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경규민
ㆍ작성일	2016-12-06 09:20

ㆍIP: 120.xxx.37

그때 그 선생님! 어디에 계신가요?

아니, 선생님이 노동자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가장 존경받아야 할 선생님이 스스로 비하(?)의 말씀을 하시다니요?

광주에 근무할 때 토요일 집에 왔다가 일요일 밤 열차나 야간 버스를 이용하여 다시 광주로 내려가곤 했다.
그 날도 야간열차를 타고 지정된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옆자리에 앉았는데 은은한 화장 냄새가 여자분인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잠시 눈을 돌려보니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분인데 가방에서 책을 한 권 꺼내더니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가며 열심히 무언가 읽고 있었다.
눈을 스르르 감고 잠을 청하고 있는데 “이것 좀 드시겠어요? 심심할 것 같아 제가 과자를 사 왔거든요?” 하며 그 읽던 책 위에 과자를 한 봉 꺼내 놓는다.
나는 하도 뜻밖이라 “내?-- 예--”하고는 과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심심하고 늘 지루했는데 오늘은 말벗하며 목적지까지 가려나 보다 생각하니 별로 싫지는 않았다.
얼마가 지났을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는 진지한 대화로 이어졌다.
원하는 대학에 또 학과에 못 들어가면 마치 우리 선생님들의 전적인 책임같이 문책(?)도 하고요, 직접 찾아와 따지며 소란을 피우는 학부모도 있어요. 학교에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 해요.
교장 선생님은 어떠하시고요? 이사장 말이라면 껌벅 죽지요.
흔한 말로 이사장한테 교장한테 찍힐까 봐 숨죽이며 다람쥐가 쳇바퀴 돌리듯 그저 틀에 박힌 교육만 해요. 노예나 다름없다니까요.
아니. 선생님이 그 많은 학생을 어떻게 원하는 대학에 학과에 입학시킨단 말인가? 그것이 어떻게 전적으로 선생님 책임이란 말인가?
학교의 대표자로서 선생님들의 대표자로서 교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교장 선생님이 꼭두각시라? 그렇다면 선생님들은 누구를 믿고 교직 생활을 해야 하나?
나로서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학교가 있으면 학생이 있어야 하고 학생이 있으면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어야 학교가 운영되는 것인데 선생님을 그저 고용자로 생각한다니 이게 될 말인가?
학교에 와서 교육시간에 조는 학생이 적지 않고 존다고 야단을 치면 저녁에 학원에 가서 졸면 안 되니 좀 봐달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학생도 있고 혹 심하다 싶어 야단이라도 치면 그다음 날 학교로 달려와 “귀한 집 애를 왜 애들 보는 앞에서 야단치느냐”고 한바탕 해 대는 부모도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께 달려들기까지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구타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니 깜짝 놀랄 일이었다.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 현인들의 말씀처럼 선생님은 “존경과 숭고함"그 자체가 대명사였기 때문이었다.
우리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국어 시간에 읽기라도 한번 시켜주면 방과 후 훨훨 나라 집으로 달려가 어머니께 선생님이 읽기를 시켜주셨다고 자랑을 하던 그 시절을 살아온 우리로서는 더욱이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정말 안타깝군요!
요즈음 학생들이 적지 않게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그 젊은 선생의 이야기에 나도 매스컴을 통해 보고 들은 바도 있어 어느 정도 공감을 했다.

친구가 자가 말을 잘 안 듣는다고 집단 구타하고 심지어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절도 행각과 성폭행을 하면서도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용돈을 달라고 자기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에게까지 폭행, 상해까지 입히는, 앞서 이야기했지만, 선생님에게 대들고 심지어 구타까지 하고, 잘못을 나무라는 어른에게 더욱이 노인분들에까지 차마 담지 못할 욕설까지 하고,
담배 피우고 음주까지 하는 학생도 꽤 많다는 --등등
누구의 잘못입니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입니까?

80년대 초 교복 자율화가 문제였습니까? 너무 자유분방을 부추긴 것이 아닙니까?
대학 입시 제도가 문제입니까? 자율을 억압하고 제도권 안으로 묶어놓은 것은 아닙니까? 평준화를 외치면서 과학고, 외국어고 특목고 등을 세우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정책은 아님입니까?
준비도 부족하면서 너무 넓게 문호를 개방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근면성보다는 무사안일에 안주함으로써 우리 젊은이들에게 3D 현상을 멀리하게끔 한 게 아닙니까?
여러 종류의 복권판매정책이 노력의 대가보다는 일약 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를 일깨워 준 게 아닙니까?

