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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경규민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경규민
ㆍ작성일 2013-12-27 13:24
ㆍIP: 58.xxx.2
자네가 부럽기만 하네

巨松/ 경규민


얼마 전 불광동에서 근 20년 만에 전방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기이자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뜨겁게 포옹을 하며 밀고 당기면서 인근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마주앉아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 친구 갑자기 길게 한숨을 내쉬며 들었던 술잔을 내려놓고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아니 이사람 갑자기 왼 한숨을 ---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는 건가 ?”
다시 술잔을 들어 남은 술을 마시고는 내게 술잔을 권한다.
“여보게 친구야, 난 요즈음 세상 살 맛이 안나. 모든 것이 귀찮아. 어디론가 멀리 멀리 떠나고 싶은 심정일세.”
“아니 무슨 일이기에--- 다 나이가 들면 그런 생각은 한 두 번은 해 보는 게 아닌가? 그런데 무슨 일인가?”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마시더니 “어머님이 빨리 돌아가셔야 하는 데 아직도 살아 계시다네 ” 하는 것이었다.
나는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으면서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돌아가셔야하다니---”
그 친구 이야기다.
“금년이 아흔 다섯이신데, 사실은 수년 전부터 거동을 못하셔서 수발을 들고 있다네. 너무 힘들어. 이제 지친 기분이일세. 사람 오는 것도 싫고 일가친척 이웃사람들한테 인사 받는 것조차도 짜증스럽다네. 모셔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네,  좀 심한 표현 같지만 말일세.”
“음 그랬구먼. 그래, 참 힘들겠네. 1- 2개월도 아니고 수 년 동안 거동 못하시는 노모를 모신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나?  참 고생이 많겠네. 모임에도 볼 수 없어 몹시 궁금했는데 --------”
얼마동안 술잔 만 오갈 뿐 서로 말이 없었다.
나는 불현 듯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나서  
“ 여보게 친구야! 그래도 난 말이야 자네가 부럽기만 하네.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어”
너무도 뜻밖의 이야기라는 듯이 이 친구 갑자기 반쯤 숙였던 고개를 들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 어머님은 마일세.육이오 때 우리 아버지와 생이별 하시고 근 50평생을 오늘일까 내일 일까 기다리시다가 외롭게 쓸쓸히 가시고 말았다네.
군에 있다는 이유로, 바쁘다고, 멀리 있다고 편하게 핑계대면서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효도 한번 해 드리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보내드리고 말았다네.
마치 직업군인이라는 것이 면죄부라도 되듯이 말일세. 내가 어쩌다 찾아뵈면 늘 차 조심 하라, 과음 하지 마라, 너무 늦은 시간에 다니지 마라 등 등 잔소리 같은 말씀을 하셨다 네. 마치 어린 자식을 타이르듯 말일세.
부모는 환갑이 지난 아들도 어린애로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그런 어머님의 인자하신 모습을 볼 수도 없고 그런 말씀을 들을 수 없게 된지 이미  오래 되었다네.
어머님을 부르고 싶어도 이 세상에 계시지 않고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네.
그래도 자네는 오늘도 내일도 차 조심하라, 일찍 들어 오거라 하며 고 늘 염려해 주시는 어머님이 계시지 않나! 어머니! 하고 달려가 끌어안아 드릴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난 자네가 부럽다는 말일세.
자네 아들딸들이 정성껏 노모를 모시는 자네의 그 모습을 보면서 훌륭한 아버지라고 얼마나 자네를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겠나!
효자 집에 효자 난다는 말 도 있지 않나 이 사람아! 자 술 한 잔 더 받게나.“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저녁때가 겨웠기에 식사를 하고는 헤어졌다.
진심으로 부모가 빨리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자식들이 어디 있겠느냐 만은 오죽 힘들면 그런 소리를 했을까.  집으로 오면서 너무도 오랜 만에 만난 친구에게 심한 말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일 전화나 해 줘야겠다.
“친구야!!! 미안하다. 그러나 진심으로 난 자네가 부럽기만 하네.
자네는 나처럼 훗날 후회나 하는 못난이는 아니지 않겠나?“ 하고,
오늘따라 어머님이 너무도 보고 싶다. 내일 산소나 찾아가 잡초나 뽑아드리고 옛날이야기나 들려달라고 해야겠다. 염치도 없는 불효자식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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