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종덕
ㆍ작성일	2017-07-10 13:45

ㆍIP: 168.xxx.229

천둥소리

물 길 / 김 종 덕

외딴 시골집, 하얀 박 꽃이 하늘을 바라보며 태양, 달, 별, 구름을 사모하고 있고, 그 빈틈으로 사이로 고구마 빼때기가 뒤척이며 누워 있다. 꼭 배가 고파서는 아니지만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가 지붕에 있는 빼때기를 씹어 먹는다는 것은 빼때기를 삶아 사카린을 넣어 달달하게 배를 불리는 것 보다는 또 다른 재미와 욕망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달랑 네 집 사는 동네를 지붕에서 쳐다보면 야릇한 기쁨도 다가오곤 한다.

그 때도 여름은 참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초가집을 중심으로 4개의 하천이 있었지만 유독 큰 내가 말라버리면 참으로 큰일들이 일어난다. 냇가에 물이 넘쳐흐를 때에는 물에 휩쓸려 갈까봐 마음도 못 내었지만 차츰 여름으로 다다감에 따라 흐르는 량이 적어지고 넓은 냇가는 자기가 가기 쉬운 곳으로 찾아 흘러 꼬맹이들이 멱감고 장난치며 놀기에는 참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온 몸에 탄 피부가 그을려져 살갗이 일어나고 물이 실려도 그것을 벗겨내고, 물집을 터뜨리는 재미로 하루가 넘어 가곤 했다.

피부가 타고, 얼굴이 쌔까매져 갈 무릅에는 그 큰 냇가도 목이 마르고, 주위에는 벼들이 주인을 원망하다 못해 스스로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꼬마의 눈에는 타들어 가는 논보다 풍덩 멱 감을 수 없는 것이 더 원망스럽다. 주인들을 더 마음이 타들어간다. 양수기도 없던 시절이라 몸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던, 노력이 아니면 벼를 살릴 수 없는 원시보다는 조금 발달된 농법이지만 물이 마른 지금은 원시 농법에 의존 할 수밖에 없다.

소는 무슨 죄를 짓고 나왔길래 사시사철 주인의 노예밖에 될 수 없었을까를 생각해보면, 꼴 먹이러 다니던 꼬마의 생각에도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고 죄를 짓지 말아야 다음 세상도 사람으로 태어 날 수 있을 것이라는 어른들의 이론을 머리에 새기기도 한다. 내가 말라 버렸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냇가에 웅덩이를 파는 것이다. 그것도 논이 가까운 냇가 둑 근처에 파야하기 때문에 시내 한가운데 파는 것보다 더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었다. 먼저 소가 쟁기처럼 생긴 넓다란 기구로 모래를 파내고, 나머지는 사람들이 고리 달린 큰 삽으로 서로 박자에 맞추어 파들어 간다.

깊게 고인 물을 퍼 올리기는 노동을 이용하지 않고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이었다. 5 m가 넘는 곧 바른 소나무 끝에 물을 담을 페인트 통과 같은 물을 담을 수 있는 통을 고정시키고 다른 끝에는 퍼 올린 물을 수로에 부을 수 있는 손잡이를 만들어 지랫대 원리로 손잡이에 힘을 주어 매달리 듯 힘을 주면 물이 퍼 올려지고 수로를 따라 물을 논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횟수로 물을 길러야 그 큰 논에 물이 차겠는가, 밤을 새우지 않으면.

같은 동작을 수없이 함으로써 물을 댄다는 것은 옷만 입은 원시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래도, 그 때의 하늘은 인간이 이렇게 밤을 새워 물을 대는 모습에 감동이라도 하여, 노력한 것만큼의 댓가로, 인지상정으로 서로 돕고 살 수 있었음에 행복해 했다. 비가 오면 감사한 뜻으로 하늘을 향해 두손 모으고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손바닥이 닳도록 비비고 진정으로 감사함을 표시하였다. 오래된 느티나무를 우산 삼아 제를 지내는 것이 지금도 아련하게 보이고 하늘에 의존함에 그 정성이 지금의 사람냄새로 바뀌었을 것이다.

우르릉 꽝 !
번갯빛이 먼저 스쳐가고 울던 하늘의 곡소리는 엄청나게 하늘 뿐 만아니라, 온 동네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삼키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였다. 누렁이도 자다가 음~메~ 일어나 맞장구 치고, 꼬마들은 이불 덮어쓰고 오달달 떨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때의 천둥소리는 박자가 있었다. 한번 우르릉 꽝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하늘의 오케스트라처럼 높낮이도 있고 노래도 따라할 수 있을 정도의 정교함을 갖추었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꼭 촛불 보다는 몇 백배의 밝기로 시작을 알린 다음 공연을 시작하였다.

