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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7-09-01 10:22
ㆍIP:
낚시
낚시 / 임정수


운전을 하다 보면 장거리 운행을 많이 하게 된다.
어디로 갈지 미리 목적을 정해서 가는 게 대부분이지만,
귀촌을 준비하는 요즘은 목적도 없이 곳곳을 누비고 다니게 된다.

때로는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기도 하고,
한적한 해안 도로를 타고 바닷내음을 맡으며 다니기도 한다.

지금처럼 피서철에는 어느 곳으로 가든 수 많은 피서 인파가 북새통을 이루는 통에
도로 곳곳에서 정체된 차들로 인해 몸살을 앓게되는 일도 있다.

무엇보다도 강하게 쏟아지는 햇볕이 숨을 쉴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목을 죄여올 때면
더위에 지친 아스팔트는 엿가락처럼 흐물거리며 힘없이 쳐져버리고 만다.

이럴 땐 먼길을 둘러가더라도 성질 급한 나로선 옆길로 빠져서 간다.

그저 자포자기 상태로 가는 숨만 고르며
큰 대자로 뻗어버린 아스팔트와 나란히 누워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몸에 해로운 차량의 에어컨 바람보다는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서 멀리 보이는 바다를 보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

그러다 기분이 내키면 바다로 곧장 달려가는 것이다.

항상 낚시 도구를 필수적으로 싣고 다니기에
나만의 포인트를 찾아내어 낚시를 던져 보기도 한다.

숭어나 게르치를 잡을 때도 있고 광어나 게상어를 잡을 때도 있다.

어쩌다 구경나온 사람들이 옆에 서서 달라고 그러면 주저앉고 잡은 고기를 주기도 하고
초고추장을 가지고 오며 함께 나누어 먹자고 그러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회를 뜨서 나누어 먹기도 한다.

대부분 처음 본 사람들이지만 먼저 말을 걸어 인사를 나누다 보면
바다나 낚시에 대해서 얘길 하기도 하고
그동안 모르고 지내던 많은 정보를 들을 수도 있다.

그리하여 사람을 사귀게 되고 대인 관계도 넓히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참맛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민물 낚시가 전문인 내가 바다 낚시에 관심이 없을 땐 몰랐었지만,
지금은 바다 낚시의 묘미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은 낚시를 해도 손맛을 느낄 뿐 별로 고기에 대해선 욕심이 없다.

어류를 취급하는 게 직업이라 그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낚아내는 손맛 보다는 놓아주는 미덕을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이젠 '꾼'들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게된 것이다.

생업으로 어쩔 수 없이 취급하는 것과 잠깐 손맛만 보며 놓아주는 미덕으로
여유를 가져보는 게 진정한 '낚시꾼'이 아닐까 싶다.

묵직한 느낌으로 짜릿한 손맛을 느끼게 하는 낚시에
이번엔 50 센티 정도나 됨직한 숭어가 올라왔다.

잠시 더위를 피하려 마실 나온 숭어였던지
입을 뻥긋거리는 모양이 애처로워 도로 돌려 보내 주었다.

다음엔 조그만 구슬이라도 하나 물고 오라는 당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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