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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5-27 20:29
ㆍIP: 223.xxx.191
이 외로움을 어이하나
이 외로움을 어이하나?

       권영심( 2022 , 5 , 27 )

나와 동갑인 어느 지인은 자랑질 대마왕
이다.  아니 자랑질 대마녀라고 해야 할
까?  만나면 다른 사람은 웬만하면 말을
할 기회가 없다.  처음엔 신기하고 재미
있기도 했다.   우리 또래의 여인들이 자
랑질 고수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엔간히
봐주고 들어줄 만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 여인처럼 숨이 넘어가도록 자랑질에
몰입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느날 문득
듣고 있다가 너무나 공허한 그녀의 눈빛
과 부딛혔다.  자랑질이 진심이라면 눈
빛도 표정도 즐거워야 한다   그런데 그
녀의 눈빛은 너무나 쓸쓸하고 텅 비었
다.   나는 갑자기 그녀에게 말을 걸었
다.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 진심이었다.

"그렇게 외로워?  아들도 딸도 남편도
손자 손녀들, 친구들과 돈까지도 넘치도
록 많은데 이렇게 할 만큼 외로워?"

같이 있던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나를 쳐다 보았는데 그녀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지 고 나는 바로 말을 이었다.

"나도 너무 힘들어, 난 아무것도 없고 혼
자 살고 가진 것도 없어.  그런데 외로움
도 없어. 그런데 넌 외로움도 너무 많구
나,  왜 그딴걸 껴안고 키우고 살아?"

뒤에 알고보니 그녀는 너무나 심한 우울
증을 앓고 있었다  그 많은 가족들 누구
도 그녀의 병을 모르고 있었다.
병원을 다니면서 혼자 약을 먹은 것이 수 년이 되었는데도 아무도 몰랐다.
그녀는 조현병 초기 단계까지 이르렀고
그것이 그렇게 기가막힌 자랑질로 발현
된 것이었다  그래서 자랑을 하는 그 눈
빛이 마치 동굴처럼 공허할 수 밖에 없
었다  그녀는 친구와 가족들이 많고 가
진 것도 많은,정말 부러운 사람인데 왜
그렇게까지 되었는지 모르겠다
내 말에 마치 온 몸이 쪼개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면서 찾아온 그녀는 덫에
걸린 작은 짐승이었다. 외로움이라는 ,
벗어날 수 없는 덫에 꼼짝도 못 하고 치
여서 피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북풍한
설 몰아치는 곳에 발가벗고 혼자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작은 갱년기 우울증이었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병원을 찾았을 때는
많이 늦었다  약도 먹다말다... 이렇게
무서운 우울증은 나도 처음 보았다.
위로나 충고 따위 소용없었다. 그녀가 겪고 안고있을 공허의 덩어리가 느껴져
내가 다 몸이 떨렸다.   약물 중독에라도
빠져서 자신을 잊어버리고 싶다고 그녀
는 메마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포도 한 알을 입에 넣으며,

" 마리아씨, 이게 무슨 맛이야? 맛을 모
르겠어. 무엇을 먹어도 마셔도 맛을 모르겠어. 맛있게 먹고싶어... 단 한 번
이라도 맛있게."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나는 그냥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몸피가 작은 그녀가 내게 안기더니 온 몸을 떨면서 울었다.  오지랖 대마녀인
나도 그냥 소리내어 울었다.   몇 년 동안의 어려움과 고통이 밀려와서 그녀
의 울음에 얹혀 그냥 마음놓고 울어 버
렸다.  근래에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을
정도였는데 이윽고 우리는 울음이 잦아
들면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로의 어깨를 때리며 손을 잡으며 마치
미친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맥주 한 잔
을 단숨에 마시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

" 와!! 살겠다 .  이렇게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야.  마리야씨는
마녀가 맞나봐. 누가 마리야씨한테 가서
말하라고 그러더라구.  나는 마리야씨를
싫어했거든.  너무 행복해보여서 너무
싫었어.  그런데... 마리야씨도 힘들구나
그런데도 그렇게..."

그녀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인천을 떠나,강원도 어디에서 작은 절을
꾸리고 살아가는 언니에게 가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돌아 오겠다고 했다.
그녀는 떠났고 전번조차 없어져 버렸다.
그녀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 때는 외로움
이란 괴물을 물리쳤을까?
남편도 자식들도 친구들도 몰라주어서
너무나 원망스럽다던 그녀는 뭔가를
깨달아 오게 될까?   스스로 치유하지 않으면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없다는
것을.   나는 그녀의 덕분으로 울어서
참으로 좋았다.  웃어서 더 좋았다.
이제 모두 좋아질거야... 가장 좋은 것은
외로움의 포로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힘내서 무엇이든지 할수있다.
강원도의 작은 산사에서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하고있을 그녀를 응원하면서
나 자신 또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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