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7-12-12 00:23

ㆍIP: 1.xxx.19

내 조국에서 태어난 자랑스러운 황희 선생

내 조국에서 태어난 자랑스러운 황희 선생
(평화 누리길 제8차 1편 기행 수필)

루수/김상화

겨우내 봉우리를 잉태시킨 나무는 봄에는 그 봉우리에서 아기 잎사귀가 예쁘게 헤집고 태어난다. 힘들게 태어난 잎은 생동감이 넘쳐나게 자라는 모습을 보노라면 누구나 희망이 솟아난다. 무럭무럭 자란 잎은 여름이 되면 성인이 되어 왕성한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우주의 움직임에 따라 가을을 맞이하게 된 잎은 황혼길로 접어들게 된다. 최후를 맞이한 잎은 성장을 포기하고 그때부터 어떤 놈은 빨갛게 어떤 놈은 노랗게 자기의 유전자에 의한 개성대로 아름답게 물들인다. 그러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게 불태우다가 수명을 다하면 떨어진다. 그러나 가을은 생존의 원리에 따라 봄 여름에 맺은 열매를 익혀 풍성하고 넉넉하게 우리에게 선물한다. 또 곱게 물들여 아름다움을 품어 내 우리네 눈을 호강시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가장 살기 좋은 기온까지 선물로 준다. 그러한 가을도 잠시 머물다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인생의 허무를 느끼게 한다. 그렇지만 가을은 우리에게 사색(思索)하게 하고 숙연함으로 참된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인 것만 같다.

오늘은 평화 누리길 8코스를 걷는 날이다. 아침부터 둘레길을 동행할 미인 세 분을 만나니 웬일인지 기분이 좋다. 우리는 함께 잠실역에서 전철을 탔다. 웃음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 할 수 있는 강영희 부회장과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하면서 그 눈으로 퐁당 빠져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여인이 있다. 맑은 호수를 닮은 매력적인 눈의 소유자 손지 회원과 가장 앳돼 보이면서 웃는 모습과 옆모습이 영화배우 김태희를 닮은 여인이라고 자랑하는 김명순 부 총무다. 그 세 미인이 다소곳이 앉아 예쁘게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대화하는 소리를 옆에서 듣고만 있어도 나도 모르게 즐거움이 쏟아진다. 왕십리에서 국철로 갈아타고 문산역에 내려야 한다. 문산역에 내리니 4명의 회원이 벌써 도착해 있다. 총 8명의 회원은 버스를 탔다. 거기서 버스로 갈아탄 우리는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 "반구정"에 내린다. 이곳은 황희 선생의 영정을 모셔놓은 곳이다. 오늘은 8코스인, 13km를 걸어야 하며 약 3시간 반에서 4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반구정에서 화석정까지는 농촌의 들판과 야산이 펼쳐지고 북한과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공유한 임진강이 유유히 흐르는 코스로 대자연의 풍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황희 선생 유적지인 반구정에 도착했다. 임진각은 한국전쟁과 남북 분단의 뼈아픈 역사를 대표하는 통일 관광지이다. 임진강 지구 전적비, 미국군 참전비 등 각종 전적비가 있으며, 남북 분단 전 한반도 북쪽 끝 신의주까지 달리던 기차가 이곳에 멈추어 전시되고 있는 곳이다. 약 30년 전에 이곳을 왔을 때 녹슨 기차가 멈춰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써 놓은 한마디의 글이 내 마음을 뭉클하게 하였던 기억이 난다. 그 한마디의 글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고 쓰여 있었다. 1953년 한국전쟁 포로 12,773명이 북으로부터 귀환하였다 하여 명명된 "자유의 다리"를 비롯하여 21톤의 육중한 무게로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아낸 평화의 종 등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 산127번지에 자리 잡고 있는 조선 초기의 명재상이며 청백리의 귀감인 방촌 황희(尨村黃僖 1363~1452) 선생의 유적지이다. 선생의 자는 구부(懼夫) 호는 방촌(尨村), 본관은 장수(長水)로 개성에서 태어났으며 판강릉대도호부사 군서(君瑞)의 아들이다. 1392년 고려가 망하자 두문동에 은거하다 조선 조정의 요청으로 관직에 나오게 되었다. 선생은 고려 말기부터 조선 초기의 여러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문묵과 제도의 정비에 노력했고 세종 연간에는 19년간 의정부 최고의 관직인 영의정에 재직하면서 세종 성세에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문종 2년 (1452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자 탄현면 금숭리 선영에 예장하고 세종 묘정에 배향되었다. 시호는 익성(翼成)이다. 유적지 내에는 선생의 유업을 기리기 위하여 세조 1년(1455년) 후손들 의해 건립된 황희선생 영당과 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 여생을 보낸 반구정이 위치하고 있다.

