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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1-02 13:57
ㆍIP: 223.xxx.104
아주 작은 선의
아주 작은 선의

    권영심 ( 2020 , 11 , 2 )

지난 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서구
치매센타 홍보를 위해 길거리에서 서명
을 받고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봉사를
했다
서구 치매 센타가 루원시티로 장소를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주민들이 잘 몰
라서 알리는 것에 주력하며 치매파트너 를 신청하는 것에 서명을 받았다
치매 파트너는  치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돕고 배려하는 역할을 하는
봉사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 활동을 하면서 소정의 교육을 받고 나면 치매 파트너 플러스가 된다
치매 센타를 거점으로 가정역과 아파트 단지를 돌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이 있어 힘든 줄을 몰랐다
나는 치매파트너가 되기 이전부터 치매
에 관한 많은 공부를 했고 노치원 봉사
도 오래 했지만 거리에서 홍보 활동을
하는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이 거리 홍보로 인해 나는 싹 뜯어 고친
버릇 하나가 있는데 길을 가다가 아무리 바빠도 다른 사람이 주는 어떤 전단지 라도 받아 주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길을 걸어가면서 길에서
주는 그 어떤 것도 거부했고 작은 전단 지 한 장도 받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죄스럽고 부끄럽
기 이를 데 없다
내미는 손을 매정하게 뿌리치고 세상에
서 제일 바쁜 듯이 그렇게 쌩하니 휙!
지나가 버렸었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누는
봉사를 하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며 지난 날의 나의 냉정한 행동들이 떠올라
많이 후회가 되었다
치매 파트너가 되어 주세요, 치매 센타
홍보 나왔습니다, 치매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 입니다...
앵무새 처럼 같은 말을 수없이 되풀이
하면서 전단지와 사은품을 내밀 때 거절
당할 때 마다 지난 날의 행동이 미안 하다
단체명이 적힌 조끼를 입고 가슴엔 구호
가 적힌 띠를 둘렀으니 호객하는 사람들
아 아님을 알수 있건만 전단지를 거부하
는 손길과 눈빛이 매섭다

찬 바람이 이는 냉대를 받으면 얼굴이
붉어지며 속이 상하고 마음이 어지럽다
고맙습니다, 수고 하십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이런 인사와 함께 전단지를
받아 주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아무리 많이 해도 거절은 마음을 찝으니
내공이 필요하다
거절하지 않을 사람을 고르는 것인데
손에 장바구니를 든 사람을 택하면 거의
틀림이 없다
전단지와 함께 자체 제작한 여러가지 작
은 사은품을 주는데 그것을 담을 수 있는 장바구니나 가방을 가진 나이든
사람은 실패 없이 받아 간다
젊은이들은 30%의 성공이고 어르신들 은 대부분 받아 준다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작은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의
주인은 거의 받아 준다

가장 쌀쌀맞게 안 받는 사람들은 젊은
아낙네들인데 표정도 무섭다
내게 다가오지 마세요,
당신이 주는 것 모두 싫어요 하는 거부
감을 전신에서 보여주며 가버린다
아파트 입구에서 하기도 했는데 유모차 를 밀고 나온 아기 엄마들의 거부가
가장 많았다
치매라는 말에 온 전신으로 적의를 보이
는 듯한 젊은 엄마의 눈빛은 싸늘하다
자신은 치매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세상
에서 살고 있는데 마치 내가 치매 전염
병자라고 되듯이 거부한다
어떤 이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나이가
몇 살인데 하면서 나를 완전 돌아이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너무나 젊은 자신에게 치매라는 말을
하는 내가 너무 이상해보이는 것이다
처음에 맘이 상했으나 내게 대입시켜
생각하니 그 반응이 지극히 당연함을
알겠다
치매는 커녕 그 근처 조차 생각해 본 적
이 없는 젊음들은 그 단어 자체로 불편
한 것이다
이 시간에도 알츠하이머 치매는 스므살
청년에게도 발병할 수 있음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건강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기에 말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전단지를 나누고 같은
말을 되풀이 하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있는
이유는 모든 질병이 그렇지만 치매는 준비하고 알게 되면 그렇게 무서운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른체 방치하고 시간이 흐르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온
가족을 절망으로 빠트리게 되지만 나이
에 따라 방비하고 검진을 빠트리지 않으
면서 자신을 스스로 지켜나가는 힘을
기르면 삶이 달라진다
치매는 발병하면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빨리 발견해서 약으로 치료하면 증상을
완화하고 진도를 늦출 수 있다
그런 것을 알려주고 치매 환자를 만나더
라도 당황하지 않고 도울 수 있는 친구 가 되기를 바라는 희망으로 나는 어느
때라도 전단지를 들고 거리에 설 것이다
그 때 잠깐 걸음을 멈추고 손 내밀어 받아 주는 아주 작은 선의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 선의가 어쩌면 자신의 삶을 지키는
커다란 버팀목이 될 수도 있음을 나는
믿는다.
이름아이콘 이도연
2020-11-03 00:33
회원사진 		권영심 작가님 반갑습니다.
귀감이 되는 글 뜻있게 잘 읽었습니다
인천 거주를 하시면서 한번도 뵈온적이 없습니다.
인천지회 모임에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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