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던 일이 여의치 않아 지난해 봄까지 아파트건설현장을 전전했었다. 잠깐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 근 4년을 넘겼다.

그때 내가 아파트현장에서 한 일이 바닥재(장판)를 시공하기 위해 세대의 거실과 방의 바닥을 말끔히 긁어내고 쓸어내는 청소였었다. 다른 공정이 미처 다 끝나지 않은 세대바닥을 쓸어내자니 자연 시멘트먼지와 각종 시공으로 남겨진 갖가지 찌끄러기 먼지들이 뿌옇게 피어올라 공업용 방진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절 지나 마스크를 벗으면 콧속과 콧잔등에는 시멘트 먼지가 뽀얗게 달라붙어있었다. 하지만 주위에는 세수를 하거나 손을 씻을 수 있는 물이 없었다. 그저 식당에서 주는 물티슈를 주머니에 갈무리하고 있다가 얼굴을 대충 닦고 콧속을 후벼서 달라붙은 먼지 딱지를 몰아내는 게 전부였었다.

결국 제대로 닦으려면 식사를 하러가서 함바식당의 수돗물로 세수를 하고 손을 씻을 수밖에는 없었다. 한 현장에 보름에서 한 달 정도 공사를 하고 다른 현장으로 이동을 했었는데, 거의 대부분의 현장이 거의 똑같은 여건이었고 내가 일하던 곳은 모두 정부기관의 서민용 아파트건설현장이었다. 특히나 조금 기온이 따뜻한 날이면 일한지 한 시간도 안돼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작업복은 맨살에 끈적끈적 엉겨 붙는데, 퇴근 후 숙소에서 샤워를 하기 전까지는 땀 냄새와 질감 나쁜 작업복의 불쾌한 감촉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가끔 수도권의 현장에서 일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퇴근을 할라치면 페트병에 물을 받아 세대의 구석진 곳에서 수건을 물에 적셔 마치 염할 때 알코올로 시체를 닦아 내듯이 몸을 닦아냈고, 차를 타서도 다른 승객이 찌든 땀 냄새로 불쾌해 하지 않게 멀리 떨어져 앉거나 서서 시선을 창밖으로 고정하고 모르는 척 하여야했다.

우리가 하던 공정이 전체 공정의 90% 정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시공을 하여야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세대에는 물과 전기 공급이 안 될 때가 태반이어서(아마도 공사비 절감을 위하여) 아파트 꼭대기 층의 후미진 방의 구석에는 종종 노동자들이 싸놓은 큰 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도 치우면서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던 게 세대 화장실에는 물이 안 나와서 용변을 보고 처리를 할 수도 없었고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저기 까마득하게 밑에 있는 몇 개의 간이 화장실이 전부였었으니 이십층 이십오층 꼭대기에서 일하다 용변을 보러갔다 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러면 최저가로 하청에 몇 번 재하청공사를 맡아 일을 하는 작업반장이 싫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 부득불 들키면 그 현장에서 퇴출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건설회사 관리자들 몰래 볼일을 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종종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DNA감식을 하기 전에는 누구도 입증을 못하는걸 알기 때문에 노무자들은 목청 높여 우기면 건설사 직원들도 어쩔 수 없었다. 누가 쌌는지.......

몇 개의 간이 화장실도 건설 근로자들의 연인원에는 훨씬 부족하고 처음 착공을 할 때 시설을 해놓고 방치를 하였는지 우레탄인 듯 한 재질의 화장실 문은 반쯤 떨어져 덜렁거리고 변기 안에는 그 동안 쌓인 배설물이 넘칠 듯 가득차고 불결하여 웬만한 여성들은 도저히 일을 볼 수없는 환경이었다. 여름이면 구더기가 득실거리고, 그나마 겨울이면 그 더러운 것들을 꽁꽁 얼어 붙여 배설물이 그 악취를 다물고 있는 간이 화장실은 대신에 까발린 엉덩이를 냉기로 재촉하여 감히 오래 버틸 수 없었다.

