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경규민
ㆍ작성일	2014-08-13 15:16

ㆍIP: 125.xxx.54

그게 첫 사랑이었나

巨松/경규민

일산 신도시에 있는 00초등학교를 다녔다.
당시만 해도 전교생이 4-500명 정도의 그야말로 조그마한 시골 촌 학교였다.
특히 6.25를 막 겪고 태어나서인지 우리 반은 1개 반 밖에 되지 않았다. 56명으로 기억이 된다.
그런데 그중에서 1등은 늘 순영이라는 여자 어린이가 도맡아 했다.
나는 어린마음에 늘 부러워하고 친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 여자 친구는 내가 생각하는 것 만 큼 나를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나도 반에서는 그래도 공부 잘하는 편에 속했는데----
난 그 여자 친구 옆에만 서면 왜 그리 어깨가 움츠러들고 고개를 들지 못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간다.
순영이 옆으로 빙빙 돌면서도 말을 제대로 걸어보지 못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공연히 미운 마음도 들었다.
아마도 공부를 너무 잘해서 생긴 시기심, 나를 멀리하는 것 같은 질투심 아니였는지 모르겠다.
전교생이 일제고사를 보았는데 순영이가 역시 1등이었다.
항상 동경의 대상이면서 한편으로는 한없이 미워하고 한편으로는 하루라도 못 보면 못 살 것 같았고---
4학년 가을 이였다.
군 내 초등학교 대항 글짓기 대회기 있었는데 나와 순영이가 학교 반대표로 뽑혔다.
고양군(지금은 고양시)에는 당시 초등학교가 14개교가 있었는데
아마 덕은 초교에 모여 글짓기 대회를 한 것으로 기억이 희미하다.
뒤 섞여 앉자 글짓기를 했는데 나는 순영이가 어디에 앉자있는지 가끔 고개를 돌려 찾아보았지만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회가 끝나고 인솔 선생님과 함께 학교로 오면서 선생님의 지시로 손을 잡았다. 서로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어렸지만 짜릿한 그 기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고의적으로 손을 조금씩 흔들며 기차역으로 걸어가 기차를 탔다. 우리 둘이는 역시 손을 잡은 채로 자리에 앉았다.
순영이도 싫지는 않았나보다.
차창 밖을 보며 재재대던 즐거움도 짜릿함도 잠시 학교에 도착하고 말았다.
며칠이 지나 글짓기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입상해서 조회 때 상장을 받는다고 담임선생님이 귀 뜸해 주셨다.
우리 학교에서 6명이 참가했는데 나만이 입상을 했다는 것이다.
전교생이 모인 조회 때 상장을 받았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으랴!!
교실에 들어가니 담임선생님이 단상 앞에 날 세우시더니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셨고 반 어린이들도 모두 박수를 처 주었다. 순영의 모습을 가만히 보는 순간 그만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순영이도 빙그레 웃으면서 연신 박수를 쳐 주었다.
나는 내가 상을 받은 후로는 나도 모르게 가슴을 펴고 고개를 반쯤 하늘로 향한 체 순영이 곁으로 일부러 자주 다가가곤 했다.
글짓기대회가 있던 날 손도 잡아 봤고 기차 안에서도 함께 앉아보아서였는지 구면(?)이 되어 예전과는 달리 말도 걸어보면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글짓기 만 큼은 내가 이겼다는 그런 소박한 생각에 자부심을 가졌었나보다.
그런데 얼마가 지나고 순영이가 서울로 전학을 간다고 우리들 앞에 서서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생각하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순영은 약간 눈시울이 뜨거워져 손으로 눈물을 닦던 모습이 생각난다.
나는 중간 정도에 앉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나서 얼른 손으로 닦은 기억이 난다.
순영이와 나는 4학년 늦은 가을 이렇게 이별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이따금 생각이 났지만 만날 수 도 없었다. 세월이 점점 지나면서 내 사랑(?)도 식어갔는지 이따금 생각이 나다 아예 생각조차도 나지 않았다.
십 수 년이 흘러 내가 장교가 되었을 때 초등학교 모임에서 우연히 순영 이야기기 나왔다. 한 마을에서 자란 명숙이, 영순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K여고와 S대를 나와 모교에서 교수가 되어 근무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는 것이었다.
어릴 때 그를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또 10 수년이 지나서였다.
순영이가 병으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순영이 오빠의 전화번호를 알아 전화를 했더니 내게 살짝 알려준 내용이다.
결혼도 못하고 조카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전화번호는 알려주지를 안아 전화를 통해보지 못했다.
또 그로부터 10수년이 지나 단양으로 초등학교 야유회를 갔는데 순영이가 어릴 적 동내 친구를 따라 참석한 것이 아닌가!!!
너무도 반가웠다. 다행이도 나도 순영이를 알아보고 순영이도 나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너무도 야왼 그녀의 모습에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2-3일에 한 번씩 통원치료를 해야만 하고 누군가가 옆에 꼭 있어주어야 한다고 한다.
함께 걸으며 그간의 많은 이야기 나누고 싶었지만 힘이 들어 쉬어야겠다고 버스 안으로 데려다 달라고 한다.
이내 잠이 들어 버린다. 너무도 힘들어 보였다. 어릴 적 친구를 만난다는 기쁨에 오기는 했지만 무리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왜 하필 네게 그런 몹쓸 병이 찾아왔니?
제 친구 교수들은 벌써 처장을 하고 있다고 울먹이며 부럽게도 원망하던 순영!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다던 순영!
그렇게 우리는 잠간의 만남이지만 수 십 년 만남 못지않게 그리움을 가시고 또 혜어 졌다.
더 없는 아픔을 함께 하면서,
지금도 내 마음 한구석에는 어릴 적 추억으로 고이 남아있는데--
순영아 보고 싶다. 건강은 어떤지------

김유경

2014-10-03 20:15

`경규민`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눈물겨운
아슬 아슬한 러브스토리
슬프고도 가슴이 시려오네요-


경규민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구요. 마음 아프지요 퍽이나---	10/19 16:07

김주선

2014-10-01 12:07

아름다운 계절, 좋은글 많이 쓰시고 행복한 시월 보네십시요. 작가님!^^


경규민	환절기 건강유의하시고 늘 즐거운 시간되시기를 --- 감사합니다..	10/19 16:07

류향진 2016-12-03 20:47	첫사랑, 아파요. 그래서 두고두고 피어나는지도 모르죠. 콕콕 찌르면서, 떠나지도 않고ᆢ 아름다운 겨울 느낌이네요 .

이렇게 보내야하나!

오해와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