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1-07-06 12:41

ㆍIP: 175.xxx.88

2021 "인천 개항장" 문화재 야행을 하다

2021 인천 개항장
문화재 야행을 하다

이 도 연

우리나라 철도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인천역에서 바라보는 중화가의 현판은 현란하고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며 마치 중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차이나타운의 오후는 평일이기도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그런지 다소 한산하다.
차이나타운에 왔으니 이른 저녁을 자장면에 탕수육으로 든든하게 채운 후오늘의 여행을 시작한다.

지금은 자장면 박물관으로 바뀌어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중국 요릿집인 공화춘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중국 정원이 이국적으로 꾸며져 있다.
인천 개항 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인천 독립 40주년 행사의 일환인 "인천 개항장 문화재 야행"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재청 지원으로 인천시가 주관하는 행사이며 근대문화유산의 거리를 야경을 바라보며 탐방하는 소야행 역사 도보 프로그램이다.

여러 팀으로 나뉘어 가이드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각국 조계지를 도는 팀에 합류하였다.
출발점은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인 대불 호텔에서 출발한다.
대불 호텔은 1888년에 지어진 서구식 호텔로 터만 남아 있는 것을 다시 복원하여 지었으며 내부는 당시 호텔 모습을 전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가배(커피)를 팔았으며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호텔로 숙박료가 당시 근로자의 한 달 임금의 두 배가량 지불해야 했으며 일본 호텔의 두 배로 가격이 엄청 비싼 편이었다.
한때는 중화루 라는 중국 음식점으로 공화춘과 동흥루와 함께 인천의 삼대 중국 요릿집으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대불 호텔 바로 앞 자유공원으로 오르는 대리석 계단이 바로 1883년 설정된 일본 조계와 1884년 설정된 청국 조계로 청일 조계지를 나누는 경계이며 좌우 측에 석탑이 우측은 일본식 좌측은 중국식이다.
계단 위쪽에 있는 근엄한 표정의 공자상은 청나라 조계지 쪽으로 가까이 있으며 좌우 측에 확연하게 다른 양식의 건축물들을 볼 수가 있다.

조계지 경계를 오르는 발걸음이 무겁다.
이 땅에 외구 열강들의 마음대로 땅을 구획하고 나누어 유린하고 수탈하는 만행 앞에 힘없는 나라는 참담하고 답답하다.
역사는 지금도 활화산처럼 살아 있어 지리적, 지정학적, 정치적으로 분단의 현실을 겪고 있는 이 땅의 아픔은 진행형이다.

가파른 계단보다 더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조미 수호 통상조약체결지를 거처 각국 공원으로 불리던 자유공원에 오르면 각국 조계지다.
공원 정상에는 한미수교 100년 기념사업 위원회가 1982년 12월에 건립한 기념탑이 하늘을 찌를 듯한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다.
반대편에는 맥아더 장군 동상이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한 팔미도 앞바다를 바라보며 비스듬하게 서 있고 북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는 배 모양의 난간을 설치하여 닺을 올리면 바로 서해로 출항할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올라왔던 반대 방향으로 내려서자 1884년에 식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플라타너스로 높이 30m에 수령 130년 된 거목이 개항 백 년의 역사와 근현대사를 바라보며 말없이 서 있다.
계단 아래에서 노랫가락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는 기념행사가 한창이다.
인천시장 관사를 시민들의 공모로 인천애(愛)로 이름 짓고 인천이 경기도에서 독립한 지 40년을 경축하는 행사이다.

1967년에 지어진 송학동 옛 시장관사는 각국 조계 독일인 거류지에 속했으며 당시 유명한 월미 조탕을 운영한 인천월미유원주식회사의 사장이기도 했던 일본인 사업가 코노 다케노스케 별장으로 일본식과 서양식을 공조해 지어졌으며 정원은 전형적인 일본식 느낌을 살린 저택이다.

광복 후 서구식 레스토랑인 동양장으로 사용되고 정.재계 인사들이 출입하던 고급 사교장인 송학장으로 쓰이다 인천 국악의 명인 이두칠이 집을 인수해 인천 국악의 산실로도 쓰였다.
1966년 인천시가 매입해 14대 김두해 시장으로부터 최기선 시장에 이르기까지 17명의 시장이 관사로 이용하였다.
2001년 인천역사 자료관으로 사용되다 2021년 7월 1일 인천 愛로 거듭나면서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하게되었다.

인천愛를 지나 한 구간 더 내려가자 제물포 구락부가 나온다.
몇 차례 방문했지만, 내부에 들어갈 수가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감회가 새롭다.
자주적 개항의 상징인 서사 공간으로 제물포 구락부는 대한제국의 외교적 공간으로 외국인 전용 사교 클럽이며 원탁의 김란사 빠와 장식품들이 고전미가 넘치고 우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인천개항장의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다.

제물포 구락부는 나무가 들려주는 인천 이야기를 주재로 나무는 긴 시간을 묵묵히 담아내며 생존하며 역사를 지켜본 증거로 병인양요(1866) 신미양요(1871)의 포탄을 이겨낸 강화도 초지진 소나무, 개항기의 역사와 오롯이 함께한 자유공원 플라타너스, 인천상륙작전의 집중포화에도 살아남은 여덟 그루 월미도 소나무, 800년 역사의 우람한 자태를 자랑하는 장수동 소나무가 인천의 역사이며 나무가 들려주는 인천의 이야기이다.

전시 공간은 7개 공간으로 2층은 나무와 인천 이야기를 주제로 헐버틋홀, 나무와 책이 주제인 나무와 인문학, 나무와 미래, 나무와 어린이로 구분한 제물포 구락부 서재 공간과 인천의 역사를 간직한 나무들의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공간으로 나무와 역사를 조명한 메컨지홀로 구분되고 나무와 인천이라는 이름의 야외공간과 1층은베버홀, 로젤룸, 이경성극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화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인천의 새로운 모습을 조망해보는 뜻깊은 소야행을 마치고 오던 길을 되돌아 올라가 우리나라 대표적 건축가인 김수근이 설계하여 1977년 완공된 인천의 건축자산이라고 불리는 건물 내부를 둘러보고 인천愛 정원에서 가수들의 축하 공연 노래를 감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정원의 길옆에 조명이 하나둘 들어오고 북항에 정박 중인 배들이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노을이 물들이고 지나간 바닷길을 등지고 내 고장 인천 개항 100년 의미와 역사적 깊이를 헤아려 본다.
반면교사를 가슴에 새기고 역사의 뒤안길을 걸어 지속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는 인천 미래를 그려보며 학우들의 유쾌한 수다와 함께 시원한 치맥으로 소야행 하루를 마무리한다.

누군가의 디딤돌로 살자!

어떤 시간을 살아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