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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1-05-08 08:57
ㆍIP: 175.xxx.88
엄마의 자화상
엄마의 자화상

이 도 연

오랜 전설 속에 벽화처럼 지나 버린 시간
언제나 늙지도 않을 것 같은 우리 엄마
틀니를 닦으려고 치아를 분리해 들고 있던 엄마는 짠물 들어오는 바닷가 소금 절은 전시관에 걸려 있는 작품 같은 얼굴이었다.

난 그때는 몰랐었지
세상 사람들은 누구 할머니라고 부를 때 이미 당신의 이름은 세월에 저당 잡힌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던 날 댕기 머리 예쁜 시절이 가고 말라버린 호적에 퇴적된 화석처럼 부르지 않아 기억 없는 이름이 되었다는 걸

어느 날부터 손주 이름이 엄마의 이름이 되었지만, 남들이 부르는 이름일 뿐이라고 말하며 할머니가 되어버린 당신과 나만이 의식하지 않는 세월의 변화 앞에서도 전혀 늙지 않을 것 같은 울 엄마라고 생각했다

골목길 바람에 꽃잎이 날리던 봄날 하얀 박꽃같이 활짝 웃던 모습으로 밭고랑 마다 아른거리는 아지랑이 따라 아스라한 봄날 신기루 같은 모습으로 떠난 엄마의 주름진 밭고랑이 아스라한 기억인가 했더니 어느 날 똑 닮은 울 누님 눈가에서 엄마의 웃음이 바람처럼 보인다.

주름살 두 겹 사이로 켜켜이 쌓인 지난날의 추억이 엄마 인가하여 뒤돌아 보니 거울 속에 당신의 그림자를 꼭 닮은 누님의 모습이 세월의 대물림 같이 선명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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