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 평균
ㆍ작성일	2008-06-14 20:02

ㆍIP:

깻잎
초여름으로 들어선 날씨가
요즘은 30도 안팎으로 오르내리며 인간의 인내를 강요하고 있다.

이제 이 초여름 더위를 보름 여 참아내고 나면
곧이어 장마철이 시작될 것이고
뒤이어 너도 나도 산과 계곡을 찾아 더위를 식히거나
나라 곳곳의 바닷가를 찾아 달궈진 몸을 시원한 물에 담가
체온을 관리할 여름 피서철이다.

이때쯤이면 피서길에 준비하는 여러 가지 먹거리 중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단연 삼겹살이니
적어도 몇 일 일정 중에 한두 끼는 빼놓지 않고 즐길 것이다.

나도 해를 거르지 않고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즐기며
아이스박스 안에 삼겹살을 빼 놓지 않고 챙기곤 하는데
그 중에 특히 생각나는 여름 피서길 삼겹살은
아이들이 한참 어릴 때 가족들과 전북 부안의 변산 해수욕장의
널따란 백사장에서 서쪽 하늘을 곱게 물들이던
하루 해의 흔적을 바라보며 구워먹던 것이
지금껏 먹어본 삼겹살 중 가장 맛있던 걸로 기억을 한다.

그런데
그 삼겹살을 맛있게 먹기 위해 같이 준비해야 되는
여러 가지 부가 재료중에 단연 쌈 채소를 빼 놓을 수 없는데,
상추와 더불어 쌈의 대명사가 깻잎이다.

동남아시아로 원산지를 추정하는 들깻잎은
독특한 향으로 육류나 생선의 안 좋은 냄새를 제거해 주기 때문에
우리네 요리의 대다수에 두루 사용하는데
깻잎에는 철분이 시금치의 두 배 가까이 함유 되어 있으며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식욕부진이나 위장장애,
특히 암과 각종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재래시장이나 백화점, 할인마트의 채소 코너에 가면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우리에게 가깝고 그 흔한 깻잎은
알고 보니 동아시아 중에도 한국과 중국에서만 재배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재배하지 않는다고 한다.

요즈음 세계적으로 유행되고
한국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는 식물 허브를 사전에서 찾아 보니
‘예로부터 약이나 향료로 써 온 식물이라는 설명이나,
또는 향초 향기 있는 유용한 자생 식물의 총칭으로 향료나 염료,
약용, 요리, 음료로서 그 용도가 넓다’ 고 설명하고 있으니
이 깻잎이야 말로 한국과 중국에서만 즐기는
유일한 허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깻잎은 술로도 담가 먹는다고 하는데
나는 여러 가지 꽃술을 담가 먹어 봤지만
아직 까지 깻잎주는 담아 본 적 없으나 탈모, 불임증을 방지하며
성인병중에도 특히 당뇨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싱싱한 깻잎을 골라 잘 씻고 그늘에 말린 다음
깻잎과 소주를 적당히 넣고 부어 담아 잘 밀봉했다가
2개월 후에 채로 걸러내면 엷은 호박색 술이 된다는 깻잎주는
독특한 향기에 맛이 부드러워 마시기 좋다고 한다.

이 들깻잎의 대명사인 깻잎은
자주 잎을 따 주고 웃자라지 않게 관리를 해 줘야 하는데
어느 해인가 봄에는 강원도 강촌에 마련된 작은 밭에다
고추를 이랑마다 심고, 한 달에 한번 정도 갈 때 마다
뜯어서 고기를 싸먹으려고 한 이랑에 들깨를 심었었는데
잘 관리를 하다 갑자기 지방 출장으로 적기에 관리를 못해주고
달포가 지난 8월 초순에 밭에 가 보았더니
고추줄기들은 억세게 달려드는 잡초들 사이로
그래도 빠알간 고추들을 윤기 자르르 나게 익히고 있었는데
들깨들은 너무 웃자란 상태에서 거센 바람을 맞았는지
길지 않은 허연 뿌리를 허공에 들어 올리고 파르르 떨며
커다란 거구를 모두 땅에 누인 채 생을 마감해 있었다.

할 수 없이 주변의 밭에서 그날 먹을 만큼의 깻잎을 얻었지만
그 후로는 들깨 심기를 포기 했다.

깻잎은 줄기가 옅은 초록색이고 솜털 같은 잔가시가 있는 게
가장 싱싱하고 맛이 있다고 한다.

80년대 초의 어느 해, 오늘 같이 더운 초여름에
나는 4명의 친구들과 경기도 북부인 연천군 초성리의
맑은 개울가로 투망그물을 준비하여 천렵을 간 적이 있었다.

