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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5-30 17:58
ㆍIP: 223.xxx.225
살 자격 죽을 자격
살 자격,죽을 자격

       권영심(2022 , 5 , 30 )

지난 이 년 동안 이런 저런 연이 있던 사
람들이 다른 세상으로 건너갔다.
그 중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아직 너무나 젊은 나이에, 한 사람은 우울증으로,또 다른 이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서였다. 아직도 생각만 하면 마음이
쓰리고 고통스럽다.   그다지 친숙한 사이는 아니었으나 두 사람의 자살 소식
은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토록 밝고 명랑하던 사람이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
고 죽을 줄은 몰랐다.  또 한 사람은 신 도시에서 누가 봐도 부유하게 살았는데 눈덩이처럼 커진 빚에 치여 오 십도 안 된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버렸다.
너무나 안타깝고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자신을 책하면서 생각들이 많아졌다.  죽고 싶도록 나도 힘들었다.  지금도 너 무나 힘들다.   그러나 매일 감사하면서 감사를 입에 달고 살면서,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또 다른 생에까지 지금의 삶
에서의 고통을 가져가고 싶지않기 때문이다.

이해를 바라지도 않고 또 이해할 수 없 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나는 많은 시련
속에서 공부를 거듭하고 깨우치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을 글로
쓰기도 하지만 나는 진정으로 믿는다.
이 삶을 살아내지 않으면, 내가 받은, 살
자격을 충분히 누리고 힘써 살면서 완성
하지 않으면 다른 생에서 이와 똑 같은
삶을 반복한다는 것을.  내가 해결하지 못 하고 버려둔 것의 무게까지 더해서
생이 거듭된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힘써 살아내면,주어진 살 자격에 걸맞기
위해 힘써 살아가면 반드시 바뀔 것을
알기에 나는 지금의 삶을 절대로 버릴
수가 없다.  나에게 살아갈 자격을 준 것 은, 우리는 결코 알수없는 불가사의한 운명이고 그것은 수많은 인과연이 얽혀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 삶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내야만이 비로소 죽을 자격이 주어진다.
이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그 어떤 삶이
라도 슬프고 외롭고 공허함의 덩어리라
는 것을 알겠다.  그것이 목숨있는 것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왕으로 살았어 도, 거리 한 모퉁이의 노숙자로 살았어 도, 먹는 것과 사는 곳의 모양새가 다를 뿐.  인간들의 삶은 결국 같은 것이고 목숨은 하나가 주어진 것도 같다.  
그런 생이 주어졌는데 살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별별 고난이 닥치더라도 산
다는 것은 절대적인 지상과제이다.
그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 스스로 저버리
는 것은 문제를 더 크게 만들어 다른 삶
에서의 고통을 더 크게 만들 뿐이다.  윤회가 어디 있으며 딴 세상이 어디 있 냐고 말한다면 그것대로 할 말이 없다.

그렇더라도 내게 주어진 이 삶.  이것보 다 더 위대한 명제는 없다.  지금의 나의 모습으로,살아가게 되는 것은 단 한 번 이니까.   천재이면서 루게릭병으로 평 생을 육체의 감옥에 갇혀 지낸 어느 천체물리학자는 자신을 죽여 달라고 여러번 말했다고 한다.  얼마나 고통스 러웠으면 그랬을까... 생각하면 인간의 삶에 가슴이 미어진다.   그런 그조차도
그 시기가 지나가면 그는 살아있는 것에 감사했다.  삶이란 너무나 오묘해서 그 어떤 말로도 규정지을 수가 없다.   각자 의 생긴대로 살아가면서 스스로의 넓이 만큼 알게 될 뿐이다.  모든 것이 내 탓 이요 나로 인해 인과연의 흐름이 바뀌었 다.   천하의 원수여서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갈 수 없어도, 용서하면 달라지고 달라진 인연은 기적을 만드는 법이다.

살 자격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가장 먼 저 나를 용서하고 받아들여 삶의 중심을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것. 그것이다.  내게 주어진 삶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야 죽을 자격이 주어진다.  남아있는 사람 들에게 꽃 향기같은 그리움을 남겨놓고, 그 그리움으로 추억할 수 있도록 생의 길을 닦아야만 죽을 자격을 갖게 되는 것임을 나는 알고있다.남겨놓고 가는 사람들의 심중에 한과 분노를 심어놓고 마음대로 가서는 안됨을 알아야한다고 간곡하게 말하고 싶다.  얼마나 절박하
고 고통스러웠으면 스스로의 생을 버리
고 가랴...  그렇더라도 그 순간 나를 이루고 있는 주변을 생각하고 멈추어야
한다고 몇 백 번이고 말하고 싶다.
꽃이 지고 난 잔해는,그 꽃이 화려할수 록 더 처참하지만 뭉그러져 바람에 날려
가는 그 순간까지 희미한 향기로 남아
우리의 마음을 적셔 온다.  사람의 죽음
또한, 살 자격과 죽을 자격을 온전히 누
리고 그 향기로 남아 그리움이 되라고
말하고 싶다.   그 그리움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을 더해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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