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을 재는 잣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므로 사람을 첫인상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 여긴다.

 옛말에 “키 크고 안 싱거운 사람 없다.”는 말이 있지만, 키가 크다고 다 싱거운 사람은 아닐 것이다.

 눈이 큰 사람은 겁이 많다고 하지만 눈이 큰 사람도 겁이 없는 사람이 있고, 눈이 작으면서도 겁이 많은 사람도 있어, 과거로부터 전해지는 속담이나 선입관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 사람의 인격을 재는 잣대가 무엇일까? 사람마다 타인의 인격을 재는 잣대가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런 잣대로 사람을 보곤 한다.

1. 허우대라는 잣대이다.

 우선 사람이 허우대가 멀쩡해야 한다. 물론 키가 크고 작은 것은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요, 잘생기고 못 생긴 것도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릴 적에는 몰라도 적어도 성년이 된 후로는 자기의 얼굴이나 허우대에 대하여 자기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2. 매무새라는 잣대다.

 다 같은 옷을 입어도 태가 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외적으로는 그럴싸해도 내적인 면에서 부실하여 내실이 없는 사람도 있다. 옛 어른들도 며느리를 고를 때 맵시를 가장 으뜸으로 삼았었다. 매무새가 흐트러진 사람은 어딘가 허점이 있어 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의 옷매무새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왜 배꼽 내보이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일까? 열 달 동안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었던 생명선의 자국이 배꼽이다. 따라서 배꼽이 따뜻해야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그런데 왜 소중한 배꼽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일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옷을 입어도 단정하게 입으면 어디가 덧나는지 층층으로 입어 속옷이 다 보이게 입는다. 거기다가 칼로 이리저리 찢어서 일부러 속살을 다 드러내지 않는가?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3. 교양이라는 잣대가 있다.

 얼마 전에 모처럼 외식을 하려 아내와 함께 식당을 찾았었다. 맛있게 식사를 하는 중인데 곱게 차려입은 아주머니가 식당 주인을 보고 온 이웃이 다 듣도록, “여기 화장실이 어디 있어요?”하고 소리쳤다. 모처럼의 외식에서 입맛을 잃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특히 그 사람의 교양이 가장 잘 나타나는 때는 식사시간이다. 공동식사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식사방법은 자기의 인격을 갉아 먹는 행실이다.

 인간사회는 도덕적 규범이나 법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교양이라는 말은 사회적인 도덕적 규범을 얼마나 성실하게 잘 지키는가에 있다고 하겠다.

4. 지식의 잣대이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지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범한 일반적인 지식을 말한다.

 예를 든다면 무 잎이나 배추 잎을 말려 그것으로 끓이는 국은 “시래깃국”이다. 그런데 더러는 “쓰레깃국”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이처럼 그 사람이 아무리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고 해도 마땅히 알아야 할 지극히 평범한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 인격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5. 겸양의 잣대가 있다.

 사람이 콧대를 높이고 항상 우쭐대기만 한다면 어떻게 인격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아무리 많이 배워 전문적인 지식을 가졌고, 지위가 높다고 해도 겸손하지 못하면 인격적일 수가 없다.

 요즘은 매스컴의 영향으로 지식이 평준화되었다. 그래서 어설프게 지식 자랑을 했다간 큰코다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겸손을 위한 겸손이나,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겸양은 꼴불견이다. 진정한 겸손이란 인간 사회를 훈훈하게 하는 묘약이기 때문이다.

6. 마지막으로 신앙의 잣대가 있다.

 우리 믿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이 신앙의 잣대가 중요하다. 우리는 성서에서, 에서와 야곱의 예를 본다. 인간적으로 보면 야곱보다 에서가 더 관용적이고 대범한 사람이요, 더욱 더 나은 사람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야곱을 의롭게 보신 것이다.

 그러므로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기준으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까 그윽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진정한 신앙은 겸손과 순종, 그리고 사랑의 실천에서 찾을 수 있다.

 아무리 오랫동안 교회를 다녔고, 신앙이 있다고 자랑하고, 어떤 직분을 가졌다고 해도, 위에서 말한 겸손과 사랑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참 인격적인 신앙의 사람이라 하겠는가.

 나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추어졌는지는 잘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인격을 함양하는 길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