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22-07-15 07:11

ㆍIP: 211.xxx.15

천관산(天冠山) 등산코스를 잘 못 잡아 오르다 보니 (천관산 제1편)

천관산(天冠山) 등산코스를 잘 못 잡아 오르다 보니
(천관산 제1편)

筆嶺/金相和

팔영산(八影山) 산행을 마치고 두 번째 산행하려는 천관산(天冠山)으로 향했다. 그때가 오후 2시였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다. 조금 허기가 진듯해서 임종구 아우에게 점심을 먹고 가자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아우는 점심 해결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빨리 서둘러야 오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곤 정신이 번쩍 든다. 우리는 천관산(天冠山)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사려고 가계를 찾았으나 도로변에 구멍가게 하나 보이지 않는다. 운전하는 아우에게 요기시켰으면 하는 마음에 가게를 찾은 것이다. 젊기 때문에 배고픔도 필자보다 훨씬 심할 텐데~^^ 그러나 천관산(天冠山) 입구까지 상점 한 곳을 보지 못했다. 이렇게 우리는 목표 달성을 위해 배를 곯아가며 강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산행하기 위해 점심도 포기했다.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는 천관산(天冠山) 입구서부터 길 양쪽엔 고깔처럼 생긴 돌탑으로 장식해 놓은 것처럼 세워놓았다. 누가 무슨 이유로 쌓았는지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우리는 이곳이 초행이라서 등산 코스를 잘 모른다. 무모하게 무턱대고 등산하겠다고 시작한 것이다. 차를 주차할 공간이 있기에 그곳에 세워놓고 무작정 올라가기 시작했다. 등산하면서 이정표를 보려 해도 없다. 처음부터 깔딱고개인 이 길이 과연 정상적인 등산 코스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올라가다 헤매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글을 쓰려면 등산하고자 하는 산에 대한 등산코스나 그 산에서 무엇을 보고 올 것인가 하는 것을 대략은 알고 가야 한다. 그래야 그 산에 관한 것을 관찰하고 그 산이 등산객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알아야 모든 내용을 충실히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관산(天冠山)은 100대 명산이라는 것만 생각하고 무작정 도전한 것이다. 필자가 생각해도 너무나 무모하게 생각하고 시작한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어찌할 수 없다. 안전하게 산행해서 좋은 결과만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가 지금 등한하고 있는 이곳은 천관산(天冠山) 문학공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문학공원답게 큼직한 돌에 시(詩)를 새겨 놓은 것이 여기저기 보인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시도 감상하고 문학에 관한 것들을 자세히 보고 가면 좋았으련만 그렇지를 못해 조금 아쉬웠다.
천관산(天冠山)은 블랙야크(BLACKYAK)에서 우리나라 100대 명산으로 선정한 산이다. 블랙야크(BLACKYAK)에서 100대 명산으로 선정했다는 것은 아름답기도 하겠지만 등산객들에게 보여 줄 것이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걷다 보니 아름다운 시 한 편이 보여 소개하고 싶어 옮겨 적어 본다.
시로 전해오는 “눈길”

그 시절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시고, 아들인 당신
어머니 품에 안겨 고이 잠드소서
이 더위 들어가고 눈 내리면
우리는 또 “눈길”을 걸으며 걸으며
임과, 임의 어머니님과, 일의 삶에 대하여
여기 춘란의 향처럼 그리워하리라
천학동의 학 울음소리도 받아 적게 되리라

“저 바다를 베고 고이 잠드소서” 2008 김영남

천관산(天冠山)은 전라남도 도립공원으로 다음과 같은 역사와 자랑거리가 숨 쉬고 있다. 천관산(天冠山)은 1998년 10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신비의 영산(靈山)이며, 사방으로 뻗은 지형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산봉이 특출한 산세를 형성한다.
천관산(天冠山)의 특징은 연대봉, 구정봉, 천주봉, 구룡봉, 환희대 등 30여 개의 기암괴석의 초점경관(焦點景觀)과 연대봉에서 바라보는 남해의 일출과 산 정상부에서 막힘 없이 다도해와 월출산, 무등산은 물론 날씨가 좋으면 제주도 한라산까지 조망이 가능하며 경관(景觀)이 뛰어난 산이다.
*초점경관(焦點景觀)= 관찰자의 시선이 경관 안의 어느 한 점으로 유도되도록 구성된 경관.

