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8-01-11 17:46

ㆍIP: 1.xxx.128

병풍바위를 보기 위해 4발로 기어오른 운악산 (운악산 제1편)

병풍바위를 보기 위해 4발로 기어오른 운악산
(기행 수필 운악산 제1편)

루수/김상화

겨울로 접어들기 시작한 요즈음의 날씨는 손발이 시릴 정도로 추워졌다. 이름도 아름다운 산울림 산악회에서 가평에 자리 잡고 있는 운악산(雲岳山)으로 등산을 가는 날이다. 말로 듣기로는 운악산(雲岳山)은 경기도에 있는 산중 가장 아름다우며 또 등산하기에 가장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난(難) 코스의 산이라고 들었다. 더욱이 운악산은 관악산, 치악산, 송악산, 화악산과 더불어 5대 악산이라 한다. 그래서 더욱 필자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5대 악산으로 꼽히는 운악산(雲岳山)은 높이가 936m이며 북쪽으로 청계산(淸溪山, 849m ), 국망봉(國望峯, 1,168m),이 있으며 동북쪽에는 화악산(華岳山, 1,468m), 명지산(明智山, 1,267m) 등의 명산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산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하얀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암봉으로 이루어진 절경이라고 한다. 그래서 운악산(雲岳山) 이라고 아름답게 이름을 지었나 보다.

아름답고도 기이한 절경을 감상하고 난(難) 코스의 산행을 하겠다는 기대와 기쁨이 머리를 가득 메운다. 그래서 찬공기를 가르며 집을 나섰다. 다행히 집에서 가까운 곳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구민회관 앞까지 7시에 도착했다. 벌써 이 산악회의 어머니 역할을 하는 세 여인이 나와 회원들이 먹을 점심과 술 등 많은 짐을 분주하게 챙기고 있다. 참 천사와 같은 세 여인 이다. 무슨 대가를 바라고 추위에 남보다 먼저 나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회원들을 즐겁게 해주고 봉사한다는 마음이 우러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오직 사명감이 없으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세 여인 중 한 분은 산울림 밴드를 운영하며 회원들의 추억을 만들 사진을 촬영하는 신인희 리더이며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국악을 하며 이 산악회 총무를 맡은 조진순님과 자영업을 하며 이 산악회 부 총무를 맡은 아름다운 장미정 님이다.

45명의 만차가 된 버스는 잠실을 출발해 가평 운악산을 향해 달린다. 얼마나 아름답고 또 얼마나 멋진 산일까? 아기자기하고 아름답기도 하며 적당히 예쁘게 보륨이 솟아오른 어여쁜 여인을 닮은 산일까? 아니다 우락부락 근육이 튀어나와 보기만 해도 위험을 느끼는 험한 산일 것이다. 머리를 총동원해 상상해본다. 둘 다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좋다. 필자는 산을 오르며 여인을 닮은 아름다운 장면을 감상하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아 온화해질 것이고, 또 남성을 닮아 험하고 위험을 느끼며 아슬아슬하게 오르는 산이면 짜릿한 감정이 솟아 오를 것 같다. 모두 기대한 것과 같다면 온화한 마음에 짜릿한 감정이 솟아올라 상상도 해보지 못한 황홀한 세계를 만들어 낼 것만 같다. 그래서 둘 다 갖추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운악산 주차장에 버스는 멈췄다. 버스에서 내려 사방을 둘러보니 6.25 전사자 유해 발굴을 한다는 안내판과 현등사(懸燈寺)에 관한 글이 큰 돌에 새겨져 있다.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에 대한 글을 적어본다. 6.25 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쳤으나 미처 수습되지 못한 채 아직도 이름 모를 산야에 홀로 남겨진 13만여 위 호국용사들의 유해를 찾아 국립현충원에 모시고 있는 국가적으로 숭고한 호국보훈 사업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된 분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국가 무한책임의 의지를 실현함으로써 전사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명예를 고양시키며 유가족들의 피맺힌 60여 년의 한을 풀어드리고 국민들에게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그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나라 사랑과 호국보훈 의식을 함양케 한다. 이에 국방부, 7기동군단, 수도 기계보병사단, 가평군이 함께 노력합니다.
이 글을 읽으며 가슴이 뭉클했다. 이렇게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하신 분들이 계셨기에 우리는 번영한 나라에서 세계를 향해 큰소리치며 살고있는 것이다. 빨리 발굴되어 가족 품으로 돌아가길 기대해 봅니다. 무명용사들의 명복을 빌고 또 빕니다.

