 맹그로브 숲 속에서 잠시 떨구었던 고개를 덜어 하늘을 보았다.

아! 이런 옥빛 하늘을 보았는가? 나도 처음 보는 하늘이라 금방이라도 천사가 내려올 것 같았다. 그러므로 나는 생각한다. 과연 우리가 지금 이 지구에 살며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한그루의 나무도 우리를 위해 저 푸른 하늘을 만들어주고 있는데, 우리는.............

올해는 세계가 고온으로 수많은 기후변화가 올 것이란 것을 이미 과학자들이 예견한 바 있다. 왜 우리나라 유월의 기온도 벌써 36도를 넘지 않았는가, 이런데도 나는 범람하는 물질문명만을 기대하고 있는 사악한 생각을 벗지 못하는 순간 목적지에 도착했다. 타국의 땅끝 (베트남 무이 까마우) 막상 도착하니 그냥 바다와 육지가 있고, 그곳에 인간이 세워놓은 기념비와 탑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오늘이 이나라 최대 국경일인 전승기념일이라 많은 관광객들이 붐빌 뿐이다.

허전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 2박 3일 동안 운전으로 쌓인 피로도 풀 겸, 호찌민시 시설 좋은 모 호텔에서 마지막 1박을 하며, 향기 그윽한 커피와 전망 좋은 빠에서 부드러운 와인 한잔에 남국의 요리가 주는 감미로운 맛과 향의 황홀함에, 지금까지 뇌까린 생각들은 사라지고, 편리한 물질문명에 취해, 내가 씨 없는 감, 씨 없는 수박을 더 즐기고 있음을 깨달았다.



* 이국땅에서 *
이름아이콘 정대수
2020-06-30 17:03
회원사진 		박재도 작가님 안녕하세요.
자연은 말이 없지만 참 대단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얼마전에 티브이를 보니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이상기온과 생태계에 대해서 보여주는데 정말 심각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은 현장에서 보셨으니 더욱 피부에 와 닿으리라 생각이 되네요.
자연을 보호하고 지구를 지키자는 구호를 아무리 해도 입으로만 떠들지 우리 몸은 이미 편리함의 현대문화에 익숙해져 있지요.
우리주변의 가까운 산이나 야외로 나가봐도 바로 알수 있지요.
이제부터라도 좀 각성을 하면 좋을텐데...
코로나19가 극성입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좋은 일이 많은 7월 되시기 바랍니다.^^
박재도 정대수 작님의 방문에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작가님!
그렇게 생각을 해도, 가만히 들려다 보니, 나 자신도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직 부족한 글 방문에 다시 감사합니다.		 7/1 10:39
   
이름아이콘 전병일
2020-06-30 22:55
회원사진 		박재도 작가님 안녕하세요
멀리 해외에서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숲은 인류의 공동자산 입니다
그러나 그 울창한 밀림도 점점 살아져 가고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지구촌 기온도 상승하고 이상기온에 생태계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변이로 만들어낸 씨없는 과일 예전처럼 씨를 발라먹던  
추억은 다시 오지 않을것 같습니다
코로나19의 재 유행 건강관리 잘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박재도 오랜만입니다. 전 작가님!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작가님 건강하시죠?
이곳도 역시 어려운 건 마찬가지 입니다만
그래도 이국땅이라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작가님도 건강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7/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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