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8-11-30 10:49

ㆍIP: 1.xxx.128

도봉산 신선봉(神仙峰)에서 사투를 벌렸던 필자 (제2편)

도봉산 신선봉(神仙峰)에서 사투를 벌렸던 필자
(제2편)

루수/김사상화

참으로 가을은 좋은 계절이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필자는 몇 분의 좋은 분들과 도봉산을 왔다. 아직 오색 단풍은 들지 않았지만, 마음엔 벌써 가을이 주는 풍성함과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향기로움과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가장 가을스러운 색으로 단풍들어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가을이란 계절은 멋과 낭만을 싣고 와 괜스레 필자를 센 취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리움까지 주는구나! 오늘은 9월의 햇살 고운 마지막 날이다. 도봉산의 신비로운 능선을 걷다 보니 정상에서 갑자기 자아(自我)를 발견하게 되다니~~? 필자는 과연 어떠한 생각과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왔는가? 살면서 시기와 질투는 얼만큼 했는가? 얼마나 많은 욕심을 부렸는가? 봉사활동은 진정성 있게 했는가? 봉사 활동은 남의 눈에 띄려고 하지는 않았는가? 가족은 얼마만큼 사랑했는가? 부모에게 과연 효도는 했는가? 그리고 이웃을 사랑했는가? 세상을 선(善)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가? 악(惡)하게 살지는 않았는가? 가을이 밀려오면서 이러한 생각도 밀려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우이암(牛耳岩) 능선에서 바라본 도봉산은 장관이다. 좌측에는 다섯 개의 연속된 암봉(岩峰)이 다정하게 보인다. 오봉(五峰, 660m)을 비롯하여 도봉 주 능선에 우뚝 솟은 자운봉(紫雲峰, 739.5m), 만장봉(萬丈峰, 718m), 선인봉(仙人峰. 708m)은 도봉산을 대표하는 주요 봉우리들이다. 도봉산의 봉우리는 그 형상이 웅장하고 주변의 크고 작은 기암괴석들과 잘 어우러져 도봉산의 뛰어난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다. 도봉산(道峰山)은 북한산(北漢山)과 더불어 서울의 명산으로 알려졌으며 화강암의 우람한 기암괴석(奇巖怪石)들로 그 경관이 매우 수려하다.

산의 정상에서 바라본 세상은 놀랍기만 하다. 곡식이 누렇게 익어 황금벌판을 만들어 놓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 빗나갔다. 모든 지역이 아파트로 꽉 차 있다. 마치 하니콤(벌집) 같이 보이기도 한다. 서울의 거대한 도시와 주변의 도시까지 합쳐 대단위 아파트 군락지를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우리는 오늘의 리더인 김문환 고문 뒤를 따라 가는 것이다. 나는 글을 쓸 자료를 만들기 위해 사진찍기에 바쁘다. 그래서 뒤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때마다 김홍주 이사께서 서둘지 말라고 위로해 준다. 천천히 가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일 뒤에 따라오며 사진도 찍어준다. 너무도 고맙고 행복했다. 한참을 오다 우이암을 바라보았다. 역시 그 웅장한 모습은 천하를 호령할 기세다. 여기서 자운봉까지는 2km이다.

올라갈수록 뚜렷하게 보이는 오봉이 아름다움을 더해간다. 당장 달려가 입맞춤이라도 하고 싶은 충동이다. 그 아름다움을 놓칠세라 기념사진을 찍어댄다. 관음사 가는 길을 화살 표시해 놓았다. 그러나 오늘은 그곳을 들리지 못하고 가야 한다. 너무도 갈 곳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보고 온 우이암까지는 0.8km이고 자운봉까지는 1.4km 남았다. 또 오봉까지는 1.2km이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원 없이 만끽하는 날인 것 같다. 눈길이 가는 곳마다 기암괴석들이 보인다. 그 기암괴석들은 생글생글 웃는 표정으로 내가 잘생겼지요 하고 묻는 것만 같다. 거대한 도시의 풍광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도시와 산이 한데 어우러져 이렇게 아름다움을 간직한 산은 아마도 세계적으로 없을 것이다.