맨 처음 첫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는 어느덧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고 지금은 21세기인데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없는 이런 곳이 있는가 싶었다. 어디 아프리카 빈민국도 아닌데 땀 흘려 일하면서 샤워는커녕 손 두개도 닦을 수 없고 급하게 용변을 제대로 볼 수도 없는 이런 곳이 대체 어떻게 이 나라의 국토 곳곳에 산재해 있었는지 참으로 딱하고 씁쓸하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몇 개의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나도 현장에 차츰 익숙해졌었는데, 안전교육이나 음용할 물을 받으러 가본 건설사직원들의 현장사무실에는 따로 깨끗한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있었으며 철따라 냉난방이 잘되어있었다. 건설현장 사무실치고는 꽤나 쾌적한 환경여건이었다. 내가 그때 본 그곳은 가히 유토피아였었다. 그러니 건설사 직원들의 눈에 노무자들은 사람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저 먹고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버러지들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것도 그런 것이 반장이나 몇몇 기술자들 말고는 대부분이 나 같이 갈데없는 사람들이나 조금 덜 배운 사람들, 외국인 노동자, 용역 인부들, 특히 살림만 하다 보니 따로 배운 게 없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대부분의 인력이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여기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들어서 할 수 없이 감수하는 건설 노동자들이라서.......

또한 이들의 고충을 나서서 외치고 대변해 줄 수 있는 조합이나 단체가 없어서 그대로 순종하는가 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런 소외계층을 끌어안아 이들도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각 언론의 매체들은 잘 먹고 멋지게 잘사는 사람들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말 못하고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이런 그늘 속에 신음하는 소외 계층을 사실과 객관적인 취재와 보도로 모든 국민들과 나랏님, 국회의원들, 그리고 각 분야의 지도자들이 인식하고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하여야 할 때이다.
그것이 언론이 가지고 있는 전능하신 능력이고 어려운자들을 위한 배려의 권능이라고 믿고 싶다. 결국 어려운 건설노무자들이 이 나라 대부분의 주거공간을 건설하였으며, 지금도 묵묵히 일하고 있는 근로현장의 상대적 불구자들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형 메이저급의 건설사 현장여건은 이보다는 다소 낫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현장에서 일할 기회가 없어서 확인은 안 되었다.

그런 버러지들이 그나마 배를 채우고 힘을 내서 일할 수 있는 함바식당을 이용한 유 아무게 영감의 술수에 말려 도도했던 무반들이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뉴스를 보면서 나는 검은 돈의 정체보다는 식사의 원가가 얼마나 형편없었으면 저런 위험을 감수하고 검은 돈을 건네며 사업권에 목을 맸을까? 그러고도 몇 억씩 남았다니 일반식당보다 많이 저렴한 한 끼에 사천원대의 함바식당의 식재료비 원가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물론 간이 건물에 낡은 중고집기류와 열악한 환경을 갖추고 하는 함바식당은 임대료와 시설비 투자비도 저렴하고, 종업원도 최소로 고용하며 제일 바쁜 점심시간 근처의 시간에 저렴한 아르바이트 형식의 종업원을 투입하고 있으니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요즘은 정말로 건설현장의 버러지들이 더욱 안타깝고 슬픈 시절이다. 그러나 이 함바식당 역시 건설사 직원들의 전용식당은 노동자들의 식당과 분리해서 따로 꾸미고 있으며 특별한 식단으로 차별을 하는데, 나는 들어가 볼 수 없었으니 그 차이는 알 수 없다. 언제부터 CEO와 평직원이 같은 식당에서 같은 식단으로 같은 식사를 하는 풍토가 정착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에서는 이렇듯 차별을 하니 버러지들은 더욱 서럽고 서럽다. 더군다나 먹는 걸 가지고.......

모쪼록 이번 기회에 열악한 환경의 아파트건설현장, 특히 정부 공사현장의 낙후된 실태를 낫낫이 알려서 말 못하고 있는 우리의 낮은 계층의 국민들도 버러지 같은 삶을 벗어나 다소나마 더 나은 질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해야 될 것이다.

* *일부가 2011년 1월 21일자 조선일보 에세이란에 소개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