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7-06-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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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그해 겨울 / 임정수

울산의 진하 해수욕장에서 울산 온천 쪽으로 가다 보면 길게 강둑이 드리워져 있다.
거의 강둑이 끝나는 부분에서 둑길로 들어가는 길로 쭉 들어가면 막힌 지점에 기차길이 강을 걸치듯 놓여있다.
바로 이곳이 남창이라는 동네이다.

기차길의 바로 밑엔 와이자(Y) 형태로 갈라지는 물길이 있다.
좌측엔 럭키 아파트와 우측엔 덕신이란 동네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인데,
바로 이곳 철길 아래에서 두 물줄기가 만나 바다로 흘러간다.
밀물 땐 진하 앞바다의 바닷물이 철길 아래에까지 차 올라오고
이곳에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양측 모두 물보로 가로막혀 있으며,
좌측으로 갈라진 지점은 어느정도인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심이 아주 깊다.
한번 빠지면 떠오르지 않고서는 영영 나오지 못할 정도로 깊은 곳이다.
우측은 그런대로 수심이 얉아서 어느정도의 물이 빠지고나면 물 속으로 걸어서 건너다니기도 한다.

이곳엔 숭어와 참게, 민물장어, 황어 등이 많아서 비온 뒷날이면 낚시꾼들이 많이 모여드는 장소이기도 하다.
나는 장어 낚시가 전문이므로 참게와 장어를 주로 잡는다.
사실, 팔뚝 굵기의 붕어와 잉어도 많이 잡히지만,
강물 자체가 오폐수로 오염되어서인지 고기를 잡아 살점을 잘라내어 냄새를 맡아보면
기름 냄새가 심하게 나곤한다.
그래서 이곳의 잉어와 붕어는 잡질 않는다.

그나마 숭어와 황어는 민물을 드나듦으로 기름 냄새가 나질 않지만,
이런 종류의 고기에는 별로 취미가 없다.
오로지 민물 장어와 참게만을 잡을 뿐이다.

때론 깔딱 메기가 많이 잡혀서 장어 낚시를 방해하곤 하지만,
낚시를 하다보면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민물 장어는 바다와 민물을 자유로히 오가며 야행성이다 보니,
주간엔 깊은 바다 속에 숨어있다가 밤이되면 먹이를 찾아 강으로 거슬러 온다.

그러면 이 때를 놓히지 않고 채포하게 되는데,
이렇게 바다와 민물을 오가는 장어를 바람장어(마이유)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해 겨울에도 일행들과 함께 남창을 찾았다.
밤낚시를 많이 하던 때라 어두워질려면 시간도 남았고 해서 땔감을 주워 모으며 강을 둘러보았다.

강바닥은 물이 들었다 빠짐에 따라 수시로 바닥의 깊이가 변하곤 한다.
겨울엔 조금 덜한 편이지만,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엔 물살이 불어서 시시때때로 변하는 곳이 강바닥이다.

강의 깊이와 물의 흐름을 대충 파악한 내가 얉은 물 속으로 먼저 들어가 바닥을 더듬었다.
예상했던 대로 씨알 굵은 재첩들이 손에 많이 잡히는 것이다.
추운 겨울이라 속옷 차림이어서 첨엔 차갑게 느껴지던 물 속도 계속해서 재첩을 주워 담다 보니,
재첩이 쌓이는 만큼 추위도 잊을 수 있었다.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 없이 물밖으로 나가질 않으니 함께 간 일행들도 물가에서 지켜보다가
하나 둘 물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30분 가량 물 속에 있은 듯 했는데, 다들 씨알 굵은 재첩을 20kg 이상씩은 건져 올린 듯 싶다.

서둘러 물 밖으로 나와 모닥불에 몸을 말리며 준비해간 라면을 끓여 먹었다.
물 속에 있다가 나오니 춥기도 하고 출출하던 터라 맛있게들 멋었다.

