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8-02-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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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산의 정상에 세워놓은 표석이 방긋 웃는다. (함백산 제1편)

함백산의 정상에 세워놓은 표석이 방긋 웃는다
(기행 수필 함백산 제1편)

루수/김상화

소환을 지나 가장 춥다는 대한으로 가는 길목이다. 겨울의 진면모는 칼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사정없이 얼굴을 강타할 때다. 재색 하늘을 만들어 놓고 춤을 추듯 펄럭이며 내리는 눈을 보라! 사쁜 사쁜 춤을 추듯 내려오는 장면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요즈음은 기후 변화로 눈보라도 볼 수 없다. 또 진눈깨비가 내리는 광경도 거의 볼 수 없다. 겨울은 함박 눈이 내려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을 피워낼 때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다. 어찌 보면 하얀 보석을 나뭇가지에 올려 놓은 듯 보인다. 창문을 열고 하얀 세상으로 변한 아름다운 자연을 보노라면 거대한 예술품으로 보인다. 그것을 보는 순간 복잡하게 자리 잡고 있던 내 마음은 어느새 사르르 녹아내리고 만다. 신께서 내려주신 자연은 보기에 따라 또 생각하기에 따라 아름답게 승화되나 보다.

겨울엔 군밤 장수가 등장한다. 거리에 페치카를 놓고 불을 지펴 군밤과 고구마를 노린 노릿하게 구어 내면 겨울 내음이 진동한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거닐던 연인들은 그 내음에 사로잡혀 한 봉지 산다. 팔짱을 끼고 사랑의 대화를 나누며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먹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은 사랑의 계절이며 연인의 계절이다. 겨울은 또 어린이의 계절이다. 요즈음은 어린이들의 놀이 문화가 바뀌어 볼 수 없지만,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땐 거의 장갑도 없이 손을 호호 불어가며 딱지치기 땅따먹기 자치기 제기차기 등이 고작이었다. 이러한 놀이도 세월 흐름에 따라 산업의 발전과 풍부한 문화생활로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은 썰매장이나 스키장에 가서 문명국의 어린이답게 겨울을 즐긴다. 우리는 이러한 계절의 한복판에 서 있다.

삼전산악회의 새해 첫 산행으로 함백산을 가는 날이다. 강원도는 눈이 많이 내렸기 때문에 아마도 눈 산행이 될 것 같다. 배낭에는 기쁨과 행복을 가득 담았다. 눈 산행의 즐거움을 상상하며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구민회관을 향해 걸으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함백산을 가게 되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그것도 또 눈 산행이라니? 초등학교 때 지리 시간에 함백산에 대해 배운 기억이 살포시 떠오른다. 마음속엔 기쁨이 쏘아져 내린다. 오늘을 최고의 즐거운 산행으로 기억되도록 만들어 보고 싶다. 벌써 가슴은 왜 이리도 두근두근 뛸까? 함백산의 정상에 올라 행복을 불사르고 올 것이다.

하얀 세상을 걸으며 눈꽃도 감상하고 간혹 미끄러져 어린아이들처럼 대굴대굴 굴러도 보고 싶다. 오늘 재수 있게 눈이 내리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럼 그 눈을 맞으며 신께 고맙다고 기도를 하며 걸을 것이다. 눈을 보며 사색도 하고 자연도 예찬할 것이다. 눈에 대해 아름다움을 찬미하며 노래도 부를 것이다. 재미난 상상이 나를 행복으로 몰아넣는 순간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구민회관까지 왔다. 이승재 총무가 반갑게 맞이한다. 또 직전에 산악회장을 하셨던 미모의 여인 김봉순 회장께서도 오랜만이라고 방긋 웃으며 손을 잡는다. 신승식 회장도 모처럼 보니 무척 반가웠다. 이 산악회는 지난 연말에 임원진을 다시 구성했다. 그래서 새 회장엔 믿음직한 정상춘 회장이시다. 산악대장으로는 이 산악회 초대 회장이셨던 신승식과 손태영이다. 그리고 총무로는 수필작가이신 이승재 님이 맡았다. 모두 반가운 얼굴들이다

모두 버스에 올랐다. 반갑게도 박정애 사진작가님과 한자리에 앉게 되었다. 작가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버스는 약 3시간 정도 달린 것 같다. 함백산에 도착한 버스는 이 산의 중턱인 만항재(함백산 들머리)까지 가야 한다. 그런데 먼저 도착한 버스가 많아 가지를 못 한다. 그때가 오전 11시다. 이곳에 몰려든 버스는 어림잡아 50여 대 이상 되는 것 같다. 도무지 버스가 더는 갈 수 없어 우리는 만항재까지 가지 못하고 여기서 내려 걷기로 했다. 눈이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 무릎까지 빠진다. 아이잰을 하고 걷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눈꽃 산행을 하려고 몰려든 등산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만항재를 막 넘었다. 그때 고운 햇살이 하얀 백설에 내려앉는다. 백설은 금세 은빛 찬란한 보석으로 변한다. 해님과 결합한 백설은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부셔 반사되어 돌아온다. 산 전체가 거대한 은빛의 보석이다. 그 보석 위에는 나무들이 겨울 추위를 이겨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하다.

