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경규민
ㆍ작성일	2014-01-07 21:03

ㆍIP: 122.xxx.43

딸이게 쓰는 편지

巨松/경규민

네가 벌써 30이 되었으니 시집을 갈 때가 되었구나!
그래서 그런지 오면, 가면 시집 장가보낸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 리고 때로는 주위 청년들을 유심히 바라볼 때가 있단다.
짝을 찾는다는 것, 배필을 만난다는 것,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이냐 만은,
이 아빠는 네 사위 감으로
우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면 좋고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대화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고
때로는 맞다 싶으면 다소의 고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고
나서서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남의 말에 귀담아 들을 줄 아는 사람이면 좋고
재산은 넘치지는 않아도 때로는 남에게 다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면 좋겠고
키는 너 보다는 크고 이 아빠보다는 살이 좀 찐 사람이면 좋겠고
웃음이 늘 넘치는 그런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면 좋겠고
나아주고 길러주신 부모의 은공을 늘 잊지 않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구나!
물론, 너무 지나친 욕심인지 모르지만-----
아빠는 너를 시집보내야겠구나 하면서도 걱정이 크단다. 시집보내면 네가 퍽이나 보고 싶겠지
한편으로는 “시집가서 탈 없이 잘살아야 할 텐데” 하는 걱정 또한 없지 않단다.
요즘 신세대들은 개성이 뚜렷하고 부모님께도 할 말 다하고 사는 세상이라니 단견이지만 옛날만큼 가정적지는 못하지 않나 싶다.
이는 현 사회가 주는 문명의 이기에도 원인이 있을 수 있겠고 너무도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구조 현상으로 빚어지는 문제일 수도 있겠지.

남과 남이 만나 평생을 살아가는데 매일 매일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 때로는 다툼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돈 문제로,
때로는 가족 문제로, 때로는 친구 문제로,
때로는 과음 때문에,
때로는 남편의 친부모의 무관심 내지는 섭섭함 때문에,
때로는 친인척 때문에 때로는 직장일 때문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들이 행복을 시샘하며 도처에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부부 싸움은 양쪽에서 해야 싸움이 되는 것이지 어느 한쪽이 참으면 싸움이 되지 않는다,
엄마 배속에서 나온 형제들도 각기 성격이 다르고 일란성쌍둥이도 생김새도 성격도 다른데 하물며 남남이 만나 사는 것인데 어떻게 한결같을 수가 있겠니?
자고나면 친 가족 형제보다도 피하나 안 섞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사회생활이고 인생인데 어떻게 모든 것이 마음에 맞겠니?
나아준 친 부모도와도 어느 때는 의견 충돌이 있는데 어떻게 시집식구들과 의견 대립이 없겠느냐 만은 모든 것은 네 몫이다.
항상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남자는 거의 밖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에 신경을 써야만 한단다.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생활하므로 해서 거기서 파생돼는 문제가 가장 많겠지. 항상 서로가 이해를 하고 감정이 나타날 때는 참고 있다가 감정이 수그러들면 조용히 의견을 나누는 지혜가 필요하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호젓한 공원을 거닐면서 또는 영화를 보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남편 말만 듣다 보면 식구들과 소원해 질 수 있고 그것이 쌓이면 서로의 대화 통로가 막히게 되고 그러다보면 남편과도 의견 충돌이 잦게 되고 가정이 시끄러워 질 수 있겠지.
옛말에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복을 불러오고 질 그릇 깨지는 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화를 불러온다고 했단다.
며느리로서 항상 중심을 잡고 베풀면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참아가면서 시부모님께 효도하고 남편에게도 사회생활 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요것조것 잘 챙겨주고 살림 알뜰히 하다보면 불화가 있던 가정에 웃음이 깃들게 되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가지. 며느리가 잘 들어와야 그 가정이 바르고 번창 한다고 했단다.

남자는 아내가 사랑스러우면 처갓집 말뚝을 보고도 절한다는 옛말도 있단다.

혹 괴로울 때가 있으면 부부싸움이랑 할 것 같으면 서로가 만났을 때를 생각해라! 어렵게 만났던, 쉽게 만났던 간에 아름다운 연의 추억이 아니겠니?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면서 너희들 보다 불행한 사람들을 생각해라!
시장에서 막노동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저녁이면 꽁치 한 마리라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 사람들을 생각해 보아라!
부모님 일찍 여이고도 꿋꿋이 살아가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생각해 봐라
시골에서 힘든 농사일로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해 벌써 늙은 할머니가 되어버린 이모님을 생각해라!
아빠가 빗 보증을 서주어 채권자들로부터 온 식구들이 고통 받으면서 돈까지 날렸던 그때를 생각해라!
봉급봉투를 받아 가계부 옆에 놓고 이 궁리 저 궁리 하며 어렵게 살림 살아온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봐라.
그리고 너를 나아 애지중지 길러준 엄마 아빠를 생각해라!
다른 것 바라지 않는다. 그저 남부럽지 않게 행복하게 잘 살아주기를 늘 기원 할 꺼다.
시집 쪽에서 누구인가 “집에서 뭘 배웠니! 네 집에서는 그렇게 했니?”하는 등의 소리를 듣는다면 엄마 아빠는 무척이나 마음 아플 것 같다. 시부모님 공경 잘 하가라.

우리 맏사위야!! 우리 딸 고생시키지 말고 눈물 흘리게 하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 주게!
여자가 혹 잘못해도 너그럽게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남자라네! 때로는 이해 못할 트집도 잡겠지. 때로는 남들과 비교하며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는 말장난도 하겠지, 어느 때는 식구들 흉도 보고 불평도 하겠지. 어느 때는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앙탈도 부리겠지.
자네는 남자이네. 오죽하면 여자는 수염이 안 나겠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라고 가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큰일은 못하는 걸세!!!!
어차피 결혼은 남남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니 부족한 것은 서로 채워가면서 살아가는 거라네!!!
자네는 가장 기초적인 원초적인 사회 공동체의 장으로서 가정을 만들고 이끌어갈 책임과 의무가 있는 거라네! 명심 하게나!
우리 큰 아들, 맏사위! 언제고 오게나! 항상 술은 마련되어 있으니-------------
네 남편 될 사람을 찾지는 못했지만, 장인, 사위가 술상에 마주 앉아 이런 저런 예기 나눌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지는 구나!!

아마도 이 아빠도 반평생을 넘게 살아왔으니 남들 아빠처럼 손주 놈이 기다려지니 보다.
세월이 가도, 남들은 다 늙어도 이 아빠만은 항상 젊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사랑하는 딸아! 너의 천생 배필이다 싶은 사람을 만나거든 주저 말고 집으로 데리고 오너라.
이제부터 이 아빠도 네 짝을 찾는데 시간 투자 좀 하련다.
널 위해선 무얼 못 하겠니!!!!

사회생활의 대기선에 선 아들아!!

정발산에서 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