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경규민
ㆍ작성일	2014-02-19 09:37

ㆍIP: 122.xxx.43

부끄럽던 내 자화상

짚 차로 갑시다.
아니, 택시로 갑시다! 자 나갑시다.
거의 20여분을 기다려도 택시를 잡을 수가 없었다. 건장한 외국인 3명과 함께 서 있으니까 간혹 처다 보며 그냥 지나가는 택시기사도 있었고 마침 퇴근시간이라 더욱이 택시 잡기가 힘들었다.
하는 수 없이 짚 차를 타고 시내로 나왔다. 어디다가 주차를 시켜야 할지 문제였다.
당시만 해도 반미 감정이 많았던 터라 혹 차 유리창이라고 갤까봐, 타이어 바람이라도 빼 놓을까봐 걱정이 되어 택시를 이용하려 했던 이유도 조금은 있었다.
다행이 미 문화원에 주차를 시키겠다고 해서 걱정을 덜었다.
페이트 중령? 무었을 드시겠소? 내 오늘 한식으로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
잠시 셋이서 의견을 나누더니 중국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다.
내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지도 않은데 무슨 중국음식을 ---- 하고는 다소 부담을 느끼면서 중국집으로 갔다. 마침 문화원에서 200M 정도의 거리에 깨끗해 보이는 중국집 하나를 발견하고 그리로 갔다.
“오늘 정말 고맙소! 멋지게 시범사격을 해주었소.”
“ 국산개발 장비나 우리 장비나 차이가 전혀 없었소. 성공이었소”
거의 1- 2년 연구 끝에 완성된 국산장비를 미군장비와 성능시험을 해주기 위해 동두천에서 광주까지 온 것이었다. 3일 후면 귀국하는 페이트 중령이 고맙게 느껴졌다.
당시 탄환 1발에 거의 100여 만 원이나 되었는데 10여 발씩이나 가지고 와 국산 장비와 함께 성능 시험을 해 준 것이다. 시험의 성공으로 곧 실전에 배치될 예정이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을 내가 사기로 사전에 약속을 했었다.

고급 중국음식은 무척 비싸다는데 이 친구들이 내 주머니 사정도 모르고 비싼 음식을 시키면 어떻게 하나 하고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말하자면 송별 파티(?) 인데 자장면, 탕수육 같은 걸 시켜 줄 수는 없고,
“주문합시다. 무얼 드시겠소?”
“자장면 좋습니다.” 3명이 모두 자장면을 시키는 것이었다.
“오늘은 내가 대접한다고 했지 않소? 자장면 말고 다른 것으로 시키시오?”
이 친구들이 내 주머니 사정을 알고 그러나? 다소 안심을 하면서 자신 있게 다시 다른 것을 주문하도록 이야기 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팔보채, 라조기를 추가로 시켰다.
젓갈 질이 서툴렀지만 그런대로 입가에 묻히면서 자장면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추가로 시킨 음식은 별로 먹지도 않고 배가 찼다는 것이다.
여러 번 강요하는 것도 무례라 싶어 내가 좀 먹고는 절반 이상을 남긴 채로 중국집을 나와 인근 다방으로 갔다.
인삼차를 시켜 마시면서 페이트 중령은 “정말 잘 먹었소. 평소 자장면 이야기를 듣고 먹고 싶었는데 혼자 갈 수도 없고 해서 못 먹었었는데 오늘에야 소원을 풀었소. 정말 잘 먹었소. 귀국해서도 내 잊지 않겠소.
혹 미국에 오면 꼭 연락 해 주시오. 내가 시간을 낼 수 없으면 우리 가족이라도 시켜 관광을 시켜드리겠소이다. 정말 고마웠소” 하는 것이 아닌가.
자장면 한 그릇 얻어먹고 왜 그리 과잉 인사인가? 싶었다. 쑥스러울 지경이었다.
한국말을 잘은 못했지만 거의 알아들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한국에 몇 번 온 적은 있지만 근무는 2번째라고 했다.
고향은 텍사스 주인데 바다낚시에 굉장한 취미를 가지고 있고 낚시도구만도 수백 여 종으로 시가로 따지면 수천불이 된다고 자랑을 털어놓았다.

