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종덕
ㆍ작성일	2017-08-28 12:51

ㆍIP: 168.xxx.229

가을 하늘

물 길 / 김 종 덕

세상에 또 이렇게 잔인한 여름이 있었을까? 이렇게 혹독한 사람을 만났다면 벌써 양단간에 결단이 났을 터이다. 보통은 사람이 아프면 아무리 앙숙이라 할지라도 눈인사 정도는 하고 지낼터인데, 이 여름은 무엇에 그리 화가 났는지 흘기는 눈꼬리는 사람들을 잡아 길들이려고 해왔다. 세상만사 절대라는 말이 없기에 이 절대적인 여름도 그렇게 눈물 한 방울 없이 갈구더니, 그 힘도 다해가는지 못 다한 앙살을 곳곳에 물폭탄을 던지고 꼬리를 빼려하고 있다. 아무렴, 그렇게 볶아대더니 멀어져 가기에는 여전히 놀던 때가 그리운가보다. 끝까지 따갑게 살을 태우고야 가려한다. 그런데 저 매미는 무엇이 그리 아까운지 가는 여름의 끝을 잡고 한풀이를 해대고 있다. 그래도 헤어진다니 그간 나쁘게만 말을 해댄 여름에 대해서도 여간 미안한 마음이 아니다.

고추잠자리가 짝을 지어 그 뜨거운 하늘을 뛰어 놀더니만 여름을 보내는 것이 아쉬운 게 아니라, 저 높이 가을 마중을 간 것이었더라. 가을은 무엇이라 꼭 집어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높은 곳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훌쩍 지나가듯이 살펴보고 이제 내려앉아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 다소곳이 내려앉는 것 같다.

티끌 하나 없는 저 고운 얼굴이, 어쩌면 저렇게도 곱고 맑은 얼굴을 먼저 내밀고 다가온다는 것은 만 사람에 대한 기쁨의 인사가 아니겠는가. 그 속으로 파고들어 어떤 마음을 하고 있는지, 마음도 그리 좋은지 훑어보고 싶다. 때때로 우울하면 쳐다 볼 수 있는 하늘이 있어 좋은데 저렇게 맑고 밝아버리면 괜스레 다하지 못한 마음으로 눈물이 고인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는 파악하지 않아도 마음에서 증발되어 식어 만들어지는 진주 같은 이슬들이 마음에 차고 앉아 고운 눈으로 젖어드는 것일 게다.

사람의 마음은 또한 한정 없이 맑아지려는 성질도 가지고 있나보다. 그 누구도 악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되었던 사람들에게서도 저 맑은 눈물의 의미는 아마도 말을 하지는 못해도 그게 진실일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코스모스가 갈바람에 간지럼 타서 비켜가지 못하는 미소를 지을 때, 또한 더욱 간지럼을 태워서 웃다가 나자빠지게 만들고 싶다. 그러면 웃다 넘어진 코스모스도 참으로 따스한 인간들도 있구나하는 것을 느끼지 않을까.

작년 이맘때 피었던 상사화도 떠난 님을 찾아 얼굴을 내밀었지만, 퉁퉁붓고 안스러움으로 고개 들지 못하고 수그리고 있었는데, 올해는 좀 웃는 얼굴로 다가서려나 마음 설랜다. 님이란 것이 말도 없이 떠난다는 것은 아예 보기를, 만나기를 싫어서이든지, 말하고 떠나면 그냥 잊혀질 것 같아서 아픈 마음으로 떠날 수 있다는 을은 우리는 통감하지 못한다. 잊혀지지 않도록 같이 지내면 될 것 같기도 한데, 바다와 갯바위처럼 평생을 붙어서 앙앙거리는, 숙명으로 만나져 헤어지지도 못하는 두려움도 있지 않을까. 항상 좋은 모습을 보려는 것이 님의 이상일지라도 님이 더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괴롭히면 어쩌면 말없이 떠났다가 정말 없이는 못살겠다는 진정의 눈물이 가슴에 흘러내릴 때 말없이 다가와 안아주는 것이 더 마음을 깊게 할 수있지는 않을런지.
상사화도, 꽃무릇도 그렇게 애잔하게 사랑을 하였을 것이나, 사랑이란 깨진 독과 같아서 어딘지 모르게 새어나가는 것이라, 마음도 빠져나가 서로 독을 매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란 미련이 남는 거라서 그렇게 잘지내냐는 인사는 못할지라도 미움이 그리움으로 남아 안타까운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일 것이라.

오늘의 가을 하늘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없이 가르치려고 다가와 있다. 그렇게 맑고 곱게 넓게 배려하며 살아라는 거이다. 익어가는 가을 속에는 하나하나에게 말은 걸지 못해도 그 따스함이 속으로 스며들어 모두 익어가는 것은 고개를 숙이고, 지난 혹독하게도 잔인했던 여름에 대해서도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라. 사람이 저 정도로 원수가 되었다면 참으로 곁에 가지도 않을 것인데, 가을을 또 한번 마음을 열어 그간의 노고를 인사하는 넓고도 깊은 마음을 보라. 또한 용서하는 마음을 읽어보라. 감히 저렇게 가을답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인지를.

