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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5-29 17:15
ㆍIP: 223.xxx.225
돈쭐내러 왔습니다
#권영심의글
돈쭐내러 왔습니다

      권영심 ( 2022,5,29 )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가게의 손님들이 많아졌다.   새벽 4시
까지 문을 열고 마음놓고 음악도 듣고,
혼자 가게 앞의 작은 정원에서 거니는 느낌이 너무나 좋아 행복하다.  아무도
없어도, 손님이 오지않아도, 자유롭게 가게에서 지낼 수 있는 것이 그저 고마 울 따름이다.   새벽까지 문을 열어 놓고 아무도 없는 거리를 바라보거나, 나의 작은 정원의 꽃들과 웃고 이야기하는
기쁨은 나의 소중한 행복이다 . 예전의 손님들도 오기 시작했으나 새로운 손님 들이 많아지는 것은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하다.  오늘은  초저녁에 두 사람이 다녀가고 8시가 넘도록 손님이 없었다.   그런데 모르는 전번으로 전화가 와서 17명이 온다는 것이었다.   점심이나 초저녁의 식사겸 술자리의 예약은 그런 숫자의 손님들이 오기도 하지만, 한밤중에 이렇게 많은 손님들의 예약은 처음이었다 . 솔직히 미심쩍기도 했으나 그냥 준비를 했다.  

식사가 아니니 앞접시와 시접만 놓고 기본 안주만 준비하면 되니, 설령 장난 전화일지라도 손해보는 것은 없었다.
삼 십분 후 가게가 가득 차도록 젊은
사람들이 왔고 그 사람들 중에 나와 연
이 닿는 사람이 없었다.   분주함이 조금
지난 다음에 전화를 한 여성에게 우리 가게를 어찌 알았느냐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전율이 일도록 놀라운 것
이었다.

"권영심 작가님이시죠?  우리들 중 몇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작가님의 글을 매
일 읽고 있어요.  오래전의 글도 다 찾아
서 읽으며 우리들은 팬이 되었고,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작가님께 힘을 실어
주고 싶어 오늘 돈쭐내려고 일부러 인천
에서 모였어요.   부평에서 식사를 하고
여기 왔는데 부천.수원,일산 등 여러 곳
에서 왔어요 ."

그녀는 사람들을 조용하게 하고 나를 일
부러 소개시켜 주었고 나는 세상에 태어
나서 처음으로 꽃같이 어여쁜 젊은이들
에게 박수를 받았다.  부끄럽고 감동했
고 눈물이 날 만큼 뭉클했다.  

세 시간 동안 먹고 마시고 잘 놀다가 그들은 돌아갔고  총무라고 말한 여성은 넉넉한 계산을 해주고 갔다.   돈쭐... 오늘 받은 금액이 주말의 하루 매상을 상회했으니 돈쭐이 맞는듯 하다.   특정 세대로 규정 짓는 요즘 젊은이들의 돈쭐 을 나도 맞았으니 대체 무어라고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시대의 젊은 이들은 흘러간 시대의 사람들과는 다른 경제 관념과 의식의 소유자들이 분명하 다.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쓸 돈, 안 쓸 돈의 구별이 우리 세대와는 많이 다르다.   내 글에서 어떤 감동을 받았는 지 알수 없으나 이 젊은이들의 오늘 방문은 내게 충격일 만큼의 감동을 주었 다.  그리고 또 놀란 것은 그들의 담백한
태도였다.   내 가게는 글때문에 찾아오
는 사람들이 가끔 있으나 오면 내게 굉
장한 호기심을 가지고 많은 것을 묻는
다.   그것도 좋지만 오늘의 젊은이들은
인사가 끝난 다음에 자기들끼리 잘 놀면
서 내게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다음에 올 때 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하면서 그들은 따로 따로
헤어져서 돌아갔다.   언제든지 친구가
될 수 있고, 언제든지 타인이 될 수 있는
그들의 삶의 스타일을 나는 잠시 엿본
느낌이다.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라고
단정지어선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 삼 년여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았나
싶을만치 많은 고난을 겪었다.   몸의 아
픔도 그랬지만 금전적으로 손해보고, 벌
지 못한 데미지는 상상이상이었다.
이제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옛 손님들이
하나씩 찾아오고 새로운 손님들도 생기
기 시작했다.  손님을 맞이하는 내 마음
이 어떤 것으로 채워져있는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 한다.   그런 차에 오늘의
젊은이들은, 화인보다 분명하고 뜨거운
희망과 감사의 메시지를 내게 주고 갔다.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감사하고
기다리며 삶의 끈을 놓치지 않은 내 자신에게도 감사한다.  
버리는 신이 있으면 줍는 신이 있고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내게
서 삶의 끈을 뺏지 못 한다.  진인사대
천명은 바로 나 자신을 일으키는 말이
다.  나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에 감사하며 이제 아주 조금씩 나아
질 것을 믿고 하루를 감사로 채우며
살아간다.  오늘 우리 가게를 찾아와 준
젊은이들... 오직 감사할 뿐이다.  
나는 정말 큰 용기를 얻었고 이 용기를
잃지않고 글을 쓸 것이다.  내 안에 서리
서리 쟁여져있는 많은 것들을 세상에
내어놓을 것이다.
나의 동행이 되어준 17명의 귀한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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