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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5-28 20:21
ㆍIP: 223.xxx.191
친절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친절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권영심 (  2022 , 5 , 28 )

오후 1시에 예약이 있어 일찍 마트에
갔다.    이것저것 식재료를 사서 계산대 에 섰는데 매우 붐볐다.   항상 손님이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주말이어서 더한
듯 했다 . 그런데 내가 선 계산대의 케셔
의  표정과 말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손님마다 무언가를 지적질을 하면서 일
을 하는데, 너무 착한 손님들은 아무 말
없이 그냥 지나갔다.  나는 물건을 계산
대에 잘 올려 놓으면서 잘못된(?) 것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배달을 할 것이 기 때문에 무거운 것을 앞으로 놓고 대 파 등의 채소는 뒤 쪽으로 놓았다  . 그런데 내 순서에서 박스에 물건을 담으 면서 케셔가 아주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아줌마 ,대파는 비닐에 넣어 오세요!
왜들 이러는지 몰라."

나는 물건을 잡으려는 케셔에게서 상품
을 잡아 건들지 못하게 했다.

"언제부터 매대에서 포장했어요?  항상
계산대에서 켸셔가 직접 포장지를 꺼내
어 넣어주지 않았나요?  그래서 그냥 가
져왔고 만약 대파 주변에 녹색 포장지가
있었으면 내가 직접 넣었을 거예요."

손님이 그렇게 말하면 케셔는 마트의 룰
이 바뀌어서 손님이 직접 포장해야 하고
비닐이 거기에 있을 거라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이 케셔는,

" 거기 있어요! 아줌마가 못 본 거지.
찾아보지도 않고."

나는 바로 대파가 있는 곳으로 가서 주변을 둘러 보았으나 없었다.   대파를
담는 비닐은 손거리가 있는 녹색 봉투여
서 못 찾을리가 없었다.   나는 채소 매 대를 지키고 있는 직원에게 대파봉지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상추를
소분하면서 계산대에 있다고 말했다.
계산대로 다시 갔더니 내 물건들의 계산
을 끝내고 치운 상태였다.

" 아줌마,  대파 있는 곳에 비닐 없어요.
그리고 계산대에서 담는 거라고 채소를
만지는 직원이 말했는데 어떻게 설명할
래요?  "
" 그럴리가 없는데  미치겠네. 일단 계산
이나 하세요."
"  계산이나?  댁은 지금 내게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해요. 나는 여기 물건을 사러
온 손님이지 댁의 화풀이 대상이 아니예
요.   나뿐 아니라 손님들에게 계속 화를
내는데 왜 손님들에게 댁의 나쁜 기분을
강매를 해요?  우리가 여기 직원들의 눈
치를 살펴서 물건을 사야 해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줄에 섰던 손님들이 이구동성으로 불만들을 쏟아
내었다.   계속 화를 내고 있다면서 너무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 매대 의 다른 직원이 와서 내게 사과했으나 나는 문제의 케셔의 사과를 요구했다 . 그녀는 내게 사과했고 나는 ,

"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화내지 마세요.
힘들 때 계속 화 내면 더 화가 나고 견딜
수가 없게 돼요. 일부러라도 웃으며
말하세요. 일하는 사람은 더욱 그래야
해요. 계속 일해야 하잖아요? ."

나는 웃으며 카드를 내밀었고 그녀의 표
정이 매우 묘해졌으나 아마 더 이상 화
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친절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친절해야 하
고 그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천하의
명품을 판매하더라도 파는 사람은 친절
해야 한다.  자존심을 없애고 아부하고
비굴하게 치사하는 것을 친절이라고 잘
못 착각하는데 진정한 친절이야말로 나
의 자존심이다.  나는 태어날 때 부터
장사하는 집의 맏이였는데 아버지의 친
절을 보고 배우고 자랐다.  언제나 웃으
며 커다랗고 밝은 음성으로 손님을 상대
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때로 경이로웠다.
정말 몸서리치는 진상은 있기 마련이었
는데 아버지의 친절을 이기지 못 했다.
엄마는 본연의 모습대로 새침하고 냉정
하기는 했으나 어느 경우에도 손님을 상
대로 화내거나 물건에 분풀이하지 않았
다.  

세월이 흘러 내가 알게 된 것은 나의 화
를 내가 감당하지 못 하고 다른 사람에
게 분풀이하는 것의 부끄러움이다.
더구나 장사를 하면서 내 감정의 찌꺼기
를 손님들에게 버리는 짓은 절대로 해서
는 안 되는 짓이다.  본성이 무뚝뚝한 사
람도 상냥해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장사이다.   상냥함과 친절이 같은 모습
일 수는 없다.   예전에 어느 동네에 살
때 정육점의 주인이 욕을 너무 잘 했다.
그런데 그 가게는 손님으로 항상 붐비고
고기를 사서 가는 사람들은 웃었다.
휙휙 칼을 휘두르며 욕설도 함께 덤으로
주는 그 주인의 무엇에 손님들이 이끌린
것인지 나는 처음 가보고 담박에 알게
되었다.   고기도 질이 좋았지만 그의 욕
은 일종의 친절이었다.  욕이 친절이라
니?   삼겹살 1키로를 사는데 묻는 것이
2키로는 되었다.  몇 명이 먹을 거냐,
어떻게 먹을 거냐, 남는 것을 냉동할 거
냐, 등등 그 물음을 전라도 특유의 구성
진 욕을 섞어서 하는데 너무나 재미있었
다.

남는 것을 냉동할거라고 하면 비싼 냉장
고기를 주지 않고 숙성한 냉동고기를 권
했고 맛있게 굽는 법도 가르쳐주고 손님 이 원하는대로의 굵기로 정확하게 잘라
주었다.   계산을 하고 건네지는 보따리 와 함께 덤으로 따라오는 걸죽한 욕 한
사발이 없으면 서운했다. 그 모든 것이
정육점 주인의 최선을 다한 친절인 것을 모든 손님들은 알았다.  그것이 자신만
의 최선의 친절인 것이다.  슬퍼도 외로
워도 웃는 캔디처럼 장사하는 모든 이들
은 모름지기 진심을 다해 친절해야 한다.  친절은 상인과 손님과의 약속이
며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야살을
떨거나 비굴한 공대가 아닌, 사람으로서
의 친절로 대할 때 내가 먼저 기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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