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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purple01_next.gif경규민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경규민
ㆍ작성일 2013-12-28 19:18
ㆍIP: 122.xxx.43
정발산에서 본 이야기


 巨松/경규민

 
"이제 들어가거라, 어서 ----"
손을 잡고 있던 어린 아이가 손을 흔들자 안아주며 볼을 쓸어주고는 뒤 돌아보며 발길을 옮긴다.
"아버지 예, 어머이 안녕이 가이소. "
애기엄마가 재빨리 엄마의 주머니에 무언가 넣어주며 하는 소리다.
"예야, 나 차비 있다.  진섭이 과자 사 주거라, "
"아니라 예, 얼마 안 됩니더. 어서 가이소. 또 오시라 예."
"오냐, 오냐, 어서 들어가라는데----"
계단 손잡이를 붙잡고 전철역으로 내려가는 아버지. 어머니를  바라보는 애기엄마의 얼굴에는 눈물이 비친다.

“아버지, 어머니 건강히 오래 오래 사이소. 예전과는 다르게 주름살도 많아지셨고 허리도 이제 많이 굽으셨는데--
못처럼 먼 곳에서 딸 내 집이라고 찾아오셨는데 대접도 제대로 못해드리고--
아버지, 어머이 예, 죄송합니다.
걱정 안 끼치고 잘 살게 예.“
얼마 되지 않는 농토, 텃밭일구면서 힘들게 공부시켜주셨는데 효도 한번 못해드리고  ---- - 죄송합니다."
아마 이런 마음으로 가시는 노부모님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전철에 오른 노부부는 바로 내 맞는 편 좌석에 앉았다.
딸애가 있는 쪽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눈을 지그시 감는다.
어머니는 몇 번이고 깜깜한 전철 창문을 바라보다가 손가방을 한번 챙기고는 옆에 앉은 남편 팔짱을 끼고는 역시 지그시 눈을 감는다.
" 잘 살기라. 애들 정성 드려 잘 키우고 착한 김 서방 잘 위 하거라. 그래야 사랑 받는 거란다..“
자랄 때 남에 집 애들처럼 호강 도 못 시켜주고 ------ 애비, 엄마노릇 제대로 한 게 없는데 건강히 반듯이 잘 자라서 그만큼 살고 있는 건 만도 이 애비, 엄마는 고맙데이. 고맙고 말고---"   아마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고 있었으리라.
그 모습을 바라본 나 역시 왜 그렇게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지----
춘천에 살고 있는 딸애네 갔을 때가 떠올린다.
아마도 우리세대를 살아온 사람들, 육이오를 겪은 아버지 어머니들의 공통적 생각이 아닌가 싶다. 너나없이 힘든 삶이었으니까---

정발산역 근처에 가면 늘 그 모습이 떠오른다.
노부부와 맘씨 곱고 예쁘장한 그 애기엄마가
"건강하시지요? 애기엄마? 애기 잘 크지요? 
부모님은 자주 찾아뵙지요? 아니면 자주 전화라도 하는 거지요?
세월은 자식이 부모님께 효도 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를 않으니 말입니다.
어느 중년 노신사가 한 번 본 연으로 오늘도 이곳을 지나다 안부를 전한 다오.
잊지 못하고




이름아이콘 주응규
2013-12-28 19:57
회원사진 		좋은 글이 있어 마음 따스히 녹입니다
나 흘 남짓 남은 올 한해 끝자락
오늘이 가장 춥니다네요
옷 따스히 입으시고
2013년 마지막 주말 뜻 깊게 보내십시요^^
   
이름아이콘 경규민
2013-12-28 20:35
 들려주셨군요. 감사합니다.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하군요.
건강유의하시고 오는 새해 건필 향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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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영합니다 admin 201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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