한참을 올라가니 정상이 한눈에 보인다. 그때 정명한과 홍천기 형제를 만났다. 잠시 떨어졌었지만, 이곳에서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색다르다.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박정에 사진작가가 안 보인다. 어디에 계신지 궁금하다. 이곳은 분지처럼 생긴 편편한 곳인데 수백 명의 등산객이 모여있다. 그래서 더욱 찾을 길이 없다. 한옆에 함백산 기원단이란 글이 눈에 들어오고 돌로 야톰하게 제단을 만들어 놓았다. 태백산 천제단은 국가의 부용과 평안을 위해 왕이 천제를 지내던 민족의 성지지만 이곳 함백산 기원 단은 옛날 백성들이 하늘에 제를 올리며 소원을 빌던 민간 신앙의 성지였다고 전해온다. 과거에는 함백산 일대에 석탄이 많아 광부 가족들이 함백산 주변으로 이주하게 되었으며 광부들이 지하 막장에서 석탄을 생산하던 중 잦은 지반 붕괴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자 가족들이 이곳에 찾아와 무사안전을 위해 정성을 다하여 기도했던 곳이라고 한다.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잠시 쉬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모여든 등산객에 치여 어느 곳은 몇 분 동안 꼼작도 못 하고 서 있어야 했다. 이렇게 많은 등산객이 한곳에 모여 등산하기는 처음이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km이다. 그런데 정상까지 깔딱 고개다. 힘은 들어도 백설을 밟으며 정상에 올라간다는 기분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상쾌하다. 따사로운 햇살은 온몸을 감싸주고 발밑에선 백설을 밟은 소리가 뽀드득뽀드득 들려온다. 마치 신께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려 주신 듯 정겹게 들린다. 정상에 올라가면 그곳에선 무엇이 나를 반겨줄까? 또 어떤 보물이 숨어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매력적인 볼거리가 나를 깜짝 놀라게 해줄까? 정상 표석은 얼마나 아름다운 표정으로 기다리며 웃고 있을까? 이렇게 허구의 세계가 날개를 달고 날아다닌다.

정상까지 약 70m 정도 남은 거리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준 정상이라고 부르면 될 것 같다. 이곳엔 함백산에 관한 역사를 돌에 새겨 놓았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흘러 마모가 된 듯 잘 보이지를 않는다. 함백산에 관해 서술해 본다. 함백산의 높이는 해발 1,572.9m이다. 함백산은 강원도 태백시와 정선군 고한읍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우리나라에서 6번째 높은 백두대간의 대표적인 고봉 가운데 하나다. 주위에는 태백산(1,567m) 장산(1,409m) 백운산(1,426m) 대덕산(1,307m) 매봉산(1,303m) 등 높은 산들이 있다. 함백산은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 여암 신경준이 저술한 신정표에 대박산으로 기록되어 있고, 정선 총쇄록에는 상함박, 중함박, 하함박 등의 지명이 나오는데 왜 함백산으로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태백(太白), 대박(大朴)과 함백(咸白)이라는 말은 모두 크게 밝다는 뜻이다.

척주 부에 보면 함백산은 봉우리가 셋이다. 상 함백산은 두문동재 남쪽에 솟은 은대봉을 말하고 중 함백은 은적암 뒷 봉우리이며, 하 함백은 지금의 함백산인 것이다. 허목(許穆)의 미수 기언에 보면 "태백산은 신라 때 북악인데 문수, 대박의 두 봉우리가 있고 우보산, 우검산, 마읍산, 백산 등이 다 태백산이다"라고 하였으니 함백산은 현재 태백산보다 높지만, 태백산의 한 봉우리였다. 삼국유사에서는 함백산을 묘범산(妙梵山)으로 기록하였는데 묘범산은 묘고산(妙高山)과 같은 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須彌山)과 같은 뜻으로 대산이며 신산으로 여겨 본적암, 신적암, 묘적암, 은적암 등의 절이 있었다고 한다.

