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산행의 묘미. / 황우 목사 백낙원.

 오늘 오랜만에 겨울 산행에 나섰다. 영하의 날씨라 멀고 높은 산으로 가기는 그렇고 해서 나지막한 앞산으로 정했다. 중부지방은 올 들어 가장 춥다고 하지만 집안에 웅크리고 앉아만 있으면 몸이 오히려 더 위축될 것 같아서다.

 산은 야산이지만 얼마 전에 내린 눈이 아직도 그대로 쌓여 있어서 어떤 곳은 무릎까지 빠진다. 삭풍에 맞서 눈을 밟으며 하는 산행이야말로 겨울산행의 묘미이기도 하다.

 산에는 바람에 쓰러져 죽은 나무들로 온통 어지럽기만 하다. 옛날 내가 어릴 때는 화목을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땔감을 구하려고 4-5km의 산길을 걸어가서 표고 6-700m나 되는 구봉산이라는 산을 넘으면 해발 8-900m나 되는 내남산이 나오는데 거기까지 가서 나무를 해 오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화목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산행을 방해하고 있다.

 길이 없어 멧돼지 발자국을 따라 올라가는데, 산새들은 놀라서 도망질이고, 고라니는 저만치서 여기는 자기 영역이라고 오지 말라면서 “킁킁”하면서 소리를 지른다.

 남정목은 새까만 열매를 달고 서있고, 여정목은 이 엄동에도 그 푸르름을 자랑하면서 우뚝 서 있다. 빨간 열매를 겨우내 달고 있어 까막까치들이 먹는다는 청미래 덩굴이 내 앞을 막아선다. 그리고 나무들은 말간 알몸으로 설풍을 맞서며 다가올 새봄을 기다리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뭐래도 산은 인간들의 보고이다. 물을 저장하는 저수조도 되고, 산소를 공급하는 탱크이기도 하며, 산짐승과 날짐승들의 은신처이기도 하다. 그리고 버섯을 비롯한 수많은 산나물과 약재들의 창고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현대문명이 발달하면서 수목의 고마움을 모르고 함부로 산을 대하는 인간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오늘은 산을 오르내리면서 장수버섯이라기도 하고, 불로초라기도 하는 아가시아 재목버섯을 조금 따고, 느타리버섯과 목이(木耳)버섯을 조금 땄다. 이렇게 산은 친정어머니 같아서 내가 찾기만 하면 사시사철 빈손으로 내려 보내지 않는다.

 두세 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집에 오니 아내가 “아저씨 어디서 오세요.”하며 농을 한다. 버섯을 본 아내가 반기면서,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느타리버섯과 목이버섯을 넣고 잡채를 만들고 된장국을 끓였다. 잡채에 넣은 느타리버섯은 씹는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목이버섯을 입에 넣고 씹으면 아작아작 씹히는 것이 여간 즐겁지 않다. 목이(木耳)버섯은 다른 버섯과 달리 소리로 먹는 것이다.

 앞으로는 내 자장을 더 넓혀 더 높은 산을 올라 좀 더 고급버섯과 약재에 도전 해 볼 요량이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면 말이다. 이 좋은 산천과 건강을 주시는 하나님 우리 아버지께 감사의 두 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