우리는 칼바위까지 왔다. 점심을 먹으며 즐길 수 있는 곳이 나타난다. 낙락장송 한그루가 외로웠나 보다. 우리를 어서 오라고 반긴다. 거기에 자리를 깔고 보니 명당 중 명당 같다. 낙락장송이 그늘을 만들어 주지요, 주위의 경치까지 손색없이 뛰어나다. 그런데 그곳에서 아름다운 보라색 꽃을 보았다.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대견스럽게 태어났다. 혹시 난 종류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강찬순 아우님이 그것은 산 마늘이라고 한다. 그리 산을 다녀도 처음 보는 귀하고 귀한 꽃이다. 갈라진 바위틈에 자기의 온 생명을 걸고 있으니 애처롭기까지 하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점심을 즐겼다. 점심을 먹고 일어설 무렵 칼바위 아래 거북이와 똑같은 바위를 보았다. 하도 신기해 사진을 몇 카트 찍었다. 그리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자운봉이 아름답게 보이는 장소가 있어 사진을 찍을 무렵이었다. 그곳에 노간주나무 몇 그루가 보인다. 어느 산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그런데 김홍주 이사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저 나무는 강하기도 하지만 주로 척박한 곳에 서식한다고 한다. 그런데 열을 가해 한번 꾸부리거나 원형을 만들어 놓으면 그 형태가 절대로 변하지 않은 다는 것이다. 소(牛)의 코뚜레를 그 나무로 만든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이러한 것은 체험에서 얻는 것인데 우리의 선조들께서 얼마나 지혜로웠던가를 생각하게 한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나무라 할지라도 쓰임새를 하나씩 가지고 태어나나 보다.

북한산을 삼각산(三角山)이라 일컫는데 삼각산은 주봉인 백운대를 중심으로 북쪽엔 인수봉 남쪽은 만경대가 있다. 이 봉우리가 삼각형으로 놓여 있어 삼각산이라 한다.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삼각을 이루면서 우뚝 솟아 있어서 보기만 해도 아름답다. 이를 내 삼각이라 한다. 인수봉 대신에 오적 봉을 합하여 외 삼이라 부른다. 오늘은 북한산과 도봉산의 아름다운 봉우리를 원 없이 본다. 삼각산의 유례는 삼국시대는 부아악(負兒岳), 횡악(橫岳), 한산 등으로 불렀다.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시대에 이르러 삼각산 또는 화산(華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삼각산은 한양을 병풍처럼 둘러싼 북악(北岳)으로 서울이라는 우주를 지탱하는 다섯 기둥(五岳) 가운데 북쪽 기둥에 해당하는 산이다. 서울을 상징하는 산으로, 특히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 끌려가던 이들이 삼각산을 돌아보며 고국을 떠나는 정회를 노래한 시조나 한시가 많다.

첫 번째 이야기는 조선 시대 무학대사가 궁궐터를 잡기 위해 천지를 돌아다니다가 백운대로부터 지맥을 따라 비봉에 으르렀는데 "무학이 길을 잘못 들어 여기에 이른다" 라는글씨가 새겨진 비석이 있었다. 이것은 도선이 세워둔 비석이었으며 이 때문에 지금의 경복궁이 있는 곳에 궁궐터를 정하였다.

두 번째 이야기는, 조선의 도읍을 정할 때 전국의 명산 가운데 구봉산과 삼각산이 선택되었다. 도사에게 물어 두 산 가운데 백 개의 봉우리를 먼저 만드는 쪽을 도읍으로 정하기로 하였다. 두 산의 산신령이 봉우리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구봉산 산신령이 먼저 백 개의 봉우리를 만들자 삼각산 산신령이 억수 같은 비를 퍼부어 한 개의 봉우리를 무너트렸다. 그 사이 삼각산 산신령이 마지막 봉우리를 만들어 결국 삼각산에 도읍을 정하게 되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어느 날 천년 묵은 너구리와 여우가 내기해서 이기는 쪽이 삼각산을 차지하고 지는 쪽이 개성 송악산을 차지하기로 하였다. 서울의 어느 대감 댁 딸과 혼인하는 것으로 내기로 삼았는데, 여우가 총각으로 변신해서 대감 집에 들어가 대감의 딸과 문장을 겨루게 되었다. 딸이 먼저 시제를 내자 여우가 멋진 문장으로 화답하기 위해 중국에 있는 두보의 무덤에 가서 두보 귀신에게 답을 얻어 왔다. 딸이 총각의 시구절을 듣고 의심하여 자신의 집에 있는 삽살개를 동원하여 여우의 정체를 밝혀냈다.

철로 만든 데크를 오르고 내리며 다다른 곳이 이 산의 최고봉인 자운봉(紫雲峰)과 신선봉(神仙峰)까지 왔다. 신선봉은 2년 전에 혼자 이곳에 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간 일이 있다. 그때는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글로 표현을 하지 못했다. 그날은 하느님께서 죽음에 이른 저를 전적으로 사랑으로 보호해 주신 날이었다. 날씨는 흐렸지만, 산울림 산악회 회원 몇 분과 함께 이곳에 번개팅 왔던 날이다. 천축사 근방에서 사진을 찍다 회원들과 길이 어긋났다. 정상에 가면 만나겠지 하고 홀로 이곳을 온 것이다. 그런데 회원들은 보이지 않고 가랑비만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다. 필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신선봉(神仙峰)을 오른 것이다. 올라갈 때는 행복했는데 내려올 땐 하늘나라로 가는 줄만 알았다. 난간은 만들어 놓았지만, 빗물에 젖어 얼마나 미끄러운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아무리 힘을 주어 매달려도 내 힘으로는 당할 수가 없었다.

