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9-04-21 14:51

ㆍIP: 119.xxx.182

이런 변을 봤나?

이런 변을 봤나? // 황우 목사 백낙원.

아내가 병원에 입원한지 만 7개월 만인 4월 8일 날 집으로 돌아왔다. 병세가 호전되어서가 아니다. 담당 의사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별 차도가 없이 잠만 자는 아내를 병원에 그냥 둘 이유가 없어서이다.

처음 며칠간은 후회도 했다. 병원과 싸워서라도 병원에 그냥 둘 걸! 하는 생각도 했다. 왜냐하면 아내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때로는 체온이 38도를 오르내리는가 하면, 때로는 체온이 35도까지 떨어지기도 했기 때문에 밤을 꼬박 새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3~4일이 지나자 체온 조절은 잘되는 편이지만, 문제는 배변이다. 집에 온지 6일이나 지났지만 배변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타온 약을 먹였더니 2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배변을 하는 것이었다. 이때는 아이들이 있어서 엄마의 변을 치웠다. 하지만, 어젯밤에는 내가 혼자 있을 때 아내가 배변을 하고 말았다. 역시 6일 만에 보는 변이니 그 양도 보통이 아니었다.

익숙하지 못한 내가 자기 변을 치우느라 진땀을 빼는 것을 본 아내가 갑자기 울음보를 터트렸다. 틀림없이 내가 자기 변을 치우는 것을 보고 미안했나보다. 나도 눈물이 났지만 참으면서 “여보! 그러지마! 내가 아팠으면 당신이 내 변 치울 거 잔아! 당신이 아프니까 내가 치우는 것 당연한거야! 미안할 것 없어요!”하며 한참을 달랬다.

사실 우리 부부가 4남매를 키울 때 자녀들의 변을 치우곤 했었지만, 50년이나 지났으니 생소하기만 하다. 특히 성인의 변을 치우는 것이라 더욱 난처하기만 했다.

특히 여자의 뒤 구조는 서로 가까이 있을 뿐 아니라, 소변 줄마저 달고 있는 터이라 더욱 그랬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다 치우고 나니, 아내도 시원했던지 세상모르고 새근새근 자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1주일이나 걱정했던 배변이니 내 속까지 시원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우리 부모님이 10년이 넘도록 조부모님의 변을 받아내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요즘세대는 애완견의 변을 잘도 받아 내지만, 자기 부모나 부부간의 변을 받아 내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요즘 “요양”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이 붙은 현대판 고려장이 생겨 많은 사람들이 쾌재(快哉)를 부르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내 나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세상 참 많이도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 추이(推移)에 따라가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내의 변은 내가 처치(處置)하리라 다짐해본다.

아내의 변을 처리한 것이 무슨 자랑도 아닌데, “무슨 변(辯)이 그리도 긴가!”라고 할 분들도 있을 테지만, 천부(天賦)의 최고(最古) 선물인 가정과 가족이라는 핏줄관계가 헌신짝 같이 붕괴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가워서 해보는 소리다.

김상훈

2019-04-21 16:38

참으로 오랜만에 등불이 켜 있어서 곱으로 반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먹먹, 울먹울먹, 감동 감동과 감동이었습니다.
저도 대충 부부생활 50년이 됐습니다.
일찍 아이를 낳았더니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네요.

글을 읽으면서 나는 아내의 배변을 받아낼 수 있을까?
물론 할 겁니다.
실은 저의 어머니 배변을 제가 몇 달 받아낸 경험이 있지요.
부부 사이도 뭔가 어색하고 부끄러운데
제 어머니께서는 얼마나 부끄러워 하셨을까 싶습니다.

사모님 몸도 그렇지만 위원장님 몸도 잘 돌보셔야 합니다.
하여간 마음이 찡~~합니다.


백낙은	벌써 그렇게 되셨군요. 저는 제 아내와 55년차입니다. 아내가 몸은 자유롭지 못하지만 제 말도 알아듣고 지금 형편을 고스란히 느끼나 봅니다. 더욱 고무 되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4/21 21:24

정찬열

2019-04-21 18:02

황우목사님 반갑습니다.
황우 작가님 께서 서재에 불을 밝히니
이제야 연락을 드리는 것 같아 못내 죄스럽기만 합니다.
아무튼 병원에서 가정으로 모셔오신건 목사님이나 수많은 지인께서
기도가 통 했기에 그래도 天福이 있어 모셔 오셨다는 짧은 생각을 합니다.

몇번을 읽어봐도 감동의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기에 가슴 먹먹하면서도
정이넘치는 부부였기에 가능 하다 하지만 아무튼 존경에 말씀 올립니다.

외람된 이야기지만 어려운 排便 문제는 목사님께서 처리하시드래도
정부에서 파견시키는 요양보호사 제도는 해당되지 않은지요
연로하신 작가님께서 24시간 함께 하신다는 것 또한 무리 일것 같아서 입니다.
사모님건강이 쾌유되시고 작가님 또한 편안 하시길 손 모음니다.


백낙은	저도 서재를 잘 찾지 못하니 오랫만이 되었군요. 요양 보호사가 오긴 옵니다만 1주에 5일, 세시간씩 도와 줍니다. 그리고 또 딸들이 셋이나 있어 잘 하고 있습니다. 염려 해 주심 감사합니다. 늘 건안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4/21 21:27

김경렬

2019-04-21 23:23

며칠만에 서재를 들어왔습니다.
목사님의 글을 대하며 얼마나 반가운지요.
우선 집으로 모셔오셔서 다행입니다.
사람도 알아보시고 감정을 느끼시는 모습에
많은 교우들의 기도와 목사님의 기도응답이 아닐까 합니다.
차차 좋아지시고 일어 나시리라 믿습니다.
먹먹한 가슴으로 단숨에 배독하였습니다.
목사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주님의 은혜가 더욱 풍성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백낙은	김경렬 작가님. 오랫만에 그 이름 불러 봅니다. 옛 전우를 만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염려와 격려, 기도 고맙습니다. 늘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4/22 21:19

김종덕

2019-04-22 14:15

백낙은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정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하실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사모님께서 작가님을 알아보시고 미안한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해 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다하는 것이 삶의 보람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백낙은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제가 서재를 자주 찾지 못하다 보니 오랫만이 되었네요. 그래서 더 반가운 것인가요? 늘 건필하시고 슬로우 라이프 하십시요.	4/22 21:22

김상화

2019-04-22 20:42

오랜만에 서재에서나마 뵙네요
목사님! 올려주신 글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눈시울이
뜨거워 읽다가 쉬었는지 모릅니다
사모님 고생은 말로는 회 아릴 수 없습니다
목사님께서도 고생을 하시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분께서 고생을 하신다는 생각에 목이 멥니다
많은 분이 빨리 회복되시길 바라는 마음에 기도를 하고 계실 겁니다
집에도 오셨고 빨리 쾌차 하시리라 저는 확신합니다
목사님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목사님 수고 많이 해주시고 아무쪼록 힘내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모처럼 서재에 오니까 반가운 얼굴들 뵙네요. 아내에게 저녁 식사 챙겨 주고 잠시 짬을 얻었답니다. 아이들이 자주 오곤 합니다만 그래도 많이 피곤하네요. 여러분의 기원 힘입어 기쁜 소식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은안하소서.	4/22 21:24

아내의 병상일기 중에서

이임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