본래의 영당 건물은 6.25전쟁 때 전부 불탔으나, 1962년 후손들이 정면 3칸 측면 2칸의 초익공양식의 맞배집으로 복원하였고 영당 내부 중앙에 별도의 감실을 두고 선생의 영정을 모셨다. 반구정(伴鷗亭)은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기암절벽 위에 위치하는데 예로부터 갈매기가 많이 모여들어 "갈매기를 벗 삼는 정자"라는 뜻에서 이름 지었다. 정자 내부에는 미수 허목의 "반구정기(伴鷗亭記)"와 여러 개의 중수기(重修記) 편액이 있다. 이외에도 월헌공 황매헌 선생 부조묘, 앙지대(仰止臺), 경모재(景募齋), 방촌 황희선 생동상 등이 있으며 입구에는 황희 선생의 업적과 유품을 전시한 방촌 기념관이 있다.

황희 선생은 겨울옷이 단벌이었다고 한다. 얼마나 청렴하신지 재미난 이야기를 적어본다. 갈아입을 관복이 없어 바지 속통만 입고 입궐한 황의 정승 일화이다. 진눈깨비가 내린 어느 날, 퇴궐한 영의정 황희가 부인에게 말했다. 부인, 서둘러 옷을 뜯어서 빨아 주시오, 밤새 말리고 꿰매면 내일 아침 입궐할 때 입을 수 있을 것이오, 영의정 황희는 겨울옷이 한 벌밖에 없었다. 그래서 빨랫감을 부인에게 내어주고 속옷 차림으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대감마님, 속히 입궐하라는 어명이십니다. 부인은 당황하며 말했다. "에구머니" 이 일을 어쩐단 말입니까? 어서 입궐하셔야 하는데 무얼 입고 들어가신단 말입니까? 황희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하는 수 없소, 그 솜이라도 가져오시오" "솜이라니요?" 바지저고리를 뜯어 빨았으면 솜이라도 있지 않겠소? "대감도 참 딱하십니다. 어떻게 솜만 꿰매 입고서 입궐하시겠다는 말입니까?" "그럼 어쩌겠소? 어명이니 입궐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벌거벗은 채 관복만 걸칠 수는 없는 일이니, 어서 솜을 가져오시오." 황희는 부인이 가져온 솜을 몸에 둘렀다. "부인, 굵은 실로 좀...." 부인이 바지 솜과 저고리 솜을 실로 얼기설기 이어 주자, 황희는 그 위에 관복을 덧입고 서둘러 입궐했다.

