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용띠해로 임진년(壬辰年)이다. 신문의 칼럼에서는 임진년의 안 좋은 기억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새해는 언제나 기대와 설렘으로 맞게 된다. 나쁜 생각보다는 올해보다 나은 새해나 커다란 행운과 행복이 도래할 것 같은 희망의 기대를 하게 되는데, 그래서 새해 벽두의 복조리가 있는 것이겠고, 새해 새 희망의 첫 해돋이를 맞이하려 동해는 물론 나라 곳곳의 해돋이 명소를 찾는 것이려니 4백2십년 전의 그 임진년과는 정 반대로 내년 우리국민들의 그 바람대로 국운이 한층 융성하고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해 본다.

이제 며칠 후면 양력 설날이지만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이 열린 후 몇 분의 영수와 힘이 센 지도층들의 의지로 양력과 음력설을 번갈아 쇠거나 둘 다 쇠는 등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내년의 참 설날은 음력설인 1월 23일을 쇠기로 했다지만 일부 많은 국민들은 변함없이 양력설인 1월 1일을 참 설날로 여기고 있는데, 정부에서의 결정이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으니 그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다.

십 수 년 전부터 그래 왔으나 부모님이 모두 안식에 드신 몇 년 전부터는 집안의 가장 큰 어른으로 더욱 신경을 써서 명절과 기제사날 음복을 할 때 우리 가족들의 뿌리인 조상들의 기원과 업적을 덕담 대신 들려주었었다. 그런 조상들의 이야기를 오래전에 돌아가신 큰 할아버지의 장손계인 6촌 형님이 어린 내게 자주 들려주셨던 이야기로 조상의 행적을 들려주었으나 어느 정도 지나니 그 짧은 지식의 한계에 부딪혀 이제는 간간이 집에 있는 우리 집 족보를 뒤적이며 덕담의 말머리를 찾곤 하였었다.

족보(族譜)에는 한 동족 전체의 계보인 대동보(大同譜)와 동족 안의 일파만을 포함하는 파보(派譜)로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족보인 구수세보(九修世譜)는 파보에 해당한다.

지금은 집안마다 족보가 다 있겠지만 조선시대에는 족보가 없으면 상놈으로 분류하였다고 하니 이 족보는 사대부 양반가의 증명 같은 것이기도 하였겠다. 하지만 조선 초기에는 왕실을 제외하고는 족보가 없었다고 한다.

지금의 족보는 임진왜란이 나기 전인 16세기 초인 서기 1500년대 초기부터 유행처럼 만들기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그 시대에 사시던 조상이 존재하던 자료와 기억을 더듬어 중시조를 세우고 분파를 하였었는데, 고려가 멸망하면서 고려조를 섬기던 많은 문무 충신들이 화를 당하였고 사방으로 은둔하였으며, 더구나 이씨조선 개국 시 고려에 대한 문자는 모두 소각하여 버렸으니 자료가 충분치 않았었다. 다만 16세기 이전에는 효(孝)를 바탕으로 선조의 봉제사(奉祭祀)를 위해서 집안마다 출생과 사망을 기록해 놓은 가승(家承)이 족보의 시초가 되었으며 거기에 더한 자료가 조상들의 비문에 새겨진 기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상고의 한계인 고려조의 조상을 중시조로 삼는 집안이 많았는가 보다. 그런 연유로 대부분 집안의 현재 자손들의 마지막 항렬이 35대 근처에 다다른 집안이 많다. 물론 특별히 조선시대의 조상으로 중시조를 정하거나 삼국시대부터 왕손으로 이어진 집안의 현재 항렬은 30대 이전이거나 40대 한참 후인 경우도 있으리라.

오늘은 내가 지식이 풍족하지 못하니 우리 아이들이나 조카들 그리고 내 사후에 태어날 자손들에게도 우리 집안의 내력을 남길 겸 단지 우리 집의 족보를 더듬어 보고 간략하게 내력을 정리해본다.

