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 수도권에 내린 폭설과 뒤이어 찾아온 한파로 서울은 백색에 덮이고 빙질로 결박 당했다.

일요일 저녁, 늦게 들어온 둘째 아들이 외투에 눈을 잔뜩 맞고 들어와서 털어내는걸 보고 눈이 조금씩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잠이 들었었는데, 웬일인지 일찍 깨어나 더 이상 잠을 이룰 수 없어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고 간밤에 내린 눈이나 구경하러 신새벽에 밖으로 나가보니 쌓인 눈이 장난 아니었다.

내 집 앞에 쌓인 눈은 내가 치워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도 그렇지만 이층인 집에서 내려가는 계단이 쌓인 눈으로 미끄러워 가족들의 출근길이 위험할 것 같아 계단은 물론 대문 밖 골목어귀까지 눈을 치웠다.

새벽이라 눈을 치우는 사람은 골목에 나 혼자였었는데, 치우고 나니 또 쌓이고 치우고 나니 또 쌓이기를 4번을 하고 나서야 눈발의 기세가 사그러들었었다.

가뭇한 기억으로 내가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초등학교를 입학했었는지 하기 전이었는지 기억이 명확하지 않지만, 그때도 서울에는 많은 눈이 내리고 곧 이어 한파를 동반한 강풍이 몰아쳐서 내린 눈이 자연스럽게 마당 한쪽으로 날려 쌓아졌고, 그 눈이 모인 마당 끝 직벽을 잘못 밟으면 어릴 적 내 어깨 가까이 까지 빠져서 허둥댔었는데 기상청의 ‘관측사상 거의 백년 여 만의 서울의 기록적인 폭설’이라는 말을 듣고 보니 그 당시의 폭설도 이번만큼은 아니었는가 보다.

이미 3일을 경과한 오늘도 샐러리맨들은 아침 출근길을 서둘렀지만 원활하지 않은 도로사정으로 대부분 사람들은 자가용 출근을 포기하고 대중교통으로 몰려서 출근길이 녹녹치가 않다고 한다.

관계 공무원들이 중장비를 동원하고 쌓인 도로의 눈을 녹이기 위해 염화칼슘을 들이부어서 도심의 환경에는 좋지 않겠지만, 덕분에 승용차를 대부분 눈에 묻어 두고 거리에 나서는 덕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며칠간 많이 감소할 것이다.

얼마 전인 작년 말경에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는 각국의 정상들과 대표들이 모여서 ‘온실가스 감축문제’라는 아젠다로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렸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협약 되었던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협약을 위해 의견을 모았지만 선진국의 대표격인 미국과 개도국의 대표격인 중국의 자국 보호적인 비협조로 각국의 빈축을 샀으며, 그 결과로 합의안만 마련되었을 뿐 감축안 마련에는 실패하였다.

‘교토의정서’는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방안으로 2012년까지 90년 기준 5.2%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로 한 협약인데 미국, 일본, EU 등 선진38개국의 온실가스배출 감축 목표치를 정한 것이었으나 그 후 세계 총 배출량의 28%를 차지하는 최다 배출국 미국은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해 2001년 3월에 탈퇴하였다. (그 당시 한국은 개도국으로 분류되어서 감축의무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2008년8월 15일에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요정책으로 제시했는데, 에너지, 환경관련기술 등을 개발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억제하면서도 지속적인 산업의 발전을 위해 에너지, 환경관련기술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과 더불어 일자리를 얻겠다는 지금의 정부가 건국 60년을 맞아 내놓은 새로운 정책인 것이다.