채식보다는 육식을, 그리고 운동 부족으로 성인병을 우리 젊은이들에게 너무도 일찍 물려준 게 아닙니까?
공부, 공부하며 남들이 한다고 내 자식도 조기유학 보내 많은 외화만을 낭비하는 게 아닙니까?
애들 생각은 않고 그저 잘 키워 보겠다는 허황한 욕심에 4∼5개 학원에 보냄으로써 커가는 상상력에 제동을 걸고 있지는 않았습니까? 그래서 특기가 없는 평범한 바보로 키우고 있지는 않습니까?
무엇보다도 옛날과 달리 맞벌이 부부가 많은데 인성교육의 부재가 아닙니까?
집에 와서 혼자 저녁 먹고는 쓰러져 자고 아침에 깨워 학교 보내고--

선생님!
그렇다면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 아닙니까?
무계획이요, 무능이요, 무소신이요, 무례함이요, 과욕이요, 과신이요, 아집 등으로 빚어진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선생님!
하루속히 치료 좀 해 주십시오.
그래도 우리 대한민국을 짊어지고 나아갈 내일의 주인공들이 아닙니까?
곪아 터지기 전에 빨리 치료법을 우리 기성세대에게도 알려주십시오.
그래도 선생님들은 가장 존경받고 받아야 할 분들입니다.
또 그 어려운 관문도 통과하셨기에 많은 사람으로부터 부러움을
샀던 분들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선생님이라는 자부심 긍지 가지셔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가지셔야 합니다.
너무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오늘도 많은 학부모께서 당신들을 믿고 귀한 자식들을 맡기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주고 싶어 하고 집으로 초청해 조용히 차를 마시며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어 하고 아담한 음식점으로 초청해 저녁이라도 대접하고 싶어 하는 부모님들 너무도 많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래도 나쁜 사학 재단보다는 좋은 재단이 더욱 많이 있어 콩나물 교실 신세를 면하는 데 일조를 했고요, 그러한 문제의 학생들보다는 우리 사회와 국가를 걱정하는 학생들이 더 많고요,
또 아버지 같은, 어머니 같은 인자하신 교장 선생님들이 훨씬 더 많지 않습니까?
미국 일본을 싫어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우리가 따라잡을 때까지 참자고 입술 깨물고 노력하는 학생들도 많지 않습니까?

상기되었던 그 선생님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머물고 있었고 과자 하나를 집어 내 입에 슬며시 넣어주며 말을 꺼낸다.

반(反)보다는 정(正)이 많아 우리 사회도 국가도 지탱하듯 선생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여선생님은 나를 편하게 그냥 선생님으로 호칭했다.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병들어 있는 학생들 열심히 치료하겠습니다.
뒤따라오는 중국 두려워할 것 없고 일본 잡고 넘어 미국 따라잡으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너희들이 따라잡을 때까지 누구도 미워하고 욕할, 한눈팔 시간이 없다고 타이르고 깨우치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기차는 벌써 광주 종착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서로 지루하지 않게 왔다고, 유익한 이야기 감사하다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헤어졌다.

30대 중반이면서도 이목구비가 반듯하게 예쁘게 잘생긴 그 여선생님!
직접 과자 하나를 집어 살며시 내 입에 넣어 주던 그 여선생님!
처음 만났던 나에게 스스럼없이 학교며 교육의 실상을 말해주던
그 여선생님!
붉게 상기되었던 그 모습이 밉지 않던 그 여선생님!

지금도 교단에 서서 열심히 우리 젊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실 그 여선생님!
스승이란 자긍심 갖으시고 오늘도 즐겁고 보람된 하루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의 권리, 교권보다 어린이들의 권리를 우선한 것이 이 선생님의 여린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 아닌지 한 번쯤 되짚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갑니다.
선생님께 따뜻한 성원을 보냅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시기를 --

김경렬

2016-12-06 11:18

`경규민`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경규민 작가님!
너무 오랫만이라 잊을뻔 했습니다.
반갑습니다.
긴 글이지만 단숨에 배독 하였습니다.
선각자답게 훌률하신 담소였습니다.
그 선생님은 작가님 덕분에 긍지를 느끼고
열심히 아이들 지도하셨을 겁니다.
좋은 글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행사때 뵙겠습니다