우리는 정상까지 올라갈 A조와 현등사로 갈 B조로 분류된다. 나는 아무리 위험하다 해도 정상을 밟기로 마음먹었다.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이게 웬 횡제일까? 간밤에 흰 눈이 소복이 내려앉아 온 산을 하얗게 뒤덮었다. 아이젠을 차지 않으면 등산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천만 다행히도 아이젠을 가지고 왔다. 우리는 눈밭에 앉아 아이젠을 찾다. 드디어 올해가 가기 전에 눈 산행을 할 수 있다는 행운이 온 것이다.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도 모르게 입가엔 기분 좋은 미소가 사르르 흐른다. 아이젠을 차고 만반의 준비를 한 일행은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나무엔 하얀 눈꽃이 피어 초겨울을 아름답게 장식해 놓았다.

올라가는 길을 바위가 울퉁불퉁 튀어 올라와 걷기가 매우 힘든 산이다. 아마도 신께서는 산행하는 자들에게 발바닥을 자극해 건강을 챙겨 주려는 듯싶다. 길 양옆엔 곱게 물든 단풍잎이 떨어지지 못하고 어미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이 가여워 보인다. 바람에 날려 비행 한번 해보지 못하고 있구나! 떨어졌으면 잠시나마 행복했을 텐데 꼼짝 못 하고 매달려 있구나! 이러한 감성적인 생각에 젖어 우리 일행은 아무리 위험하다 해도 즐거움이 넘쳐 흥얼거리며 올라간다. 여기서 운악산 정상까지는 1.9km 남았다. 그런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산 밑에는 운해(雲海)가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앞에 있는 산의 골짜기는 구름이 바람에 날려 춤을 추고 그 밑으론 구름인지 바다인지 도무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평화스럽고 아름답다. 밑바닥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볼 수 없이 흰 구름이 깔려 수평을 이루고 있다. 어쩜 저리도 아름다운 풍광을 우리에게 보여줄까? 그곳을 바라보는 회원들은 와~~ 하고 탄성을 지른다. 자연이 이렇게 아름다움까지 우리에게 보여 준단 말인가? 한참을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그곳을 바라만 보고 사색에 빠졌다

눈이 덮인 하얀 산도 아름다운데, 그 산밑에는 흰 구름이 바람 부는 대로 장단 맞춰 춤을 추는 광경은 도무지 무엇이라 표현할 길이 없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우리는 정상을 향해 한발 한발 올라간다. 한참을 올라온 듯싶다. 묘하게 생긴 눈썹 바위가 나타난다. 선녀를 기다리다 바위가 된 총각(눈썹 바위) 바위라고 도 한다. 그 전설을 적어본다. 옛날에 한 총각이 계곡에서 목욕하는 선녀들을 보고는 치마를 하나 훔쳤다. 총각은 치마가 없어 하늘에 오르지 못한 선녀를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선녀는 치마를 입지 않아 따라갈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 말에 총각은 덜컥 치마를 내주었고, 치마를 입은 선녀는 곧 돌아오겠다며 하늘로 올라갔다. 총각은 선녀 말만 믿고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이 바위가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젊은 회원들은 사뿐사뿐 먼저 올라갔다. 이준태 고문과 나는 뒤에 떨어져 이곳저곳을 감상도 하고 마음껏 즐기며 올라간다. 손과 발을 모두 동원해서 4발로 기어 올라간다.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수십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아찔한 곳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살기 위해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아무리 손이 시려도 장갑을 낄 수가 없다. 장갑을 끼면 더 미끄러워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라가다 보니 이 산에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미륵바위가 저편에 자리를 잡고 우뚝 서 있다. 미륵같이 보이지 않고 기암괴석으로 묘하게 생겨 마치 하늘을 찌를 뜻 생긴 바위로만 보인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해가 안 된다. 왜 미륵바위라 했는지?

손을 호호 불며 4발로 기어 한참을 올라갔다. 병풍바위가 아름다운 풍광을 드러내며 눈 앞에 펼쳐진다. 한 폭의 완벽한 돌 병풍이다. 그 절벽의 기암괴석에는 여기저기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추운 날씨에도 기암괴석으로 생긴 병풍을 지키는 듯 푸른 청춘을 과시하며 보초를 서 있다. 돌 병풍에 푸른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병풍바위를 마음껏 감상하고 가라고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고 또 바라보아도 역시 천하의 절경이다. 이곳을 오르다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신 인도에서 온 마라하미가라는 스님에 대해 적어본다. 인도 승을 내친 병풍바위다. 옛날 신라 23대 법흥왕(514년) 때 인도에서 온 스님 마라하미가 이 산을 오르다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바위와 맞닥뜨렸는데 정신이 헛갈리고 사리를 분별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허나, 이것도 부처님의 뜻이라 여겨 바위를 오르기 시작했으나 자꾸만 미끄러졌다. 마치 바위가 오르지 말라고 내치는 듯했다. 결국, 마라하미는 바위에 오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고행하다 죽었다고 한다.

