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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경규민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경규민
ㆍ작성일 2023-06-25 12:04
ㆍIP: 211.xxx.183
노을 빛 연가

巨松/경규민

살짝 손을 흔들며 여기!
오래 기다렸어?
아니, 지금 막,
그간도 잘 지냈지?
그럼, 차 주문하자 카푸치노?
OK
내 친군데 어때?
어디? 연예인 못지않은 차림새네! 개성 있다. 나쁘지 않아. 옷차림새며 머리 모양이며 얼굴화장이며, 젊은이들이 많이 하고 다니는 모습이네. 옛날로 돌아가 보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 한두 번 안 해 본 사람 없겠지만, 나도 어릴 적 학창 시절로 돌아가 봤으면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하지
개성대로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친구들 모임에서 핀잔을 많이 듣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 나이에 무슨 핀잔을,
자기 이런 스타일 좋아하는구나!
별로지만, 자기 오늘 코트에 머플러 모자까지 아주 잘 어울리네. 나야 당신 스타일이 더 좋지 다 자기 좋을 대로 살아가는 거지 뭐  
이슬비가 간간이 내리는 오후 우리가 찾아간 카페는 그런대로 손님이 많은 편이었다.
2층 조용한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차창에 흘러내리는 물줄기들이 그럴듯하게 수채화를 그려낸다
우리는 늘 차를 마실 때는 가볍게 찻잔을 부딪치곤 한다
날씨 탓인지 오늘따라 커피잔에 찾아든 그간의 그리움이 은은하고 향기로운 맛을 더 우려낸다.
자기 참 멋지더라. 아주 돋보였어. 온화한 모습!
뭐가? 무슨 소리야?
일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올 때 말이야 카운터에 앉아 있는 분에게 “잘 먹었노라고” 공손히 인사했잖아 아마 사장 같은데, 앞서 나간 사람들과는 달리 벌떡 일어나 현관 밖까지 따라 나와 “고맙다고, 또 오시라고”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까지 했잖아? 언행은 품격의 표현이거든? 듣는 사람에게나 보는 사람에게나 그만큼의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라 난 생각해.
내가 존칭을 사용하는데, 상대가 비어(卑語)를 쓰는 경우는 별로 없잖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난 또 무슨 소린가 했네. 어릴 때부터 몸에 익숙해져 있어.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거든 “인사할 때는 누구에게나 공손히 해야 한다고”  
참 멋있었어. 그래서 내가 자기 좋아하잖아. “피” 웃는다
벗었던 코트를 뒤에서 살며시 걸쳐 주며 손을 잡고는 카페를 나섰다.
전철로 향하는데 마침 길옆이 바로 재래시장이다.
우리 빈대떡 한 판 먹고 갈까? 나 먹고 싶어
그래, 좋지, 비도 오고,
그녀가 좋아하는 빈대떡과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그야말로 낭만적이다.
싸한 맛이 기분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다.
한 잔 더하고 싶어 자기와 마주 앉아 술 마시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잖아?
나는 괜찮지만, 취하면 어쩌려고.
염려하지 마. 딱 한 병만 더 하자.
고급 와인도 아닌데, 비록 허술하고 비좁은 재래시장 빈대떡집이지만 분이기와 그 맛은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았다.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인다.    
우리 나가서 우중에 좀 걸어볼까? 데이트 한 번 하자고  
빠짝 붙어 좁은 우산을 쪼개 쓰고는 멀리 돌고 돌아 전철 역으로 향했다.
그야말로 우중의 데이트!
이 나이에도 느끼는 감정은 옛날이나 진배없었다.
볼그레 해진 그녀의 얼굴은 더욱 예뻐 보였고 아니 귀엽게 보였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에서 한 포옹은 전보다는 서로가 적극적이었다.
꼭, 너무도 꼭
그러고는 이마에 살짝 입맞춤했다.
눈을 감고는 잡은 손으로 나를 더욱 꼭 끌어당긴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로 발길을 돌려야 할 시간이다
양방향으로 손을 흔들며 해어졌다.
오늘도 여지없이 소중한 추억을 생산하여 마음 깊숙이 똬리를 틀게 했다.
한 켜가 더 쌓아졌다.
나이를 초월하는 우리의 만남,
다음에는 어떤 부류의 추억거리가 낚시에 매달려 올지 기대를 건다.  
이름아이콘 정연석
2023-06-25 19:25
회원사진 		존경하는 경규민 작가님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작가님 거의 10년만에 작가 서재에 글을 올리셨네요
이제 작가 서재가 활기를 찾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열심히 심독하겠습니다
작가님 무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름아이콘 박희홍
2023-06-26 16:30
회원사진 		존경하는 巨松 경규민 시인님

’살짝 손을 흔들며 여기!
오래 기다렸어?
아니, 지금 막,
그간도 잘 지냈지?
그럼, 차 주문하자 카푸치노?
OK
내 친군데 어때?
어디? 연예인 못지않은 차림새네! 개성 있다‘에서
벗과의 진한 정겨움을 느낍니다.

더 세월이 가기 전에 그분과
’노을 빛 연가‘를 즉기는 시간을 자주 가지시고
노년을 아름답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는가 봅니다.
장마에 작은 피해마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크나큰 욕심이겠지만
그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늘에 비손해 봅니다.

남은 유월 마무리 잘하시고
성하의 계절에 강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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