대궐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세종이 여러 신하와 경상도에 침입한 왜구를 물리칠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종의 눈에 황희의 관복 밑으로 비죽이 나온 하얀 것이 얼핏 보였다. 세종은 그게 양털인 줄 알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것참 이상하도다" 청렴하고 검소하기로 소문난 황 정승이 양털로 옷을 해 입다니... 회의가 끝나자 세종은 황희를 가까이 오라고 일렀다. "과인이 듣기로 경의 청렴결백이야말로 모든 이의 귀감이 되는 것으로 아는데, 어찌 오늘 양털 옷을 입으시었소?" 황희는 당황하여 가까스로 대답했다.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실은 저어.. 이것이 양털이 아니오라 솜이옵니다." "솜, 솜이라니? 왜 솜을 걸치고 다니시오?" "예, 전하, 겨울옷이 한 벌이라... 오늘은 마침 일찍 퇴궐했기에 그 옷을 뜯어서..."이리 좀 더 다가오시오, 이럴 수가!" 세종은 황희의 옷 밑으로 삐져나온 솜을 만져보았다. "아무리 청빈한 생활을 한다 해도 어찌 단벌로 겨울을 날 수 있겠소, 여봐라!" "예!" "황 대감에게 당장 비단 열 필을 내리도록 하라!" 황희는 정색을 하며 아뢰었다.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방금 내리신 어명은 거두어 주시옵소서, 지금 이 나라 백성은 계속된 흉년으로 헐벗고 굶주리는 자가 많사옵니다. 이럴 때 어찌 영상인 신의 몸에 비단을 걸치겠습니까? 솜옷 한 벌로도 과분하오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오! 과연 경다운 말이오, 과인이 용포를 걸치고 있음이 부끄럽소이다." 결국, 세종은 비단을 하사하라는 명을 거두었다고 한다.

황희는 김종서를 이렇게 길들였다. 황의 정승은 사적으로는 부드럽고 친근감이 넘치는 분이시었다. 그러나 조정에서는 관료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엄했다고 한다. 6진을 개척하고 병조판서를 제수받은 김종서는 임금의 총애가 극진해지자 거만한 행동을 하였다. 어느 날 김종서가 술에 취해 비스듬히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황희는 하급 관원에게 일렀다. 지금 병판의 앉은 자세가 바르지 않으니, 의자 다리가 잘못된 모양이다. 어서 고치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내가 6진을 개척할 당시 밤중에 적의 화살이 날아들어 책상머리에 꽂혔어도 얼굴빛이 변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식은땀이 등을 적시었소이다. 어느 날 김종서가 강원도 지방을 순찰하고 돌아올 때 토종꿀 한 단지를 가지고 와서 병졸을 시켜 황희에게 선물했다. 고마워할 줄 알았던 황희는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이 꿀은 뇌물로 받았거나 공짜로 받은 것이 분명하다. 또 나라의 녹봉을 받는 공인을 사적인 심부름꾼으로 부리다니!" 황희는 호통을 치며 돌려보냈다. 어느 날 좌의정 맹사성이 황희에게 물었다. "김종서는 당대의 재상이고, 공이 추천한 사람인데 어찌 구박이 그리 심하시오?" 황희는 앉아 있던 의자를 툭툭 치면서 대답했다. 김종서는 이자리를 이어받을 사람이기 때문이오

종도 역시 하늘이 낸 사람이라고 하시는 황희선생이시다. 황희는 집에 있는 어린 종들을 은혜로 대해 회초리를 때린 적이 없었고 시중드는 여종이 사내종과 어울려 지나치게 장난하는 것을 보고도 그저 웃을 뿐이었다. 황희는 평소에도 이렇게 말했다. "집에서 부리는 노복도 역시 하늘이 보낸 사람인데 어찌 무리하게 부리겠는가?" 그리고 유서까지 만들어 자손에게 자신의 뜻을 그대로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하루는 당대 명필 이석형이 황희의 집에 들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황희가 책 한 권을 꺼내놓고 새로 표지를 만들었으니 제목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이석형은 몇 번 거절하다가 황희가 하도 정중하게 부탁하기에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제목을 써주었다. 그런데 조금 뒤에 한 아이가 방안으로 들어와 저 혼자 놀다가 방금 이석형이 제목을 써 준 책 위에 오줌을 싸고 말았다. 이것을 본 황희는 노여운 기색도 없이 아랫 사람을 부르지도 않고 직접 방바닥과 책에 묻은 오줌을 닦았다. 그리고는 아이의 옷을 벗겨 둘둘 말아 아이의 손에 쥐여 주면서 말했다. "괜찮다, 괜찮아, 이제 엄마한테 가서 옷을 갈아입혀 달라고 해라." 이렇게 우는 아이를 달래서 내보낸 뒤 황희는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이석형에게 사과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이석형은 황희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깊어져 그의 앞에서는 항상 머리를 숙이고 예를 다했다고 한다.

