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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2-10-06 08:15
ㆍIP: 112.xxx.120
의처증
의처증 / 임정수




한여름이라 문이란 문은 활짝 열어놓고 거실에 앉아 있으려니
2층에 사는 젊은 남자가 조용하면서도 신속히 계단으로 뛰어 올라갑니다.

백수는 아닌 것 같은데 워낙에 시간개념이 없는 사람이다 보니
출근한지도 얼마되지 않아 급하게 뛰어올라가는 꼬락서니를 보면서
그저 서글프다는 생각밖에는 안들더군요.

언제나 집에만 쳐박혀 있는 것 같더니만 이시간에 왠일로 왔을까.
평소엔 관심도 없던 터라 대수롭게 생각하며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여자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오는게 아닙니까.

2층 남자는 나보다 한살이 많습니다.
남자의 마누라는 나보다 여덟살 정도는 더 차이가 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만났는진 몰라도 아마도 여자가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만난듯 하더군요.

일찌감치 만나서 연애를 하다보니 아이까지 생기게 되었고 그래서 결혼을 한 것 같은데
꼴에 사내랍시고 의처증은 있어 가지고 하루가 멀다하고 마누라를 가만히 놔두질 않는 겁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그여자 입장이라면 당장에 이혼을 했을 것입니다.
그것도 수백번은 더 하질 않았겠나 싶네요.

문이란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니 이층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조금도 여과되질 않고
있는 그대로 다 들리는 것만 같더군요.

남자는 연신 언성을 높히며 오뉴월에 개패듯이 여자를 때리는지
무언가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우당탕탕 거리는 소리가 크게만 들려오더군요.

부부싸움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가서 말리려고 하다 그만 두었습니다.

부부싸움이야 칼로 물베기라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남자가 의처증이라도 품은 것 같으면 서로가 난처해질 수가 있으니 말입니다.

여자는 연신 훌쩍이며 울었고 남자는 목청껏 소리치더니 이내 잠잠 해지더군요.
이젠 끝났으려니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괜한 의처증으로 마누라를 닥달하고나서 사랑을 하면 더 잘되는건지...
여자의 훌쩍이는 소리가 점점 가느다란 신음소리로 변해가더니
이윽고 거사를 치루는지 그소리는 더욱 나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사랑을 하면 뭐가 다르지?
이층집 남자가 조금은 변태 기질이 있는가보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잠시후 남자가 내려오더니 급하게 뛰어 갑니다.
같이 어딜 가기로 한건지 여자도 이내 뒤따라 내려오더군요.

좀 전에 우당탕거리던 소리가 크게 들렸기에
혹시 무언가로 맞아서 멍이라도 들지 않았을까 걱정되어 슬며시 밖을 내다보니 아주 멀쩡하더군요.

계단을 내려오는 여자의 얼굴을 보니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며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이더군요.
부부란 살면서 닮는다고 하더니 마누라도 남편의 변태 기질을 닮지않았을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부부 참으로 이상하단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하지만 한편으론 좋게 생각해야겠죠.

세상이 하도 어수선하니 사랑도 색다르게 하고 싶었을거라고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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