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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6-03 21:06
ㆍIP: 223.xxx.152
꿈인듯, 삶인듯
꿈인듯,삶인듯...

      권영심 ( 2022 , 6 , 3 )

옛날 어느 나라의 임금은 모든 것을 다
가진 군주였다.   아름다운 왕비와 출중
한 자식들,나라는 부강했고 조정에 충신들이 가득했으며 이웃나라들에게
서 조공이 끊이지 않았다. 정말 행복한
왕이었다.  그러나 이 왕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무서운 고통이 있었으니, 그것은
꿈이었다.  잠만 들면 늘, 같은 꿈을 꾸는
데 가장 부강한 나라의 군주인 그가 다리 밑에 사는 거지가 되는 꿈이었다.
꿈 속에서 그는 가장 비천한 거지였으며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천인이었다.
남이 먹다 버린 음식을 먹고 몸엔 이와
빈대가 득실거렸으며, 시궁쥐들이 그의
몸을 깨물고는 했다.  그 고통에 못 이겨
비명을 지르면서 깨어나면 그는 황금침
대에서,능라주옥을 몸에 휘감은 왕의 몸
으로 사랑하는 어여쁜 왕비와 함께 있었
다.  꿀처럼 달콤하고 녹을듯이 부드러
운 왕비의 몸을 끌어 안으며 그는 치욕
으로 떨고 분노했다.

천하의 왕인데 어찌 이리 꿈이 비천할
수가... 너무나 수치스러워서 아무에게
도 말 못하고 잠을 안 자기 위해 별 짓을
다했으나 사람이 자지않을 도리가 없었
다.   잠을 자지않기 위해 사냥을 즐겼는
데, 어느날 또 사냥을 나간 왕은 막사에
서 밤을 새우고 있었다.   잠이 오는 것
을 애써 참다가, 왕은 곤히 잠든 시종들
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용히 밖으로 나
갔다.  왕의 막사 주위로 많은 군사들이
지키고 있었고 또 다른 군사들은 여기
저기서 잠들어 있었다.  왕은 횃불들이
밝혀진 사이 사이 , 천지를 모르고 잠
든 병사들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자신처럼 나쁜 꿈을 전혀 꾸지 않는듯
한 병사들이 이 순간 그렇게 부러울 수
가 없었다.  그런데 병사 한 명이 웃으
며 손짓하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호기심이 당긴 왕은 그 병사 가까이로
가서 뭐라고 잠꼬대를 하는지 들어 보았
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병사는 짐이라
느니, 공주라느니 그런 말을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그 표정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다음날 왕은 그 병사를 막사로 불러서
꿈을 꾸느냐고 물었다.    병사는 말하기
를 매우 주저하다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벌을 내리지않을 것을 약속받았다.

" 폐하. 저는 일자 무식에다가 가족도 없
이 가장 말단 병사로,사냥에 따라 나와
서도 말이나 개의 시중을 드는 신분이지
만 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사옵니다.
왜냐하면 저는 잠이 들면 왕이 되기 때문입니다.  수 많은 아름다운 후궁들
이 저를 사랑하고,꽃보다 예쁜 공주들이
아바마마라고 부르며 따르고 백성들은
행복합니다.  비록 현실에선 개보다 못
한 인생이지만 언제든지 잠만 들면 왕이
되오니, 저는 이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사옵니다."

병사는 물러가고 왕은 사냥도 잊은 채
깊은 상념에 빠져 하루를 보내었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고 그는 여전히 거지
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발길에 채이며
밥을 빌러 다녔다.  너무나 고통스러웠
고 너무나 배가 고팠다.  돼지막에서
돼지가 먹고있는 밥이라도 훔쳐 먹고 싶
은 그 때,왕의 행차가 지나갔다.   그는
길바닥에 엎드렸고 뭔가가 그런 그의 앞에 떨어졌다. 왕이 마차 안에서 먹던
과일과 빵이었다.  그는 음식을 부등켜
안고 얼굴을 들어 마차 안의 왕의 얼굴
을 쳐다 보았다. 그 얼굴은... 그 때 꿈에
서 깬 왕은 오랜 시간, 침대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자신에게 먹을 것을 준
꿈 속의 왕은 바로 그 병졸이었다.
왕은 다시 병사를 불러 높은 벼슬을 내리겠다고 했다.  아름다운 여인과 혼
례도 시켜 주겠노라고 했다.

그러나 병사는 왕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
다.   이유를 묻는 왕에게,

" 폐하.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장이
지만 웬지 제가 그런 것을 가지게 되면
제 꿈이 사라질듯 해서 그렇습니다.
사람은 원래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
는 법이니 말입니다.   현실에서 제가
왕이 될 수 없으나 꿈에서 왕의 삶을 누
리는 것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제가 이렇게 사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왕은 병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네가 언제까지나 이렇게 사는 것을 허
락하겠다. 한 가지만 묻겠다.  네 꿈 속
에서 거지를 보았느냐?"
"예, 폐하. 저는 꿈 속에서 거지들을 많
이 봅니다."
" 그 거지들에게 너는 무얼하느냐?"
"보기만 하면 언제나 음식을 줍니다. 뭐
니뭐니 해도 배 고픈 설움과 고통이 가
장 크니까요."

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병사에게 말했
다.

" 네가 꿈에서나마 왕이 되는 이유를 알
겠구나. 그래,혹시 오늘 밤 꿈에도 배 고
파하는 거지를 보면 꼭 음식을 주거라.
혹시 그 거지가 나를 닮았다면 잊지말고
꼭 주어라."

이제 이 이야기의 끝이 되어간다.
왕은 그 후 죽을 때 까지 거지가 되는 꿈
을 꾸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꿈을
두려워 하지않고 편안한 잠을 잤다.
꿈 속에서 그는 왕에게 항상 음식을 받아 먹고, 더 이상 배고프지 않았고 현
실에서도 언제나 배고픈 사람을 찾아 왕
의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고 행복한 왕으로
살다가 죽었다.   지금 그대는 거지의 꿈
을 꾸는 왕인가?   아니면 왕의 꿈을 꾸
는 초라한 병졸인가?   그 무엇이라 할
지라도 좋지 않은가?  배고픈 사람에게
나의 음식을 줄 수 있는 마음이라면
말이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굳이 헤아릴 것 없다.  지금 나의 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모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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