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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1-07-20 10:04
ㆍIP: 175.xxx.88
생명의 숲을 걷는다
생명의 숲을 걷는다

이 도 연

맑은 하늘인가 싶었는데 태양이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검은 구름이 번개로 무장하고 시퍼런 칼날을 휘두르며 청천벽력을 소리를 지르며 요란한 비 울음을 운다.

국지성 소나기라 산 넘어 친구는 비 온다는 소리에 눈만 멀뚱거리며 무슨 소리냐 되묻고 이곳에서 자취를 감춘 태양은 들길 건너 마실 갔는지 말똥말똥 뜨거운 빛을 뿜어 맑은 하늘이라 말한다.

세차게 심술을 부리던 소나기는 산 넘어 친구 집 앞을 서성거리며 친구를 놀라게 하고 소나기가 지나며 발자국을 선명하게 남긴 숲에서는 왕성한 숲의 향기로 진동하며 생명수를 빨아올리는 진중하고 성스러운 숲의 제전이 한창이다.

더욱더 선명하고 짙어 가는 여름의 숲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수증기로 자욱한 숲은 젖어 있고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청정수는 달큼한 냄새가 난다.
오솔길 능선 따라 지천으로 흐드러진 망초가 빗물로 목욕하고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빛으로 투명하게 빛이 난다.

넓은 개활지에는 토끼풀 무리가 터를 잡고 있어 내려다보니 네 잎 클로버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부러 행운을 찾으려 행복이라는 이름의 세 잎 클로버를 밟지 않아도 네 잎 크로버를 발견했으니 어떤 행운이 올까 생각하다 나폴레옹의 무심한 시선으로 네 잎 클로버를 발견했다는 것 그 자체가 행운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더 가벼운 마음으로 향기로 가득한 숲길을 걷는다.

도시 복판에서 행운과 일확천금 욕망의 꿈을 꾸는 사람보다 네 잎 클로버 한 잎의 행운을 감사하면서 누리는 숲속의 싱그러운 체험이 육신의 건강과 여유로운 치유의 시간을 걷고 있는 순간이 더욱더 행복하다는 생각에 미소가 번진다.

숲속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가 오늘따라 물기에 젖어 아스라한 목소리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발소리를 따라오는 순간에도 숲속 행복 충전소에서는 피톤치드가 가슴 깊이 밀려들며 상쾌하고 맑은 샘물을 마시는 기분에 스르르 두 눈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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