함백산 북서쪽 사면에는 서기 636년 신라 선덕여왕 5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정암사(淨岩寺)가 있는데 문수 보살의 게시에 따라 갈반지를 찾아 큰 구렁이를 쫓은 후 그 자리에 적멸보궁(강원도 문화재 자료 제32호)과 수마노탑(보물 제410호)을 세우고 석가모니의 정골사리를 모셨다고 하며, 적멸보궁 옆 주목은 자장율사가 꽂아둔 지팡이가 살아난 것이라며 선장단이라 부르고 있다. 또한, 이곳에는 천연기념물 제73호인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고, 일명 작약봉이라 하여 산속에는 흰 진달래 그밖에 흰 짐승과 꽃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함백산의 야생화는 국내 최대규모로 군락을 이루고 계절마다 다양한 종류의 꽃이 핀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꽃이 피어 몇 번 방문했던 사람은 늘 새로움을 기대하며 찾아온다고 한다.

드디어 정상까지 올라왔다. 올라오자마자 정상 밑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바람이 불어댄다. 얼마나 거센 바람인지 쓰고 있던 모자가 날아간다. 날아간 모자를 찾아 다시 썼지만, 또 날아갈까 두려워 신경이 쓰인다. 마음을 가다듬고 표석을 바라보니 너무도 반가웠다. 표석에는 咸白山이라고 글자를 예쁘게 써 놓았다. 그 밑엔 1572.9m라고 높이를 표시해 놓았다. 달려가서 입맞춤이라도 하고 싶은 충동이다. 그런데 표석이 나를 보곤 방긋 웃는다. 그러곤 왜 이제 오셨나요? 한다. 많이 보고 싶었다고 눈을 흘긴다. 그런데 표석을 보기 위해 300명 이상의 등산객이 모여있다. 표석을 둘러싼 등산객은 인증샷을 하려고 구름처럼 몰려든 것이다. 그러나 너무도 많은 순례객이 지켜보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앞을 가려 입맞춤을 하지 못했다. 한참을 기다리다 천만다행으로 인증샷을 했다. 이 자리에 모여 있는 등산객들이 참으로 고맙다는 말을 한마디 하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먼저 사진을 찍을 수 없을까요? 하니까 그렇게 하라고 모두 양보를 해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젊은 사람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했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마음씨까지 아름답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 느껴본다

인증샷을 하고 뒤에 있는 돌탑도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사방을 바라보니 바로 아래는 KBS 함백산 중개소가 웅장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사방이 확 트인 정상은 앞을 보나 옆을 보나 옹기종기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어느 곳에 비교할 수 없는 신선한 풍광을 던져준다. 참으로 기이하고 멋이 배어있는 산이로구나! 하며 기쁨의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벨이 울린다. 누가 전화를 했을까? 하고 보니 올 때 함께 자리한 박정애 사진작가였다. 얼마나 반가운지 지금 어디 계시느냐고 대뜸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바로 아래 있다고 하시며 그곳으로 갈까요? 한다. 빨리 오시라고 답을 했다. 그러곤 잠시 기다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오셨다. 이산가족 상봉한 듯 반가웠다. 사람이 많아 서로 길이 어긋났던 것이다. 우리는 다시 표석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이곳저곳 기념이 될만한 곳은 모두 사진을 찍었다. 이젠 회원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1편은 여기서 마무리 합니다

2018년 01웡 14일

백낙은

2018-02-15 10:21

김상화 작가님.
함백산 제1편 잘 보았습니다.
겨울 산행을 하셨군요.
대단하다는 말씀과 부럽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건강 유념하셔서 설명절 잘 보내시기 바라고 즐거운 나날 되소서.


김상화	안녕하세요. 백낙은 위원장님 설날 세배도 못 들렸습니다 입춘이 지나고 설날인데도 날씨는 한겨울을 방불케 하네요 위원장님 정성 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아직 많이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2/17 01:13

정찬열

2018-02-15 23:56

루수 김상화 작가SLA 참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가 한팔로만 생활을 하다보니 자꾸 컴퓨터 사용 자재하라는
의사의 권유도 있지만 조금만 오래 하면 팔목에 이상이 발생하여
너무 멋진 산행 기행문 자주 들르지 못해 죄송 합니다.

함백산의 높이는 해발 1,572.9m이다. 함백산은 강원도 태백시와
정선군 고한읍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우리나라에서 6번째 높은
백두대간의 대표적인 고봉 을 그것도 무릅까지 빠지는 설산을
대단하신 등산맨 이십니다.
산 지명도 새로운 "함백산의 정상에 세워놓은 표석이 방긋 웃는다"
산악 기행문 현실감있게 그려주신 글 잘 배독했습니다.
내일이면 민족 대명절 구정입니다. 새해에는 더욱 알찬 산행 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 합니다. 감사 합니다.


김상화	설날 오셔서 댓글을 달아 주셨네요 정찬열 작가님 긴 글을 읽으시느라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요 읽으시기도 힘드셨을 텐데 작문의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함백산을 한번 다녀오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산입니다 날씨가 아직 매우 춥습니다. 감기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찬열 작가님	2/17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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