그때 정신 차려 생각하니 내가 90%는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 없다고 판단 했다. 지금 이곳엔 아무도 없고 오직 나 혼자다. 내가 이곳에서 죽느냐 사느냐 하는 갈림길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제일 문제가 내가 죽었을 때 아무도 보지 못했으니 누가 신고를 해서 알릴까 하는 일이었다. 만일 죽게 되면 내가 발견될 때까지 가족들의 고통을 어떻게 하지? 또 함께 온 동료들은? 하는 불결한 생각들이 온몸을 난도질한다. 그러면서 전율이 온몸에 흐르기 시작한다. 할 수 없다. 이젠 하느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님 불쌍한 저를 도와주소서 저는 죽을 때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족의 축복속에 행복한 죽음을 맞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사랑하는 당신(집사람) 덕분에 세상을 잘 살다 가노라는 말 한마디 남기고 싶었는데~~? 그런데 오늘 제가 죽는다면 가족들과 함께 온 동료들에게 고통을 안겨줍니다. 하는 순간적인 간절한 기도였다.

아직 하느님 품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러면서 왼손으로 난간을 잡고 매달려 정중히 성호를 긋고 또다시 기도를 한다. 주님 저를 도와주소서 하며 애걸을 하였다. 제가 이곳을 무사히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소서 간청을 한 다음 내려가기 시작했다. 있는 힘을 다해 난간을 잡았으나 역시 미끄러움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정신은 들었다. 내가 여기서 꼭 살아 돌아가야 한다는 굳음 마음뿐이었다. 무섭기도 하고 힘은 들었지만, 하느님의 사랑으로 구사일생으로 무사히 살아 내려왔다. 오늘 와서 보니 그 길이가 불과 200m 정도인데 그때의 심정은 천리(千里)는 되는 기분이었다. 사투 끝에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무사히 살아 돌아오게 됨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오늘 다시 한번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이래서 산은 혼자 다니면 안 된다는 것과 비가 오는 날은 절대로 산행을 해서는 안 되다는 교훈을 배운 것이다. 또 자만하거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도 배워온 것이다. 누구든 산을 오를 때는 올바른 정신무장이 되어 있어야 하며 자연에 순응하며 겸손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잠시동안 산을 둘러보며 과거를 회상해 보았다. 날이 저물어 가기 시작한다. 서둘러 걸어야 한다. 부랴부랴 마당바위를 거쳐 내려오는데 어두움이 밀려온다. 강찬순 아우님과 나는 어둠을 헤쳐가며 걸으니 속도가 나지 않는다. 오늘도 어려움을 겪겠구나 하고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찬순 아우님이 마침 손전등을 준비해 온 것이다. 그래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또 김홍주 이사도 손전등을 밝힌다. 어둠이 몰아닥친 산길이라도 마음 맞는 일행이 있어 행복하다. 그래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나 보다. 오늘은 세분 덕분에 도봉산 이곳저곳을 원 없이 감상한 날이다.

2018년 09월 30일

김경렬

2018-12-02 05:29

어머나!
그렇게 위험한 산행을 경험하셨으니
얼마나 두려우셨을까요.
항상 몸조심하시기바랍니다.
하마터면 편안하게 명소탐방의 기회를 잃을뻔 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산속에는 해가 일찍 지므로 평지보다 어둠이 빨라집니다.
조금 일찍 하산하시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김상화	존경하는 김경렬 작가님 반갑습니다 매번 좋은 덕담과 충고 감사합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발행하네요 그것은 마음가짐과 철저한 준비 부족으로 생각합니다 요즈음은 소설 쓰시느라 바쁘시지요 명작을 집필하시기를 두 손 모으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12/9 21:05

정찬열

2018-12-02 10:40

루수작가님 안녕하세요
말로만 듣던 서울외곽의 아름답고 역사를 간직한
오봉(五峰, 660m)산 자운봉(紫雲峰, 739.5m),
만장봉(萬丈峰, 718m), 선인봉(仙人峰. 708m)은
도봉산을 대표하는 주요 봉우리들잘 배독 했습니다.

너무나 天衣無縫 으로 엮어주신 기행문
편안히 앉아 잘보았습니다.

절기도 바뀌고 무진년의 한장남은 달력
에 겨울의 문턱에서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김상화	날씨가 대단히 춥습니다 서울은 생각지 못한 한파가 들이닥쳤습니다 얼마나 추운지 외출하기가 겁이 나네요 정찬열 작가님 그간 편히 지내셨는지요 오래도록 뵙지 못했는데 년말 행사 땐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사에 참석하려고 모든 일정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작가님 늘 좋은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추위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행복 행운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12/9 21:19

자연의 신비로움을 보러 변산반도에 있는 내소산을 간다 (제1편)

도봉산 원통사엔 태조 이성계가 기도한 나한전이 있다(제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