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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1-05-13 10:43
ㆍIP: 175.xxx.88
감사함을 알 나이가 되었나!
감사함을 알 나이가 되었나!

이 도 연

아침이면 창으로 스며드는 햇살로 온몸에 빛으로 흐르는 광합성 작용을 한다.
풀 이어도 좋고 꽃 이어도 좋다 나무인들 어쩌랴, 살아 있어 아침에 눈을 뜨니 기적이고 아침에 만나는 일상적인 것이 어제 이후 보지 못할 수도 있었던 새로운 하루의 경이로운 시작이다.

짙어 가는 녹음은 푸름을 더해 가지만 하루가 다르게 풍화되는 육신이 아침의 맑은 기운에 새롭게 깨어난다.

마을 입구 당산나무는 세월을 거꾸로 사는지 오백 년을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위풍당당하건만, 육십 년을 사용한 엔진은 매일 같이 투여하는 약물로 청소를 해야 한다.

그래도 감사할 일이다.
주변에 살아 있는 것들이 이보다 못한 것이 얼마나 많은가 당산나무 오백 년 세월을 보지 말고 백 년도 못 되는 세월 서럽다 말고 기쁘게 살아갈 일이다.

화무는 십일 홍 봄도 일장춘몽, 이것만 매년 오는 같은 봄은 봄이고 가을과 겨울이지만 이 또한 다른 계절이고 다른 세상이니 모두다 즐기고 누리는 것을 행복으로 알고 인생사 더 이상 욕심부리지 말고 살아가자!

아직 가고 싶은 곳 어딘 들 갈 수 있으니 두 다리에 감사하고 더 나이 먹어 갈 수 없다 하여도 눈이 성해 볼 수 있으면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 누군가가 그토록 원하는 기적의 아침이니 감사하고 감사할 일이다.

당산나무 붙박이 오백 년 세월에 비할까 훨훨 나는 나비 되고 새되어 어디든 날아다니며 자유롭게 살아왔으니 기쁨이요 모든 욕심 떨쳐 버리고 남은 인생 살아갈 수 있으면 사람으로 태어난 일이 복되고 복된 일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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