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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7-08-30 09:53
ㆍIP:
91 팀스피리트 훈련 중에
91 팀스피리트 훈련 중에  / 임정수



무전기의 밧데리는 한 여름날 폭염으로 조기에 소모되기도 하지만,
추운 겨울에 기온 저하로 영향을 받아 제 기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91년 팀스피리트 연습 기간 중의 일이다.

"파랑새 하나, 여기는 독수리 이상."
"......."
"이상하네, 왜 등장하지 않지?"
대대 통신병인 장일병은 고개를 갸우뚱 하며 PRC-77의 SQUELCH를 조정한다.
스피커에서는 "샤"하는 소리 뿐 다른 신호는 들리지 않는다.
분명 이번 훈련 기간 중에 사용할 밧데리를 A급으로 수령해서 완벽하게 준비를 해놓지 않았던가.
기재계인 장일병 스스로가 신청하고 수령한 것이기에 조금도 의심이 되질 않았다.
더군다나 매일 아침, 저녁으로 점검을 하고 있는 터라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ON OFF 스위치를 LITE로 맞추어 조정해보니 밧데리엔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볼륨(음량) 조절기 또한 작동이 잘 되는 걸로 봐선 밧데리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하나 하나 점검을 해보기로 했다.
송수화기와 안테나 지지체, RC-292 안테나와 주파수까지 확인을 하고 체크했지만 전혀 이상이 없었다.
장일병은 SB-22교환기를 통해 다급하게 나를 찾았다.
"왜, 무슨 일이야?"
"선임하사님! 장비에 이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래? 금방 갈테니 기다려."

91 팀스피리트 훈련은 대규모의 훈련이므로 우리 대대가 차지하는 비중또한 막중하므로
조금이라도 소홀하거나 잘못된다면 부대에 타격이 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통신을 담당하고 있는 나로선 유선 뿐만 아니라 무선 교신에도 만전을 기하여
성공적인 훈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상황실로 들어서니 교환대에 앉아있던 장일병이 벌떡 일어선다.
"어떻게 안되는 거야?"
"예, 주파수를 확실히 맞추었고 장비에 이상이 없는데도 호출을 해보니 아무도 등장하질 않습니다. "
장일병의 얼굴은 초조감으로 거의 울상이 되었다.
나는 전면판의 조정자를 점검하고 송수화기 키를 누르며
현망에 접속 해있는 가입자들을 다 호출 해보기로 했다.
일일이 호출했지만 아무도 등장하지 않았다.
분명 오전에 기상과 동시에 내가 직접 확인해보질 않았던가.
그때까지는 교신시에 양호한 감도로 체크되었기 때문에 좋은 감도로 교신이 되었던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CY-2562(전지 상자)를 열어 BA-386 밧데리를 꺼내어 보았다.
그리곤 386 밧데리의 단자를 점검해보니 핀이 두어개 구부러져 있었다.
다른 밧데리로 교체를 하니 빵빵하게 아주 잘 터진다.
" 하나 하나 둘 둘 셋둘 넷둘, 현망에 대기 중인 통사는 등장바람, 여기는 독수리 이상."
"독수리 여기는 파랑새 둘 이상. "
" 파랑새 둘 감도 체크바람 이상. "
" 귀소 감도 네개네개 양호 이상 "
" 귀소 감도도 네개 다섯개 빵빵하구나. 계속 수고대기 바람 이상."
" 수고 대기 이상"
다행히 지금 이 시간까지 별다른 호출이나 교신이 없는 듯 했다.

장일병은 땀을 흘리는 가운데 얼굴이 활짝 피었다.
"이젠 잘되지?"
"예..어떻게 하신겁니까?"
"항상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하다보면 잘될텐데,
급하게 밧데리를 연결하려고 하니까 밧데리의 단자에 핀이 구부러져버렸잖아."
롱로우즈로 구부러진 밧데리 단자의 핀을 바로 세웠다.
"이젠 됐어, 항상 조심해야지. 이 상태로 오래 방치를 해두면 장비 고장의 원인이 되니까
이런 건 제 때에 점검을 하고 정비해둬야 해."
만약 통신병이 제 때에 점검을 하지 못하고 밧데리의 결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통신망 두절로 인해 막대한 전투력 손실은 물론 91 팀스피리트 연습 기간은
패배한 작전으로 오점을 남기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평상시 준비된 통신병의 훈련과 수준 높은 교육으로 내가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여
통신병들이 무사히 복무하다 아무 탈 없이 전역을 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장일병 역시 무전기를 사용할 때나 밧데리를 보관할 때는
항상 서늘하고 환풍이 잘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고,
제대하는 그날까지 무사히 복무를 하다 제대를 하였다.
91 팀스피리트 연습 기간이 끝난 후 여단장 표창과 11사단장 표창을 받는 영광을 갖게 되기도 하였지만,
오늘 그때에 받은 표창장을 보고 있노라니 그시절 장병장과의 추억이 떠오른다.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기재계 업무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거의 완벽하리만치 잘 해주었던 장병장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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