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 같은 세상.

                                                                                               황우 목사 백낙원.

오늘에 와서 삼강오륜을 이야기하면 구시대 사람이라고 꾸짖기도 할 것이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 해도 인륜 지 도(人倫 之 道)는 언제나 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자(父子)가 서로 친해야 한다는 부자유친(父子有親)이 중요하다고 해도,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차례와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있어야 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섬기는 것이 근본이라는 부위자강(父爲子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이 인륜 지 도(人倫 之 道)의 질서가 깨어지는 것을 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가 말이다.

언제부터 이런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 왜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내 나름대로 그 원인을 분석해 보니 부모가 다 큰 자식과 함께 목욕탕엘 가고부터가 아닐까 여긴다. 부모의 신비성이나 권위를 다 포기하고 다 까발려 버린 거기에 어디 장유유서가 있고 부위자강이 있는가? 거기에 어디 부모의 권위가 있고, 위신이 있는가 말이다.

성서적으로 보면 노아의 세 아들 중, 함이 아버지인 노아의 하체를 보고 형제들에게 이야기하므로 인하여, 벌을 받아 천추에 씻지 못할 죄과를 자손들에게 물려주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요즘은 부모 쪽에서 다 큰 자녀에게 하체를 스스럼없이 보여 주고 있는가 말이다.

그리고 요즘은 또 반려동물이라고 하면서 여러 가지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한 취미생활을 나무랄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지나친 것이 문제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TV를 통해 많이 소개되는데, 어떤 사람은 개를 업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사람도 못 먹는 값 비싼 음식을 제공하는가 하면, 별에 별 장신구들을 갖춰 주기도 하고, 자식보다 더 정성을 기울이는 것을 보곤 한다.

그뿐만 아니라, 출근하는 남편의 아침밥은 챙겨주지 않으면서 개밥은 알뜰히도 챙겨 준단다. 각종 비타민제를 먹이기도 하고, 별에 별 놀이기구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신혼부부는 그러한 아내에 대한 불평이 많은 듯, “개가 우리 집에 사는 것인지 우리가 개집에 사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개를 자기 자식이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기도 한다.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개의 아비가 되고, 스스로 개의 어미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동시에 자녀마저 개와 형제가 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동물 애호가들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에게 핀잔을 먹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런 재력이나 정성이 있다면, 부모가 없는 고아라도 한 명 데려다가 기른다든지, 아니면 자녀가 없는 홀몸노인이라도 한 사람 돌본다면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 말이다.

숭고한 부자지간이나 인륜지 정을 개의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나니, 이 사회의 질서가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서 자식이 부모를 해친다든가, 아니면 부모가 자식을 쉽게 포기하는 것 같은 전대미문의 엽기적인 사건들이 꼬리를 무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나이가 겨우 일흔을 넘긴 내가 보기에도 역겨운 개떡 같은 세상인데, 옛 조상이 보신다면 어떠하실지! 참으로 묘한 세상이 되어 가는듯하여 안타깝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