경규민	감사합니다. 함께 해 주시는 시인님! 우리 기성세대 모두가 문제인듯, 어땋게 해야 하는 것인지 선생님들의 마음도 이해하겠고--- 늘 즐거운 시간되시기를	12/8 17:26

백낙은

2016-12-07 15:04

`경규민`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경규민 작가님.
정말 반갑습니다.
좀 오래 되기는 했습니다만 "억세게 운이 좋은 날"이 조회수 1700이 넘었습니다.
오늘 또 이렇게 멋진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 사단 사격수 였습니다만 개머리판에 있는
클릭이 한 눈금 틀리면 과녁에선 적어도 10~20cm 가 빗나가지요.
마찬가지로 오늘의 사회상이 다 그렇습니다만 교육정책도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디서 부터 잘 못되었는지도 모를 지경이지요.
젊은 선생님 눈에 그렇게 비친다면 나이든 우리 눈에 어떠하겠습니까? 앞이 캄캄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작가들의 사명감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 된다고 하겠습니다.
나라도 어수선하고 국민들도 허탈감에 빠져 불안하기만 합니다.
저는 다만 기도할 뿐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은안하소서.


경규민	아주 좋은 말씀입니다. 그렇고 말고요. 너무도 훌륭한 고견을 주셨네요. 우리모두가 관심갖고 적은 것부터, 예를 들면 보는데로 잘못한 것을 타리르며 관심을 갖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고맙습니다. 늘 즐겁고 복된나날되시구요 건강도 챙기시기를 요 춥습니다 감기조심하세요.	12/8 17:33

이석희

2016-12-06 21:02

경규민 작가님!
반갑습니다.
저도 초등학교에서 정년퇴직을 한 전직 교사입니다.
꼭 저에게 주신 질책 같아서 죄송한 마음으로 배독하였습니다.
하지만 어찌 저 하나 뿐이었겠습니까?
많은 전현직 교사들의 공동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질책을 들어야 할 사람은 교사들이지만
원인을 찾자면 찾을 곳은 있어도 고쳐야 할 곳은 특정지을 수가 없도록 다양합니다.
교사, 학생, 부모, 사회, 국가 책임 없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처럼 나를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날이 차갑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경규민	감사합니다. 마음으로 답해주시고 고견으로 댓글까지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렇지요 우리모두의 책임인걸요. 무엇보다 인성교육이 선생되어야 하는데-- 감사합니다. 추워지는 날씨 건강챙기시구 즐겁고 복된나날되시기를	12/8 17:29

정찬열 2016-12-12 21:18	경규민 작가님 ! 제가살고 있는 광주에도 근무하신 경력이 있으셨군요 열차속에서 사명감 깊은 젊은 여선생님의 좋은 고견에 대화를 멋지게 지펴주시여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그렇게 열정을 갖고 계신 대부분의훌륭한 분들이 계셨기에 이나라가 선직국 반열에 올랐겠지요 늘 편안 하시고 강건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김강좌 2017-02-17 12:48	자유분방한 젊은 세대들의 방종에 가까운 행동들을 보면서 마음아픈 일들이 많은 요즘입니다. 만 그 이면에 더 좋은 젊은 세대도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열차에서 만난 젊은 여교사님처럼 올곧은 의지로 밝은 교육이 잘 이뤄지길 더불어 소망해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머물러 배독합니다~ 늘 건강하시구요 좋은날들 이루시길 빕니다 ~^^*

이민숙 2017-03-27 12:18	경규민 선생님 시인인줄 알았는데요 작가이시기도 하군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황양국 2017-08-10 11:42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좋은 글 잘 감상하였습니다 .

류등자 2017-09-04 00:58	수필작가님 기다란길따라 가며좋은글 끝가지 읽어보고 마음의 한구팅이가 왠지모름 조바심도 또웃음도 왔다같다 줄거리에 흥미를 담아보았 습니다 이금모두 담아갈게요 참으로 좋은글 배독 하고 갑니다

김동호 2020-03-28 19:16	좋은 글 탐독하고 갑니다... 잠시 묵상해 봅니다

김복희 2020-09-20 08:18	경규민 작가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중등학교에서 교원생활을 한사람으로 작가님의 글에 마음이 공감하여 단숨에 배독하였습니다. 그리고 교단에서나 관리직으로 근무하면서 느꼈던 일들을 회상하면서 스스로 성찰해 보고자 문단에 들어 온 사람입니다. 종종 작가님의 글을 배독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아직은(?)

억세게 운이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