가을은 참으로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게 한다. 머리가 따라가지 못해 머리를 잡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곱게 다가와 글제를 선물하여 끼여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한층 가볍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조금은 여유를 가지라고도 한다. 가을이 익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듯 그렇게 애태우지 말고 조금은 멀리보라고 말한다. 가을은 천사이다. 그 모든 생명에게도 그저 그대로 내어 주고만 있는 저 배려는 내가 하늘이 되어도 해내지 못할 고운 심사이다. 그러기에 가을엔 마음을 갈아 농부의 심정으로 돌라가라하지 않았더냐.

아마도 저렇게 고운 하늘은 내가 잡으려고 하면 더 멀리 도망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비좁은 마음에 저 넓은 하늘이 들어갈 자리나 있겠는가. 이 가을은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내 스스로 저 하늘이 속에 들어 올 수 있는 공간부터 만들고, 고이 젖어드는 눈물도 당부를 해보아야 겠다. 어느 정도면 내 속에 들어 올 수 있겠느냐고 물어도 보아야 겠다.

이석희

2017-08-31 05:51

김종덕 작가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내가 밟아가는 길들을 생각하면 참 우습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공연히 역정을 내기도 하고 소원을 빌기도 하고 격정적인 신경질을 내기도 합니다.올해 여름만 해도 그렇습니다. 여름이 더우니까 여름이지 어느 때는 시원한 여름 살아간 적 있나요? 또 그렇게 덥다고 앙탈을 부리면 시원해 지나요? 그리고 작년만 해도 이렇게는 안 더웠다고 하면 금세 미안하다고 할 것 같아요? 제발 좀 시원해 져라 하고 바란다고 '엣다 네 말처럼 해주마.'하기라도 하던가요? 아무 효과도 없습니다. 입맛만 씁쓰레 해집니다. 물론 웃자고 한 말이지만 말이 씨 된다고 공연히 원망하고 좋지 않은 말을 하면 안 좋을 일까지야 모르지만 그렇다고 좋을 일이야 생길까 하고 생각합니다. 시원해진 새벽에 잠이 일찍 깬 늙은이가 하릴없이 앉아서 넋두리 한 가마니 내다 풀어 놓았습니다. 항상 좋은 글 주시는 물길 작가님! 생각하면 눈은 아래로 내려가 땅을 봅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덕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정말 살아가다보면 입에 붙어다닌것이 에이, 참 하는 말들일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신이 한일일이랑을 생가치도 않고 불편만 떠벌라며 상라온 세월이 현재까지 따라온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는 않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왜 나만 안되는 거냐고 하늘을 보며 큰 숨 쉬기도 해왔읍니다. 이건 젊을 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 참 사람의 그릇이 그것밖에 안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번가을에는 이런 작은 심사를 고쳐볼까하는데 뜻대로 될 지는 잘모르겠읍니다. 작가님께서도 고운 가을 맞이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9/4 13:41

정찬열

2017-08-31 22:17

물길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사람은 참 간사한편에 속하는 것이 분명한듯 싶습니다.
몇일전 매미소리가 기승을 부리며 뜨거운 열을 복사할 때는
더워서 몰살겠다 어서빨리 가을이 왔으면 하고 기다린것이 사실이었다
處暑가 지나니 어느덧 조석으로 추위를 느끼니 이제조석으로는 열어둔
창문을 닫고 춥다며 엄살을 부리니 말입니다.
여름날에 피어나든 상사화는 가는 여름과 함께 지고 시원한 바람이 부니 벌써
꽃무릇이 귀두라미 소리를 자장가 삼아 피어오른 9월의 초입니다.
항상 건안 하시고 행운이 넘쳐나는 9월이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김종덕	정찬열 작가님, 평안하십니까? 세월은 사람을 가리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왔다가 짜증만 부리고 가는 줄 알앗는데, 잘 사는 방법을 교육 시키고 갔다는 사실들을 뒤늦게 발견하게됩니다. 이번 여름을 보내면서 그 당시에는 죽을 것 같더니, 지금은 여름이 안갸다준 선물로 이렇게 간사하게 감사하게 손에 들고 있읍니다. 조금은 서로의 마음을 챙길 수 있는 여유를 이 가을에는 배워보려고 합니다. 익어가는 들판을 보면서 자신도 좀 익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운 가을 맞으시고,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9/4 13:45

박목철

2017-09-03 09:12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여름이기에 가을이 한층 반갑습니다.
올해 만의 일이 아닌듯 느껴져 앞으로 여름 날일이 걱정도 됩니다.
작가님의 가을, 가슴에 와 닿습니다.
흔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듯 한경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는
계절이 가을이 아닌가 합니다. 뭔가 글 한수가 절로 나올듯한 계절이기도
하기에 가을이면 문인들의 글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지요,
더위에 지친 머리를 추스려 멋진 글 한편을 구상하는 문인들이 많이 계시겠지요,
저도 좋은 계절을 놓치지 않고 가을을 품어 보겠습니다.
작가님, 행사 때 뵙겠습니다.


김종덕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여태까지의 세월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았읍니다. 계절따라 흘러만 간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계절이 저의 곁에 머물고 간다는 사실이 너무도 정겹고 고맙게 여겨집니다. 아, 늦게라도 틀이 없는 글이라도 쓴다는 것이 이렇게 고운 가을을 가져다 준다는 것도 새삼스레 느껴집니다. 욕심이라는 것도, 지나가는 미움도 이제는 눈앞에서 볼 수 잇을 것 같습니다. 책이 사람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하여금 그 여유를 맛보게합니다. 작가님께서도 고운 가을 맞이하시기를.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9/4 13:49

가을이 온다기에

술(VI)-술과 역사(歷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