최씨가 성을 득한 이야기는 ‘단군조선의 흩어진 백성들이 동해 가에서 육촌(六村)으로 나누어 살았으니 그때는 지배자가 없었다. 한(漢)나라 선조(宣帝)임금 시절 원년 때 육촌의 장이 알천(閼川) 언덕에서 모여 놀다가 고허촌(高墟村)의 장 소벌공(蘇伐公)이 양산 기슭 나정(羅井) 숲속에 이상한 기운이 있음을 바라보고 찾아가니 하나의 큰 알이 있는지라 알을 깨어 어린아이를 얻으니 모습이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동천(東川)에 목욕을 시키니 몸에서 광채가 나며 새와 짐승이 모두 춤을 추었다. 육촌의 장들은 그 출생함이 신기하다고 해서 기른 지 13년 만에 임금으로 삼고 박(朴)씨로 성(姓)을 하고 혁거세(赫居世)라 이름 하니 이분이 신라의 시조(始祖)이다. 5년이 되던 무진년(戊辰年)에 육촌을 육부(六部)로 개칭하고 대인(大人)을 봉하였으며 또 육성(六姓)을 사(賜)하니 이.최.손.정.설.배(李.崔.孫.鄭.薛.裵)라고도 하고 혹자는 이.김.최.안.정.박(李.金.崔.安.鄭.朴)이라고도 하는데, 이때의 육부에는 회소곡(會蘇曲)이란 노래가 있었으니 소벌공이 알천위에서 놀다가 알을 얻었다는 뜻이라고 한다.’라고 삼국사기의 신라본기에 전하여 지고 있으며 고허촌의 장 소벌공이 우리 최씨의 시조라고 한다.

그 후 오랜 세월이 지난 통일신라 말의 후삼국시대를 지나 고려가 건국되던 혼란한 시절에 천재 삼최(三崔)가 있었다. 그들은 일찍이 당나라에 유학을 하여 그곳에서 벼슬을 하다 귀국을 하였으니 그 유명한 최치원(崔致遠)과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견훤의 책사로 활약하던 최승우(崔承祐), 그리고 신라를 거쳐 고려 초에 태자의 스승으로 복귀한 최언위(崔彦撝)가 그들이다.

본관(本貫)을 전주(全州)로 하는 우리 최씨는 그 파계(派系)를 보면 첫째 상장군 완주백(上將軍 完州伯) 최순작(崔純爵)을 중시조(中始祖)로 모시는 문열공(文烈公)파와 최균(崔均)을 중시조로 모시는 사도공(司徒公)파 그리고 최아(崔阿)를 중시조로 모시는 문성공(文成公)파, 최군옥(崔羣玉)을 중시조로 모시는 문충공(文忠公)파 이렇게 사대파(四大派)가 있는데, 이들은 모두 당나라 유학파 천재 삼최 중에 고려 초에 완산을 다스리는 완산백(完山伯)이셨던 문영공(文英公) 최언위(崔彦撝)의 후손으로 완산은 전주의 옛 지명이며 서기 940년대 분이시다.(이하 글의 체중 감량을 위해 할아버지 칭호 및 존칭을 되도록 생략함.)

대한민국에서 이, 김, 박씨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성씨가 최씨인데, 그 중에서도 경주최씨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최씨가 우리 전주 최가이다. 문영공 최언위가 신라 말 18세 때 중국에 유학하여 급제하고 벼슬을 하다 42세에 환국하여 신라에서 집사성 시랑과 서서원학사(瑞書院學士)를 하다 고려의 태조 왕건이 개국을 하고 신라가 귀순하자 고려 태자의 스승이 되었고 한림원의 책임자에 이어 시중과 평장사를 겸하다 전주로 이사를 하여 완산부개국백(完山府開國伯)이 되셨다. 그런 연유로 우리는 본관을 전주로 한다.