한편 천관산(天冠山) 휴양림 가는 길에는 산림청에서 천연 보호림 10-3으로 지정된 비자나무 보호림, 10-5로 지정한 동백나무 보호림의 울창한 수목 군락지가 있다.
또한 민속 마을로 지정된 관산읍 방촌리에는 국가 지정문화재인 중요 민속자료 161호의 위계환 가옥, 호남 실학의 거두 존재 위백규(存齋魏伯珪) 선생이 학문을 연마했던 장천재(長川齋)의 도 지정 유형문화재 72호, 방촌리 지석묘군의 기념물 134호, 위성룡 가옥의 민속자료 6호, 위성 가옥의 민속자료 7호가 지정되어 있으며, 장천재 인근의 옥당리에는 천연기념물 356호로 지정된 “효자송(孝子松)”이 있다.

이곳 천관산에는 한 때 불교문화가 성행할 때는 89 암자가 있었으며, 지금은 관산읍 농안리 천관사에 보물 759로 지정된 천관사 3층 석탑, 지방유형문화재 134호로 지정된 천관사 석등, 135호로 지정된 천관사 5층 석탑이 있다. 또한 대덕읍 탑산사지에는 지방문화재 자료 191호로 지정된 탑산사지 석등이 있으며 탑산사 범종은 현재 보물로 지정되어 해남 대둔사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아름다운 경관, 울창한 수목, 신비로운 기암괴석과 많은 역사, 문화유적이 존재하는 이곳 천관산이 전국의 자연공원 중에서 가장 훼손되지 않은 자연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재가 있고 보물이 있으며 기암괴석이 산재해 있는 아름다운 산을 보기 위해 등산을 왔다. 나로서는 하루에 100대 명산 두 군데를 다녀온다는 것은 대단히 무리인 줄 안다. 그러나 시간상 자주 올 수 없는 곳이고 또 수백 리 길을 왔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무리수를 둔 것이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길은 계속 깔딱고개다. 하도 힘이 들어 잠시 누었다 가고 싶은 마음도 든다. 아무리 걸어도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 마음이 답답하다. 혹시 길을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한다. 그때 임종구 아우가 부러울 정도로 부지런히 걸어 올라간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내려와 빙그레 웃으며 정상 가는 곳을 알았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필자는 힘이 솟아오른다. 속으로 겁이 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 찰나 가뭄에 단비를 내리듯 희망의 말 한마디가 용기를 북돋아 준 것이다. 천만다행이로군 하며 긴 한숨을 토해내니 가슴이 후련해진다.

이렇게 아우의 말 한마디에 용기를 내어 올라가니 능선이 나온다. 능선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았다. 사방이 확 트인 능선은 시원한 바람까지 안겨준다. 역시 노력하는 자는 하늘도 도와주는가 보다. 능선의 좌측을 바라보니 하늘로 높이 솟아오른 몇 개의 바위기둥이 여기저기 보인다. 저 바위기둥은 하늘이 너무 높아 더는 올라갈 수 없어 그친 것일까? 또는 하늘이 얕아서 더는 올라갈 필요가 없다고 멈춘 것일까?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신비로워 보인다. 아마도 등산코스가 저곳을 거쳐 이곳으로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신이 빚은 저 아름다운 돌기둥을 가까이서 보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저 돌기둥이 대세봉(大勢峯)이라고 한다. 이 멋들어진 돌기둥은 관음봉(觀音峯)의 위쪽에 있으며 가장 높은 봉우리라고 한다.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서 보고 싶은 충동이다. 여기까지 와서 저렇게 멋들어진 돌기둥을 가까이서 보지 못함이 안타깝다. 그러나 시간이 없어 갈 수가 없다. 큰 벽(壁)이 기둥처럼 서서 하늘을 찌르니 보기에 늠연(凜然)하여 가히 우러러보지 못하며 나는 새도 능히 오르지 못한다고 하니 그 높이가 상상된다. 이 돌기둥을 문장봉(文章峯)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은 천관산 자연휴양림을 통해서 올라와야 한다.
*늠연(凜然)= 엄숙하다. 위험이 있고 당당하다. 사람들이 숙연하게 존경심을 일으키게 할 만한 모습을 말한다.
천관산 제1편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제2편에서는 정상의 아름다움을 그려낼 것이다.

2022년 6월 2일

천관산 정상에서 바라본 장흥 땅끝마을의 풍광 (천관산 제2편)

팔영산 정상 깃대봉에서 바라본 세상은 (팔영산 제4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