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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9-11-17 15:24
ㆍIP: 58.xxx.160
시디음악
시디음악 / 임정수




나는 음악을 좋아하질 않는다.
아니, 어쩌면 노래를 좋아하질 않는지도 모른다.

노래...
가곡이나 내가 좋아하는 흘러간 음악...
그런 건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다.
숨차게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가사를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는 그런 건 싫다.

조용하면서도 때로는 빠른 음악일지라도
내용에 깊이가 있고 가슴에 담을 수 있는...
그런 음악은 물론 나도 좋아하는 것이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노래,
나의 18번은 따로 있다.

주로 군대에서 즐겨부르는 군가이지만,
가요 중에서도 즐겨부르고 좋아하는 노래는 따로있다.

하지만,
굳이 이름난 인기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아니더라도
고운 목소리로 마음에 담을 수 있는 노래라면 거의 다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

평소에는 노래를 전혀 듣질 않는다.
구수하면서도 정감이 넘치는 노랫가사가 있는 반면
들으면 들을 수록 은근히 짜증나는 노래도 있어서 멀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같은 노래라도 내친구가 부르는 노래는 즐겨듣는다.

한 때는 저작권이니 뭐니 해서 노래를 듣거나 따라 부르는 것도
저작료를 주고 들어야 한다는 말을 인터넷 상으로 전해듣고선
우리나라의 음악이라면 발길질로 차버리듯 스스로 밀어내곤 했었는데...

내 친구의 노래를 듣고나서부턴 차츰 음악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친구 태숙...
그녀가 미국에서 생활을 할 때에 우연히 인터넷으로 그녀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선
그만 노래속에 푹 빠져버렸다.

같은 가사라도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어쩌면 이렇게도 다를 수가 있는지...

사실, 보는 사람들에 따라 다른 것이지만,
자다가 일어난 것처럼 부시시한 차림새의 가수나
일부러 수염을 깍질 않고 길러대는 가수들을 보면 보기가 싫다.

아무리 좋은 노래라도 그 가수가 부른 노래를 듣다가
그 가수가 생각나기라도 한다면 속에서 열불이 나고 짜증이 난다.

그렇기에 평소에도 음악과는 전혀 친하질 못하다.
만약 지금이라도 누군가 실수로 내가 싫어하는 음악을 틀어놓기라도 한다면
몇초만에 박살이 날지도...

아참...
그러고 보니 그녀가 부른 가수들은 수염을 길러지 않았구나.
어쩐지...

언젠가 태숙이가 부른 노래를 내 컴퓨터로 다운 받아서 저장해놓고
그것을 다시 시디로 옮겨놓은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시디로 태숙의 노래를 즐겨듣지만...

시디 라벨을 만드는 곳이 어딘지 알 수만 있다면
잘 만들어서 태숙이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

정식으로 음반을 낸 인기 가수의 음악이 아닐지라도
태숙의 노래를 좋아하는 나로선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같은 노래이기에
나 스스로가 그만한 값어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예전에 나에게 보내주었던 노래보다
지금은 더 많은 노래를 저장하고 있노라는 태숙.

앞으론 더 많은 태숙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것도 안먹어도 배가 부른 것처럼 가슴 벅찬 행복감을 느낀다.

시디를 통해 흘러나오는 태숙의 노래 소리가
밤이 깊도록 나의 뇌리를 일깨우고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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