꽤 투망질을 잘하는 두 친구가 있어서
개울물에서 피라미, 불거지, 퉁가리, 모래무지등
잡고기를 꽤 잡았고, 나는 투망질을 못하였으므로
그 당시 낚시를 갈 때면 필수적으로 가지고 다니던
물고기 담는 대나무 망태기를 어깨에 매고 따라 다니다
잡은 물고기를 퍼 담고, 제법 많은 포획을 하고 난 후
두어 시간 투망질 사사를 받기도 하였었다.

새벽같이 서울의 성북역에서 경원선 열차를 타고 와서
몇 시간을 그렇게 개울물을 헤집으며 물고기를 잡다 보니
어느새 어깨위로 올라선 여름해가 쟁쟁한 팔뚝으로
사정없이 뜨거운 불화살을 쏘아대는 정오 어림이 되었다.

매운탕감도 적당히 잡고 날도 뜨거워
우리는 천렵을 끝내고 일행 중 한 친구의 친척이
휴가철 여름장사를 하고 있는 한탄강유원지를 가기 위해
초성리 개울가를 뒤로 하고 미루나무가 멀대 같이 키만 커서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양 옆으로 나라비서있는
비포장 시골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변의 경치가 수려하고 모래가 유난히 고운 그 곳 유원지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잡은 물고기로 끓인 매운탕에 소주한잔하고
물놀이를 즐기기로 우리의 일정이 예정돼 있었다.

그렇게 한탄강을 향해 10여분 걷다 보니
길 옆 멀지 않은 곳에 보기만해도 고소한 깻잎을 팔랑팔랑 흔들며
우리를 유혹하며 늘어선 들깨들이 보이는 것이었다.

꽤 넓은 들깨밭이었다.

우리는 더 맛있게 끓이기 위해 매운탕에 넣을 부재료인
깻잎군락을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이 뜨겁고 널따란 들판에는 밭주인이 있을 리 만무하고
더군다나 인적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주인의 허락도 없이
말 그대로 깻잎 서리를 하기로 작당을 한 것이다.

나는 고기 바구니를 메고 있으니 그대로 거기서 망을 보기로 하고
4명의 친구들을 밭으로 투입했다.

“야!”
“우리들이 깻잎을 따다가 혹여 동네사람들한테 들키면 곤란하니
신속히 달려가서 각자 깻잎을 10장씩 따와라!”
“출발!”
하고 내가 신호를 하니 4명의 친구들은
각자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일제히 들깨밭으로 달려갔다.

혹시 밭주인이 언제 달려올지 모르니 따온 깻잎을 거두어
신속히 그곳을 벗어나려 한 것이었다.

잠시 후 밭으로 달려갔던 친구들이 양손에 깻잎을 따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나에게로 돌아 왔다.

“자 여기! 나는 10장이 넘을 거야.”
“오우케이! 통과!”
“자! 나도 10장 따왔어.”
“잘했어!”
“자! 나도 여기.”
“오우! 굳! 땡큐!”

나는 친구들이 따온 깻잎의 갯수를 확인하고 바구니에 담으며
친구들의 깻잎 서리를 칭찬해 주었다.

그런데 가장 늦게 돌아온 친구가 내미는 깻잎을 보고
나는 그만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자! 나도 10장이야.”
하고 내미는 그의 수확물을 보면서 나는
“엥? 이게 뭐야?”
“왜 그래? 10장 따 오라며?”
“임마! 넌 평소에 삼겹살도 안 먹어 봤니? 이게 깻잎이야? 하하하”

내가 황당해 하며 박장대소하자 그 친구는 영문을 모르고
“왜 그래?”
하며 어쩔 줄 모르고 엉거주춤 서 있는데
이미 따온 깻잎을 내게 넘기고 땀을 닦고 곁에 있던 친구들이
일제히 돌아 보며 내 손에 들린 그 친구의 콩잎을 보더니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는 것이었다.

그때 그 친구가 따 온건
깻잎이 아니라 깻잎과 비슷한 녹색과 크기의 콩잎이었던 것이다.

카이스트 화공과를 졸업하고
유명회사 연구실에서 근무하던 멀쑥한 서울 촌놈인 그는
다른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나름대로 힘차게 달려간 곳이
하필이면 들깨밭 옆의 콩밭으로 돌진해 갔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깻잎이라 아무 의심 없이 10장을 따 가지고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 돌아 왔던 것이다.

우리는 그 친구가 따온 콩잎을 버리고
나머지 친구들이 따온 깻잎으로 매운탕을 끓여 소주를 마시며
밤새도록 그 친구를 놀려댔었다.