그 중에서 우리 일가는 문신으로 고려조정에 나갔으나 무략도 뛰어나 여진족을 징벌하고 그 경험과 해박한 지식으로 윤관(尹瓘)의 멘토가 되셨던 문하시중(門下侍中)겸 상장군(上將軍) 완주개국백(完州開國伯) 최순작(崔純爵)을 중시조로 모시는 전주 최씨 문정공파이며, 족보는 1567년에 당시 전라감사 벼슬을 하시던 최홍한(弘僩) 할아버지가 전국의 일가들을 찾고 조사하고 기록하여 비용은 완주영에서 자당하여 창간보(創刊譜)를 발간하였다고 기록했다.

그때 조상들의 비문을 수집 분석하고 상고하여 중시조를 최순작(崔純爵)으로 정한 것은 7대조 문정공 최재(文貞公 崔宰)의 비문에 기록된 목은 이색(牧隱 李穡)의 글로써 이색과 절친한 벗이었던 문정공의 둘째아들 삼사좌윤 최덕성의 청으로 찬할 때 너무 오래된 역사라서 뿌리는 확실하지만 세대가 불분명한데서 결정하지 아니하고 그 확실하고 가까움을 취하여 가히 상고할 수 있음을 명시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최언위의 후손인 고려조의 최순작을 중시조 삼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다.

7대조인 문정공의 자손으로는 세분이 계신데, 장자인 예의판서공(禮儀判書公) 사미(思美), 둘째가 삼사좌윤공(三司左尹公) 덕성(德成), 그 다음으로 공조판서(工曹判書)를 지낸 평도공(平度公) 유경(有慶)이 계셨다. 사미, 덕성 형제분은 태종의 고명사로 명나라를 다녀오시기도 했던 유경과는 배가 다르시며, 평도공 유경의 묘비명은 춘정(春亭) 변계량(卞季良)이 썼다고 한다.

사미, 덕성 두 분은 이성계가 고려를 멸하고 조선을 세우자 다른 충신들처럼 심산으로 은둔하였으나 평도공 유경은 조정에 남아 계속 벼슬을 유지하였으며, 가장 자손이 번성하여 인조반정의 일등공신이고 병자호란 때 주화파의 영수였던 영의정 최명길이나 숙종조의 영의정 최석정, 경종조의 좌의정 최석항도 이분의 후손으로 조선조에서 전주 최씨 중에서 벼슬을 가장 많이 한 종파다.(창간보를 발간하신 최홍한도 평도공 유경의 후손이다.)

이번 설 명절의 덕담은 소론의 영수로 많은 파란을 겪으면서도 8번이나 영의정에 올랐으며, 당시 배척받던 양명학(陽明學)을 발전시켰고 글씨와 문장에도 뛰어났으며, 조선시대의 수학책인 구수략(九數略)에 ‘지수구문도(地數龜文圖)’라는 마방진(魔方陣)을 만드신 뛰어난 수학자 최석정 할아버지이야기를 들려주어야겠다. 하지만 우리 집의 계보는 평도공 유경의 줄기가 아니라 문정공의 세분 자손 가운데 장파인 예의판서공파 후손이다.

끝으로 완주백 최순작으로 부터의 고려조 3백여 년과 이조 2백여 년 도합 5백여 년의 세월 속 조상들의 잊혀지고 흩어졌던 흔적을 쫓아 수집, 기록하고 팔도의 씨족을 찾아 기록하여 보책(譜冊)을 만들어 ‘우리 여러 일가로 하여금 우리 최씨가 삼한(三韓) 갑족(甲族)의 후손임을 알게 함이다. ...... 드디어 서문을 박상서 충원(朴忠元)에게 얻어서 첫째 권에 쓰고 그 일을 아래에 기록 하노라. -정묘 맹하 완주백 十三代손 전라도관찰사 병마수군절도사 전주부윤 홍한은 삼가 씀-이라고 적은 조선 선조 때의 명신 최홍한 할아버지의 융경보기(隆慶譜記)의 마지막 글로 맺는다.

2011년 12월이 저문 날에 예의판서공 22세손 최평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