지금 내 사무실 밖으로 한 두 번, 천둥소리가 나더니 이내 잠잠해져 옛날의 박자를 잊어버린 듯하다. 또한 공연이 끝나면 하염없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노래가 정겹게도 무한한 반복을 하고 있었다. 좀 전의 천둥이 박자를 놓친 것인지 뒤 따라오는 노랫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것이 시대에 따라 진화한 것인지, 목이 아파 노래를 못하는 것인지, 아님, 관중들의 태도에 불만이 있어 공연을 중단하는 것인지 참으로 그 속을 알 길이 없다.

확실한 것은 세월이 흘러 기력이 쇠잔(衰殘)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노화는 비켜 나갈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노화되었다는 것 보다는 많이 아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생각하지 못할까. 사람들은 자신이 아프면 금방이라도 죽을 듯이 난리를 치는데, 저 아픈 천둥소리는 왜 알아듣지 못하는 걸까. 우리도 노래 부르기 싫을 때에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싫은 것은 싫을 것이다. 저 아픈 천둥소리를 듣고, 박자가 틀렸느니, 노래가 안 나온다느니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관점에서 보니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아주 명쾌한 오케스트라와 이에 따른 하늘의 노래를 아름답게 듣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귀를 다듬는 일보다 오케스트라의 구성을 도와주는 일이 현명할 것 같다. 자연은 거짓말을 해야 살 수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을 대상으로 사는 인간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그 공동체는 오랫동안 평화롭게 유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백낙은

2017-07-10 17:33

김종덕 작가님.
천둥소리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저보다 년령적으로 훨씬 아래인 것 같은데
제가 어렸을 때와 같은 경험을 고스란히 겪으셨군요.
물길을 내기 위해 가레로 모래톱을 파는 것이라든지,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두레로 물을 퍼는 것이라든지,
기우제를 지내는 것 등등 이 모두를 저도 항상 보고 살았답니다.
물질문화의 발달로 풍습이 많이도 달라졌네요.
그래도 꿈 많은 그 시절이 그리워 집니다. 감사합니다. 평안을 빕니다.


김종덕	백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옛날의 천둥소리와 지금의 천둥소리는 많이 달라진것 같습니다. 한 찬을 우르릉거리다가 쉴 새없이 내리던 비는 요즈음은 보이지 않는 것 가습니다. 옛날 물퍼올리는 생각이, 그 때는 그래도 고비를 넘갈 수 있는 하늘의 정이 잇은것 같은데 우리가 좀 더 잘해야 할까봅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7/12 20:47

이석희

2017-07-10 19:30

김종덕 작가님!
천둥소리 즐거운 마음으로 배독하였습니다. 어렸을 적 천둥 소리는 어찌 그리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작가님 말씀처럼 그 옛날 천둥소리는 한번 시작하면 꽤 긴 시간을 울었습니다. 그래서 더 오래 무서웠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아요. 잠시 으르렁대다가 쉬이 포기하는 아이의 울음처럼 간단하니까요. 이건 제 경험일 뿐이지만 천둥소리와 튀밥기계 뻥소리 그리고 화약총 소리는 지금까지도 내가 무서워하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귀를 막습니다. 남자들은 이런 소리 듣기를 즐긴다는데 저는 소심하기 때문인지 그렇지를 못하였습니다. 물을 퍼올려서 논농사를 지은 방식은 비슷한 체험들이었지 싶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즐겁게 배독하였습니다.


김종덕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그 때는 인지상정이라 하늘과 사람사이에 많은 정이 흐른 것 같습니다만, 요즈음은 겉보기 형태로 잠시잠시 손님처럼 왔다가네요. 참 아쉽기도하고 하늘의 정이 멀어진 것 같아 못내 아쉽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7/12 20:49

정찬열

2017-07-10 23:05

물길 작가님! "천둥소리"
지금처럼 물길사정도 전기시설도 없든
그옛날의 가뭄속에 한톨의 농사를 짓겠다며 발버둥치던
어려운 시절의 지친 농심을 달래듯 천둥소리끝에 쏟아지는
빗소아 하모니까 따로없지요. 최근의 장마가 좀 비가 많이 오려면
낙뢰를 동반후 시원하게 비를 내려주곤 합니다. 웃녘에는 물폭탄
소식이 뉴스에 들리는데 호남지방의 남녘으에는 좀더...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직은 장마의 초기니까 기다리면 좀 늦지;만 시원한 비가 올꺼라믿습니다.
"천둥소리"에 얽힌 글 재미나게 소화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덕	전찬열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옛날에는 천둥소리가 오면 반드시 비가 함ㄱ께왔었읍니다. 요즈음은 농심을 달래주는 어떠한 교향곡도 들리지 않아 하늘과 우리사이에 많은 거리감을 느끼게합니다. 저희가 하늘을 좀 더 잘 지켜랴 할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7/12 20:51

복(伏)날

일탈(逸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