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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7-09-04 10:10
ㆍIP:
진해 용원 의창 수협에서
진해 용원 의창 수협에서 / 임정수


수산물 경매장은 익숙치가 않다.
일년에 한 두번 쯤 어머니를 따라 자갈치 시장으로 가서 싱싱한 활어와 수산물을 사오곤 하던 게 전부였다.

몇년 전 진해 용원의 의창 수협에서 앙살게와 문어, 미역 등을 사오던 게 인연이 되어
지금은 자갈치보다는 용원으로 자주 간다.

경매를 할 땐 근처에도 가질 못하는 자갈치와는 달리 용원에선 경매사나 중매인들의 근처에서
직접 활어를 보며 가격이 맞고 맘에 드는 게 있으면 그자리에서 바로 구입을 할 수가 있어서 정말 좋다.

물론 중매인들을 통해서 구입하는 것이지만... 그만큼 싼가격에 좋은 수산물들을 많이 살 수가 있는 것이다.

용원의 수협 공판장엘 그렇게 다니면서도 경매사의 중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어떤 내용인지 몰랐었는데,
자주 듣다 보니 어느덧 귀에 익어 버렸다.



진해 용원 의창 수협에서 (1)

                      詩 / 임정수



이아자 이아자 돔이야 하자
육만원에 칠십칠번이야

이아자 이아자 전어야 하자
칠만원에 오십팔번이야

활어의 힘찬 몸짓에
중매인은 손가락으로 숫자를 다듬는다



이아자 이아자 문어야 하자
오만원에 칠번이야

이아자 이아자 엉게야 하자
육만이천원에 칠십칠번이야

기운찬 경매사의 바쁜 입놀림에
싱싱한 활어의 가격이 오르내린다




이아자 이아자 아침이 열린다
이아자 이아자 활력이 샘솟는다

짜디짠 해풍에 용원이 들썩이고
폴짝 뛰어오른 활어가 미소짓는다



이아자 이아자 파도가 춤춘다
선착장 배안가득 풍어가 춤을 춘다



( * 이아자 : 경매를 하기 전 중매인들이 집중해서 잘 들으라는 예령.)



자세히 듣고보면 내용은 똑같지만 경매를 진행하는 경매사의 성격이나 스타일에 따라 외치는 소리가
각기 다르게 느껴질 때도 있다.




진해 용원 의창 수협에서 (2)

                      詩 / 임정수


어이아자 어야 어야
일십만오천원에 육십사번이야

어이아자 어야 자
칠만원에 칠십칠번이야

어이아자 어야 어야 자
만이천원에 사십오번이야

어이아자 어야 전어야 자
일십칠만원에 칠번이야


어이아자 어야 어야
일터에서 달려온 어민의 귀가 쫑긋

어이아자 어야 자
물 좋은 활어를 찾는 사람들

어이아자 어야 어야 자
중매인의 손놀림에 바쁜 경매사

어이아자 어야 자
용원이 흔들리고 수협이 들썩인다




( *어이아자 어야 자 : 경매를 하기 전 중매인들이 집중해서 잘 들으라는 예령.)




진해 용원 의창 수협에서 (3)
                 
                      詩 / 임정수



아자 헤야 헤 야 자 고랑치야 자
오만원에 칠십칠번이야

아 헤야 십팔만원에 사십오번이야

아 헤야 자 모찌야 자
칠만원에 십일번이야 자

경쾌한 경매사의 굵은 음성에
활기찬 아침이 깨어난다




자 자 베도라치야 자
헤 야 육만팔천원에 오십팔번이야 자

아 헤야 도다리야 도다리야 자
양만구천원에 칠번이야 자

아 헤야 삼만오천원에 육십사번이야 자

싱싱한 활어의 몸짓에
바쁜 중매인들의 손놀림이 부지런하다




아자 헤야 헤 야 자 돔이야 자
십일만원에 양번이야 자

자 자 문어야 자 양이 많구나 자
헤야 구만원에 삼십이번이야

아 헤야 웅어가 몽땅이야
자 이만이천원에 육십육번이야 자

인정이 넘치고 생동감있는 용원은
오늘도 손님을 불러모은다

싱싱한 활어의 몸짓으로




( * 아자 헤야 헤 야 자 : 경매를 하기 전 중매인들이 집중해서 잘 들으라는 예령.)



경매가 진행되는 새벽 시간이면 경남 일대 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도 많은 중상(중간상인)들이 수협으로 모여들고
용원은 매일 아침마다 축제가 열린다.

시간에 맞추느라 급하게 달려오는 고깃배들은 밤새 잡아올린 싱싱한 활어들을 경매장 안에 가지런히 풀어놓으며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경매가 진행되는 내내 횟거리를 장만하려고 모인 사람들과 해산물을 구입하려고 모인 사람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싸고 좋은 수산물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경매가 중반 쯤 치닫을 때 쯤이면 팔딱거리는 활어처럼 가격도 들쭉날쭉 덩달아 춤을 추곤한다.

요즘은 폭염과 폭우로 인한 영향으로 고기의 양이 적게 잡히기도 하지만,
각종 개발과 수질의 오염, 난류의 영향으로 예전처럼 많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싱싱한 수산물과 해산물이 가득한 진해 용원 의창 수협에서 오늘도 하루를 시작하며
경매장 한쪽에서 내게 떨어질 활어에 눈독을 들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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