야간 낚시를 위해 각자 장비를 챙겨들고 눈도장을 찍어두었던 포인터로 옮겨들 갔다.
이번엔 철길 밑에서부터 물보까지 자리를 정했으며,
물이 밀려오는 시각이라 가슴까지 올라오는 물옷을 입고 강을 건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수심이 깊은 곳에 자리를 잡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리를 잡고 장비를 정리하고 나니 어느덧 깜깜한 어둠이 세상을 뒤덮어 버렸다.
저녁 6시가 지난 시간.
서치라이트의 불빛을 따라 물 속을 탐색하고 있는데, 풍덩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것이다.
잉어나 가물치가 물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소리는 분명 아니었다.
그렇다고 누군가 큼지막한 돌을 던져서 장난을 하는 소린 더더욱 아닌 것 같았다.
풍덩거리는 소리가 마치 위에서 큰 돌을 던지는 듯하여 게름직했지만,
위에는 사람이 지나 다닐 수 없는 기차길이기에 그런 생각은 상상조차도 못할 일이므로 금새 잊고 말았다.

물 때가 좋아서 다들 정신없이 낚시에 몰두하고 있었다.
밤 10시가 지났을 때이다.
갑자기 밤의 정적을 가르며 사람살리라는 소리가 들렸다.
'이상하다, 잘못 들었겠지.'
그러면서 계속 낚시를 하려고 하는데 또 다시 들리는 것이다.
분명 여자의 음성이었다.
서치라이터로 주위를 비추어 보았다.
무성한 갈대만이 찬바람에 윙윙거리듯 스산한 소리로 울고 있었다.

연이어 살려달라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마치 내가 무언가에 홀린 듯한 기분이랄까.
강물로 세수를 했다.
찬물로 개운하게 씻으면 정신이 번쩍 들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세수를 하고나서도 계속 들려오는 소리에 근처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무슨 일인가 싶어 차량용 밧데리가 든 무거운 배낭을 집어지고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달려와주었다.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였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갈대밭을 샅샅이 뒤졌다.
혹시라도 사람이 떠밀려 왔을지 몰라 강가로도 비추었지만 아무런 흔적 조차도 찾을 수가 없었다.

또다시 살려달라고 들리는 여자의 음성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수심이 깊은 곳을 향해 비추어 보았다.
희끗한 게 물 위에 떠 있는 것이 아닌가.
모여드는 일행들이 너도 나도 서치라이트를 들이대고 그곳을 향해 집중적으로 비추자,
우릴 향해 바라보고 있는 백발의 여자 얼굴이 보이는 게 아닌가.

흰 소복을 입었는지 자세히는 알 수가 없으나,
다리는 우리가 서있는 쪽을 향하고 머리는 열 한시 방향으로 약간 비스듬했으며,
꼭 팔 다리가 꽁꽁 묶인채 물 속에 떠있는 것만 같았다.

물 속에선 간간히 살려달라고 도움을 청하며 정신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건너가 보기로 했다.
두사람이 계속해서 비추고 있는 사이, 나머지는 물보 위로 돌아서 건너갔다.
그곳은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지점이므로 뻘이 상당히 채여있는 곳이었다.

보기에는 그냥 뻘이었지만, 수심이 깊은 부분에 떠있는 뻘이다 보니
한발짝만 잘못 딛여도 한없이 빠져드는 숨구멍이 있는 곳이기도 한 것이다.

한사람의 서치라이트를 끄고 그곳에 달려있는 전기선을 한손으로 잡으며 몇이서 들어가기로 했다.
앞쪽으로 가다가 잘못하여 붙잡고 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에
서서히 머리 쪽으로 다가갔다.

무릎까지 푹 빠져서 물이 허리에까지 차는 것이다.
여럿이서 서치라이트를 비추어서 자세히 보니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할머니였다.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묶여있지는 않았다.