여기서 인위적 온실가스를 살펴보면 석유, 석탄, 천연가스등 모든 산업활동 곳곳에서 사용되는 화석연료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자동차배기가스, 냉장고 후레온가스, 취사, 난방, 조명등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알게 모르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지금은 한 가정에 자동차 한대쯤은 모두 소유하고 있고, 냉장고는 아무리 못사는 가정이라도 한대이상(김치냉장고 포함) 지니고 있으며, 취사와 난방을 위해서도 아낌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전직 총리 출신인 반기문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작년 유엔의 코펜하겐회의에서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한국은 자발적으로 2020년까지의 배출전망치의 30%를 목표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사실 교토회의에서 개도국으로 분류 되었던 한국은 2002년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조사하여 발표한 자료에는 세계의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배출하여 한국이 배출국 9위라고 한다. 그런 결과로 보아 한국은 이제부터 어차피 감축의 타켓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테니 자발적으로 선언을 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향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정부는 올해 벽두부터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경기도 안산의 한 기업에서는 시기도 적절하게 조명에서의 획기적인 개발과 투자로 고 성장은 물론 세계의 환경정책에 부응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이 LED인데, 이 LED는 소비전력과 CO2 배출이 기존 백열등의 1/7 수준으로 낮으며, 수명도 전구나 형광등에 비해 월등히 길고 높은 조도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 LED는 이제까지 저전압의 직류(DC)용 LED가 주를 이루었으나 지금은 100~250V의 고전압용이 출시되어 일반 조명이나 간판, TV모니터용으로 사용되고있으며, 이미 일부 관공서나 대기업 건물의 조명을 이 LED전구로 대체 했거나 대체 할 계획이라고 한다. 따라서 조명에 있어서는 향후 빠른 시일 내에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의 역할을 이 LED가 주도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인간의 주위를 밝히는 조명은 예로부터 현대에 이르기 까지 여러 형태와 종류의 것들이 있다.

횃불, 등잔, 기름램프, 촛불, 가스등, 전등 기타 등등…….

전등은 1879년 에디슨이 전기적 조명장치인 백열등을 발명한 이후로 현대에 들어서는 급속도로 사용이 많아지더니 요즘엔 형광등, 할로겐램프, 네온사인 등 조명의 사용도 다양화 대량화 되어 악착같이 도시를 잠재우려 하지않는다.

주머니가 가벼운 샐러리맨의 퇴근 후 사랑방인 도심 포장마차도 주변 건물에서 끌어온 전기로 진열된 안주거리의 미색을 손님들의 눈에 돋보이게 비춰주고 있다. 하지만 3십여 년 전에는 포장마차를 밝히는 건 카바이드 간드레등불이였었다.

카바이드를 양철깡통에 넣고 뚜껑깡통을 닫은 후 그 위에 물을 부으면 적당량의 물이 계속 카바이드에 스며들어서 아세틸렌가스를 발생하고, 그 가스를 뱀대가리 같은 노즐 끝으로 끌어 올려 불을 밝혀 주변을 식별케 하였었다.

호수에서 밤낚시를 할 때 찌의 야광테이프를 밝혀줘 붕어의 입질을 전해주던 카바이드 간드레는 사용하기도 불편하고 사용 후에도 다 쓴 카바이드 찌꺼기를 처리하고 잘 닦아줘야 하며, 종종 노즐이 막혀 군용 통신선인 삐삐선에 3가닥 들어있는 강철심으로 뚫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지금처럼 밖에서 보면 윤곽을 직선으로 보여주는 딱딱한 포장마차 풍경보다는 가물가물 실루엣을 보여주는 아련한 곡선적 낭만이 있었다. (그때는 포장마차마다 주문량의 카바이드를 날마다 공급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휴대용 전등도 기역자로 꺾어진 국방색의 군용후레쉬가 전부였던 그 시절에 포장마차나 낚시터에서 광원으로 사용하였고, 건전지랜턴이 없던 시절에는 광부들도 사용했다는 간드레는 생석회와 코크스나 무연탄 등의 탄소를 전기로 속에서 고온 가열하여 제조한다는 탄화칼슘인 카바이드로 아세틸렌 가스를 발생시켜 사용했다.

당시에는 용접할 때에도 썼고, 또한 알칼리성인 질소비료의 원료이기도 하지만, 덜 익은 감을 숙성 시키는 데에도 사용했던 카바이드는 인체에 해로운 점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었는데, 이제는 과일을 숙성 시키는 것도 무해한 원료로 대체 되어서 더 이상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오늘날 세상은 온실가스 감축을 글로벌문제로 삼아 회의와 개발은 물론 우선 정책으로 선정해서 자국 국민들에게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으나, 이 모든 것들이 국민 개개인의 자발적이라기 보다는 현실의 강요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포장마차 안을 채우던 광원도 오래 전에 간드레 불빛에서 전등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어느새 LED등이 서서히 영역을 확장하고있다.

하지만 온실가스배출을 다소 감수하더라도 이렇게 각박한 세상에서 지금처럼 전등과 LED의 차가운 전기적 광원보다는 카바이드 간드레가 은은하게 불을 밝히던 따스한 추억의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그 당시에는 온실가스나 기후변화의 징후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던 그런 시대였었다.

밖에는 아직도 도로의 눈 치우는 손길이 분주하다.

2010년 1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