“야! 아무리 서울 촌놈이지만 깻잎과 콩잎도 구분 못하냐?”
“저시키 아마 삼겹살도 못 먹어 봤을 꺼야. 킬킬킬”
“임마! 너는 콩잎 따왔으니 콩잎이나 먹어라. 킬킬킬”
“저놈 바보 아냐? 콩잎을 어떻게 먹냐? 깔깔깔”

그렇게 그 친구를 놀리고 웃으며 그 여름밤을 보냈었지만
그로부터 10여 년 후에 콩잎도 먹는다는 사실을 나는 알았다.

경상도 지방으로 출장을 갔었는데
서울에서 맛들여진 내 입에 경상도 음식들은 영 맞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경상도 식당의 반찬중에 깻잎장아찌 비슷한 것이
유일하게 내 입에 짭짤하게 잘 맞아 식당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그건 콩잎장아찌라는 것이다.

-경상도에서는 ‘단풍콩잎장아찌’ 라고도 하는데
늦가을 서리가 내린 후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질 때 따서
된장에 박아 누렇고 부드러워 지도록 잘 삭혀 양념에 버무려 먹는
남도 농촌의 별미이며, 재료는 대두(大豆)보다 콩나물 콩의 잎이
더 맛있다.(백과사전에 수록된 콩잎장아찌에 대한 설명)-

그 후 경상도 출장길에 콩잎장아찌를 즐겨 먹을 때 마다
콩잎을 깻잎이라고 자랑스럽게 내어 놓던 그 멀쑥하게 잘생긴
그 친구를 생각하며 나 혼자 뱅그데데 웃곤 한다.

**저놈 바보 아냐? 콩잎을 어떻게 먹냐? 깔깔깔**

-그러나 그는 바보 아니다. 콩잎도 먹는다. 그것도 맛나게……-

2008년 6월 14일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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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 안녕하세요. 최평균 작가님! *^.^*
건강히 잘 지내시고 계시온지요?
그렇지 않아도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여
안부 전화를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저는 깻잎을 거의 하루도 안빠지고 먹을 정도로 즐겨 먹는답니다.

요즘은 AI로 인해 닭고기, 오리 고기를 먹질 못하니
삼겹살을 애용해야 하겠지만,
그 마저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 때문에 포기를 하고
회를 즐겨먹게 되었답니다.

회라면 평소에도 즐겨 먹지만
지금은 하루도 안빠지고 먹는답니다.

생선과 채소는 많이 먹을 수록 살도 안찌고 몸에도 좋으니
권장할만하다고 봅니다.

특히, 채소 중에서도 들깻잎은
고혈압이나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으니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질 않고 즐겨들 먹는 것 같습니다.

야외에서 요리를 할 때에
마늘이 없으면 생강을 대용으로 쓰기도 하고
파가 없으면 양파를 사용하며
방어 잎이 없으면 들깨잎을 사용하는데요,
방어 잎아리는 원래 생선의 비린 맛을 없애는 작용을 (hirashi2000@yahoo.co.kr) -[06/1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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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 하는데,
들깻잎도 마찬가지거든요.

아참, 콩잎 장아찌도 아주 맛있답니다.
된장에 푹 절여서 담궈놓은 콩잎 장아찌...
부산 출장길에서나 부산에서 근무를 하실 때에 드셔보셨으리라 압니다만,
정말 맛있답니다.

저도 귀농을 하면 깻잎 장아찌와 콩잎 장아찌를 많이 담글려고 계획 중입니다.
나중에 제가 정착을 하게 되면 큰 장단지를 준비할테니
장아찌를 담글 때에 시간을 내셔서 함께 담궈보면 어떨런지요?
ㅎㅎㅎㅎㅎ (hirashi2000@yahoo.co.kr) -[06/1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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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仁守/정용하: 은둔 생활하시는 최 작가님께서
산신령 처첨 인간세상에 내려오셔서
깻잎부(賦)를 읊으셨네요...ㅎㅎ
작가님 덕분에 오늘도 들깨잎에 대한
상식을 넓혀 보네요
천렵이 무슨뜻인지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문맥상 짐작으로는 시내(개울)사냥을 의미
하는 것 같습니다
경상도에는 옛부터 들깨잎 보다는 콩잎을 양념과
혼합시켜 담근후 1년이 지난후에도 김치처럼 먹을수도
있고 콩잎으로 물김치을 담그어 먹으면 여름에는 시원하고
입맞이 돈답니다.물론 들깨잎도 요리해서 먹지만 들깨보다는
콩잎을 우선시하였답니다. 그러나 삼겹살 쌈에는 들깨잎이
당연 제격인듯 합니다.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어제부터 장마라네요 건강관리 잘하시고 일취월장 하십시요 -[06/18-09:43]-

가을여행(남도 의령과 5일장)

태몽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