머리쪽에서 양쪽 어깨를 밀며 서서히 물가로 나갔다.
어느새 강가엔 살얼음이 얼어있었고, 식은 땀으로 흠뻑 젖은 일행들의 머리카락도 빳빳하게 얼기 시작했다.

밖에서 지켜보던 몇이서 분주히 뛰어다니며 갈대를 꺽어와 불을 지폈다.
차가운 물 속에서 장시간 추위와 공포에 떨었을 할머니를 보니
이순간까지 살아숨쉬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 것이었다.

갈대만으론 추위를 녹이기엔 역부족이어서 주위를 돌며 땔감이 될만한 나무 토막을 많이 주워와서
활활 타오르도록 했다.

어느정도 몸을 녹이자 한숨 돌린 할머니가 말문을 열었다.
해운대에 사는 아들 집으로 가는 길인데, 어두워져서 길을 잃었다는 것이다.

남창에서 해운대까진 상당히 먼 거리인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어두워져서 길을 가다 보니 기차길 위에 있었고,
달리 돌아서 건너갈 방법이 없어서 더 어두어지기 전에 얼른 건너갈려는 조급한 마음에
그만 발을 헛딛뎌서 물 속에 빠지고 말았다고 한다.

물 속에 빠지는 순간,
수심이 깊어서 한참을 내려갔는데 '이젠 죽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두 번을 가라앉았다가 세번 째 떠올라서 뻘에 걸리는 바람에 살 수가 있게 된 것 같다고 한다.

일행들이 나무를 더 주워오는 것을 보며 나는 인근의 파출소로 갔다.
밤늦은 시간에 급하게 파출소로 뛰어들어와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서 설명하니,
그곳엔 인적이 뜸한 곳이기도 하지만,
기차길은 사람이 걸어갈 수가 있는 곳이 아니라며 아무도 믿으려 하질 않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옆에 있던 사람의 손목을 이끌고 일단 가보자고 하며 데리고 나왔다.

몇 일 후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 할머니의 아들되는 사람이라며 자신은 해운대에서 살고 있는데,
노모를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삿말과 함께 언제 한번 놀러오라는 것이다.
인삿말을 듣기 위해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한 게 아니었지만,
언제 한번 시간이 되면 놀러 오라는 말에 가고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애초에 사례를 바라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기에 그만 잊기로 했다.

어느덧 이십여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해 겨울, 물에 떠있던 할머니의 창백한 얼굴은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히 떠오른다.

공순임: 아주 큰 일을 하셨네요. -[06/26-20:46]-

공순임: 낚시를 좋아 하시나봐요. 밤낚시 위험하지 않나요. -[06/26-20:50]-

임정수: 네, 저는 낚시를 아주 좋아한답니다.
한 때는 낚시를 하는 게 취미였었지만,
지금은 거의 직업이 되어버렸습니다.

민물 장어를 잡는 게 전문이다 보니
민물 장어가 저의 특기입니다.

직업 상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
(www.hirashi.com)가 있지만,
만료 기간이 한달 정도만 남았기에
만료 기간이 되면 홈의 문을 닫으려고요.

홈페이지를 만들어 준 회사에서
너무나 엉성하게 만들었고
관리조차 제대로 되질 않아
미련없이 홈을 버리고,
2,3년 가량 준비를 해서
멋진 쇼핑몰로 새롭게 오픈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아참, 제가 낚시를 하더라도
옛날엔 배와 그물을 싣고 다니면서
대량으로 잡아내곤 했었는데요,
요즘은 간단한 낚시 도구만 준비해서 잡곤한답니다.

전국 어딜 가든 강물이 많이 오염되어 있어서
자연산 장어를 잡아내기가 힘들 게 되었거든요.

요즘은 국내산 양식도 판을 치지만,
수입산이 많이 유통되고 있다 보니
국내산은 뒷전으로 밀

자신감

비아그라와 비우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