억울한 거짓 자백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탄식을 했다는 황희 선생이다. 부인 양씨가 좋은 배 몇 개를 얻어 황희에게 주기 위하여 현판 뒤에 숨겨 두고 잠시 친정에 다니러 갔다. 황희가 집으로 돌아와 내실에 혼자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 현판 뒤에서 쥐가 자꾸 들락날락하면서 배를 훔쳐가려고 했다. 그런데 쥐가 입으로 물어가기엔 배가 둥글고 미끄럽고 또 너무 컸다. 황희는 쥐가 어떻게 하나 궁금해 그냥 놔두었다. 이윽고 다른 쥐가 나타나더니 한 마리는 배를 안은 채 벌렁 드러눕고 다른 한 마리는 배를 안고 있는 쥐를 물고 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쥐들이 배를 몽땅 훔쳐갔다. 날이 저물어 집에 돌아온 부인은 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어린 계집종에게 추궁했다. 그 아이는 모른다고 대답하다가 매를 서너 차례 맞더니 자기가 훔쳐 먹었다고 울며 말했다. 황희는 어린 여종이 죄 없이 억지로 자백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한동안 탄식했다. 어느 날 황희는 세종에게 이 일을 이야기한 후 덧붙여 말했다. "이처럼 지금 국내에는 반드시 억울한 형을 받는 자가 많을 것입니다. 한번 살펴보소서" 세종은 즉시 오랫동안 수감되고 있는 죄수 중 억울한 자를 다시 가려내도록 명하여, 많은 수감자가 구제됐다.

본 수필의 1편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2편에서도 역시 황희 선생의 업적과 훌륭한 삶을 적어 보려 한다

2017년 11월 18일

김경렬

2017-12-12 13:35

오늘은 황희선생에대한 해박한 지식을 안겨 주셨습니다.
재미나게 배독하고 다음호를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상화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세요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서재를 자주 들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작년에 댓글을 주셨는데 일년을 넘겨 답글을 드립니다 ㅎ 날씨가 매우 춥습니다 작가님 감기 특별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1/2 23:31

백낙은

2017-12-12 21:05

작가님. 황희 선생님에 대한 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특히 "집에서 부리는 노복도 역시 하늘이 보낸 사람인데 어찌 무리하게 부리겠는가?"
이 한마디에 황희 선생님의 인품이 보이네요.
명승지 순례 잘 하고 있습니다.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김상화	백낙은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매번 답글을 늦게 들여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간 별고 없으셨는지요? 위원장님을 뵌 지도 꽤 오래된 듯합니다 무술년에는 더욱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백낙은 위원장님	1/3 00:01

김종덕

2017-12-13 21:56

김상화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황희 정승의 이야기로 우리를 깨쳐 주십니다. 어려울 때는 나라를 지키는 충신들이 있는데 지금의 우리세대는 챙겨먹는 관리들만 잇는것 같아 답답합니다. 작가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김상화	반갑습니다. 김종덕 작가님 매번 답글을 늦게 들여 대단히 미안합니다 글을 쓰면서 우리나라에도 황희 선생님같이 훌륭하신 정치가가 계셨다는 게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작가님 날씨가 점점 추워집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1/3 00:11

이석희

2017-12-15 12:56

김상화 작가님~~~
오늘은 황희 선생의 공부 시간이군요.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법한 선생님!
충신 중에 충신 또 현명하신 도덕 군자이셨지요.
좋은 공부 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을 기대합니다.


김상화	반갑습니다. 이석희 작가님 저는 글을 쓰면서 역사 공부가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훌륭하신 선인들이 많이 계셨는데 국역이 약하다 보니 명성을 날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황희 선생님도 제가 보았을 땐 세계적인 인물입니다 작가님 늘 감사합니다. 추위가 밀려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1/3 00:24

황희 선생의 훌륭한 인간애와 업적을 보면서

억새의 춤추는 비경을 장안산에서 담아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