앞에는 병풍바위가 위엄(威嚴)을 드러내며 펼쳐있고 뒤에는 운해(雲海)가 고요한 바다처럼 깔려다. 사방에 솟아있는 기암괴석과 한데 어울려 웅장하고 장엄한 운악산(雲岳山)을 신비롭게 만들어 놓았구나! 역시 신께서 만들어 놓은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우리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공짜로 감상하고 간다. 자연의 오묘하고 신비로움을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되어 주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척박한 돌산으로 이루어진 이곳에서 자생하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신기하고 신비롭게 보인다. 이 역시 주님의 사랑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병풍바위를 감상하고 무사히 올라가게 해달라고 성호를 그은 다음 정상을 향해 또 올라가기 시작한다. 정상까지는 260m 남았다. 그런데 올라가는 길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른다. ㄷ자형 철로 올라갈 수 있도록 박아 놓았다. 손으로 잡을 수도 있고 발 디딤이 되기도 한다. 힘이 없어 손을 놓치면 황천길로 가고 마는 위험하고도 아찔한 곳이다. 있는 힘을 다해 마지막 피치를 올려야 한다. 그래야 정상을 밝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태 고문과 나는 서로 위로하며 조심조심 한 발짝씩 발을 옮겨 놓는다. 젊은이들은 별것도 아닐진대 겁이 난다는 것은 역시 나이 탓일 것이다. 이제 100m 정도만 올라가면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정상이다

안간힘을 다해 정상에 올라왔다. 해발 937m를 장하게 올라온 것이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큼직하게 세워놓은 표석이다. 하도 반가워 표석으로 달려가 입맞춤을 했다. 정상은 약 500평 정도 넓게 자리를 잡고 있다. 사방에서 모여든 등산객들은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그런데 정상에는 표석이 두 개가 세워져 있다. 경기도 가평군에서 세워놓은 표석은 운악산 비로봉(雲嶽山毘盧峯)이라고 큼직한 표석을 세워놓았고 포천시에서는 운악산(雲岳山)이라고 작게 새워 놓았다. 기념사진을 원 없이 많이 찍었다. 정상 바로 밑에서 회원들은 점심을 먹고 있다고 한다. 부랴부랴 회원들 있는 곳을 찾아갔다. 잠시 헤어졌다 만났지만 왜 이리 반가울까? 모두 손뼉을 치며 환영해 준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올라왔다는 것이 신기하게 보였나 보다. 빨리 점심을 먹고 이 산악회 황진남 회장과 다시 정상을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참으로 고마운 회장이다. 정상까지 올라온 것을 담아 1편을 완성했다. 2편에서는 내려가면서 보고 느낀 것을 쓸 것이다. 사랑으로 보듬어 준 산울림 가족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고 2편에서 다시 만납시다

2017년 11월 26일

백낙은

2018-01-11 20:42

김상화 작가님. 대단하십니다.
한국의 명산이란 명산은 거의 다 탐방하신 것 같아 보이네요.
유명한 명승지는 서울 근교와 강원도에 다 있는 것 같습니다만,
경상도에도 명승지가 여럿 있습니다.
특히 영남 팔경 보러 한번 오시지요. 추천합니다.
겨울 산행 더욱 조심하시고 강건하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김상화	감사합니다. 백낙은 위원장님 갑자기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특히 요즈음 독감이 매우 심하다 합니다. 늘 건강 잘 챙기셔야 합니다 위원장님 욕심 같아선 일주일에 두세번 산행을 했으면 좋겠습니다만 체력이 뒷받침 안되네요. 또 할 일도 있고요 우리나라 70%가 산이라 명산이 많이 있습니다. 200대 명산도 아직 반도 못 다녔습니다. 명산이 아니라도 명산보다 좋은 산이 많이 있습니다 좋다고 하는 산은 약 1,000개 넘을 거라 생각됩니다 일 년 동안 산행을 한다 해도 약 서른군데 정도입니다 열심히 다니다 보면 500군데 정도는 다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원장님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1/11 22:02

백낙은	김상화 작가님. 500이라! 놀랍습니다. 화이팅입니다. 건강하세요.	1/12 10:19

김종덕

2018-01-17 11:44

김상화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새해에 평안하시지요? 새해에도 전국의 명산을 다시시겠읍니다. 500곳을 다녀셨다니 가히 그 내공이 먼저 앞서 보입니다. 거기에다 역사까지 겹쳐 일러 주시니 더없이 감사합니다. 저 생각엔 등산보다는 후기의 글을 적는 것이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구경을 시켜주시니 그냥 감사할 따름입니다. 작가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김상화	김종덕 작가님 오랜만입니다 제가 년말 생사 때도 참석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뵙지를 못했나 봅니다 올해는 꼭 뵙고 따스한 차라도 한잔 나눠야 할 것 같습니다 작가님 댓글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1/1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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