생맥주 한잔 더 하자고 권해 봤지만 피곤해 자야겠다고 했다.
다방을 나서자 캐리 중위가 짚 차를 어느새 끌고 와 대기 하고 있었다.
나를 숙소까지 태워다 주고는 다시 몇 번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건네고 어둠 속을 사라져 갔다.
숙소에 누어 오늘 일을 곰곰이 생각하니 내 자신이 너무도 부끄럽고 한심스러워 원망스럽게 까지 느껴졌다.
택시는 무슨 놈의 택시란 말인가! 대중버스를 태웠으면 더욱 의미가 있었을 텐데, 돈도 없으면서 그 친구 들이 시키지도 않은 음식까지 시켜 먹지도 않고 남기고 -------------
위신? 체면이 밥 먹여주나? 얼마나 흉을 받을 까? 하는 생각에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고급 요리보다는 간소하지만 꼭 먹고 싶은 음식을, 즐겁게 대화하면서 먹는 그들의 음식문화는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본받을 만하지 않는가?
저러한 근검 절략이 오늘의 부강한 미국을 만든 기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들과는 문화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비위에 거슬리는 것들도 많이 있다.
사적으로는 책상에 걸터앉아 상사와 거침없이(?)이야기 하는 모습! 아무데서나 남이 보던 안던 끌어않고 사랑 표시하는 것! 너무도 융통성이 없고 원리원칙적인 것, 한번은 훈련을 하는데 입구가 두 곳이 있었다.
한곳은 타 부대에서, 외국에서 증원 되어온 군인 출입하는 곳이고 한곳은 부대에 근무하는 지정된 군인들이 출입 하는 곳이었는데 타 부대 한국군 고급장교와 초병이 출입문제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무 문으로 출입하면 되지 먼 곳에서 왔는데 지정된 문으로 돌아 들어가라고 하느냐”고.
고급장교인데 너무 하구나 한 는 생각이 든 적 도 있었다,
단점이면 단점이고 그들만의 장점이면 장점이겠지만 우리로서는 눈에 거슬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
미군 병사가 택시를 발로 차면서 택시기사와 다고 싸워 문제가 발생했다는 등의 소리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차가 멈춰서 좌우 걷는 사람을 확인해야하는데 우리는 차가우선 아닌가?
이러다보니 미국병사는 자기를 해하려 했다고 대드는 것 이다. 이렇게 문화적, 생활 습관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더러는 있지만, 분명 그들은 우리보다는 선진국이요 잘사는 것은 사실 아닌가? 좋은 것은 받아드리고 나쁜 것은 버려야 하지 않겠나!.

만약 내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택시를 잡지 못해 버스를 타고 시내를 나갔다면 어떠했을 까?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함께 먹었다면 어떠했을까?
식사가 끝나고 소주 집에 가서 술대접을 했다면 어떠했을까?
다소 술이 취한 후 모텔에 데려다 쉬고 가라고 했다면 그 친구 어떠했을까?
아마 그 친구는 동내 방내 만나는 친구들한테, 아니 전화를 해서 야 규민이 그놈 참 의리 없는 놈이다. 형편없는 놈이다.
내가 오랜만에 그곳에 가는 길에 연락해서 만났지 않니? 그런데?
야 제 차도 있을 텐데 만원 버스에 나를 태우고 중국집으로 가더라고? 그래가지고? 듣고 있는 친구 녀석들도 궁금해서 박자를 맞춰주겠지?
자장면을 시켜 주는 거야! 자장면을! 이런 자식이 어디 있니?
그뿐인 줄 아니? 그 다음 술집 가서 소주 한 병 사주고 여관방에 밀어 넣고 사라지더라고!
야! 그 친구가 그랬다 말이지??!! 친구 몇 명은 계속 궁금하겠지.
그런 놈이더라고!!!!!!!!!!
야! 그래도 그럴듯한데 가서 식사 좀 하고 소주집이 던 양주 집
이던 2차가서 한 잔 꺽고 그다음 3차로 생맥주 한잔하고 마지막 모텔이던 호텔에서 즐기며 하루 밤 지내게 해 주는 것이 도리 아니니? 우리들 사이에------
의리도 없는 놈이다! 치사한 놈이다! 상종도 하지 못할 놈이다! 등등의 이야기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장구를 치겠지!!!
친구들아! 체면이 뭐니? 위신이 뭐니?
우리 이제부터라도 좀 더 솔직하게 살자! 분수를 지키면셔----

페이트 중령! 궁금한데 소식이 없구려!
나는 자장면 한 그릇에도 그렇게 감사하는 당신들의 그 모습이 오늘도 아름답게만 떠오르네요. 그 당시 난 쓸데없는 거치래가 아니라 진정으로 고마워 성심 성의껏 대접하고 싶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었으면 하오.

더러는 한국에 왔을 텐데 연락이 닿지를 안는 구려.
지금쯤 당신도 벌써 나같이 예편해서 할아버지가 되어 있겠지요?
어떻게 소일하고 계신지요?
오늘도 부인과 어느 바닷가에서 낚시를 던지고 있는지요???
궁금합니다.
한 번 만나보고 싶소이다.

주응규 2014-02-20 18:50	`경규민`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가슴에 아늑히 번지는 좋은 글 가슴에 담습니다 봄향이 스물스물 불어 오는 듯합니다 작가님의 글 향도 봄꽃같이 향기를 더하기를 소원합니다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경규민 2014-02-20 21:31	방문해 주셨군요, 늘 감사하니다. 봄과 함께 가정에도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며 늘 행복하소서

뒷북 치는 남자

넘어야만 할 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