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8-10-2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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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너는 슬프게도 상사화(相思花)가 되었느냐(제1편)

어찌 너는 슬프게도 상사화(相思花)가 되었느냐
(기행 수필 불갑사 제1편)

루수/김상화

전라남도 영광군에 있는 불갑사를 향해 버스는 이른 아침부터 달린다. 그곳엔 상사병으로 죽은 혼이 꽃이 되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고 한다. 그 꽃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달려가는 것이다. 어제는 인터넷으로 우연히 그 꽃을 보게 되었다. 그 꽃을 처음 본 것이 황금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석촌호수의 오후 3시였다. 내일 불갑사에 가서 상사화(相思花)를 볼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처음 보는 꽃으로 매우 신비롭게 생겼다. 그때 찰랑대는 호수를 바라보니 흰 오리 몇 마리가 물을 가르며 정겹게 담소를 하고 있다. 놀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보기 좋은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머리에선 상사화(相思花)의 잔상이 떠오르고 그놈들이 다정다감하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근심 걱정까지 사라진다. 물 위에 떨어진 황금 햇살은 반사되어 사방으로 날아간다. 나에게도 날아오고 엄마와 산책 나온 귀여운 아가에게도 날아간다. 날아간 그 빛은 누구에게나 밝은 마음과 행복을 안겨 주는 것 같다. 눈부신 호수를 바라볼 때 상사화(相思花)에 대한 글의 구상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독자들에게 다가갈까 하는 생각에서다. 수필 한 편을 향기롭게 쓰고 싶은 욕망도 생겼다.

버스는 불갑사를 향해 달려간다. 서울의 빌딩 숲을 지나 고속도에 진입했다. 버스 창으로 내다본 9월 초의 시골 풍경은 한가로워 보인다. 초가을의 내음이 물씬 풍기리라 생각했는데 아직 이른가 보다. 옆 좌석엔 여성미가 향기롭게 풍기는 단아한 미인이 오늘의 파트너로 앉아 계신다. 오늘 처음 보는 분이지만 매우 우아하고 아름다운 진상순이란 여성이다. 오늘은 필자가 외롭지 않을 것만 같다. 옆에는 미인이 있지요, 불갑사를 가면 그리워하다 죽은 영혼이 꽃이 된 상사화(相思花)의 아름다움과 향기와 그 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많은 회원이 함께해서 더욱 좋다. 어찌 생각하면 복이 많은 필자라고 생각이 든다. 오늘은 송우 가족과 함께 기쁨과 행복을 불태워 볼 것이다. 가자! 상사화(相思花)가 있는 그곳으로....

차 안은 화기애애하다. 모처럼 만난 동료들과 대화의 꽃이 만발하였다. 김평재 부회장이 마이크를 잡더니 칼칼한 목소리로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은 무엇보다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라는 인사말을 하곤 김성준 회장에게 건네준다. 회장은 생글생글 웃으며 인사말을 한다. 제가 회장으로 있는 한 우리 송우 산악회를 가장 격이 높고 훌륭한 산악회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회원 여러분들께서는 오늘 하루 즐겁고 행복한 불갑사의 하루가 되시기 바란다는 향기로운 인사말로 맺는다. 뒤이어 김종배 명예 회장과 전윤연 명예회장께서도 정감이 넘치는 말솜씨로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꽃" 상사화(相思花)를 마음껏 감상하고 오늘을 즐겨보자는 사랑스러운 인사말을 한다. 뒤이어 박치원 고문께서 상사화에 얽힌 이야기를 구수하게 한다.

이렇게 인사말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때론 차창 너머로 초가을의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목적지인 불갑사 앞 주차장까지 왔다. 상사화(相思花)를 보겠다는 들뜬 마음으로 차에서 내렸다. 벌써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어 길을 메웠다. 올해가 제18회 상사화 축제라고 하는 플래카드가 여기 져기 붙어있다. 상사화(相思和)는 수선화과의 다년초로 한국, 중국, 일본에 자생하는 동아시아 특산식물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의 남서부 지역에 주로 자생하는데 분포는 전라남도, 전라북도 및 경상남도에 큰 군락지가 있다. 상사화는 상사화류 중의 한 종류인 상사화를 가리키지만, 일반적으로 상사화류 전체를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1종 정도가 분포되어 있는데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서 7~8월에 개화하는 상사화 타입과 9~10월에 개화하는 석산 타입으로 구분된다. 꽃눈 분화 개시는 4~5월 초순경이고 잎이 나오는 시기에 따라서는 9월 중하순에 잎이 나와 이듬해 5월 중하순에 잎이 말라지는 가을 출엽형과 2월 중하순에 잎이 나와 5월 중순에 잎이 말라지는 봄 출엽형으로 구분되는데 가을 출엽형은 잎이 짙은 반면 봄 출엽형은 잎이 옅은 경향이 있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이다. 상사화(相思花)의 전설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적어보자

첫째 전설은 옛날 한 마을에 너무나 사랑하는 부부가 아이가 없어 간절히 소망한 가운데 늦게야 태어난 아이가 딸이였다고 한다. 고명딸로 태어난 아이는 부모님에 대한 효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이쁨은 온 마을에 자랑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다 아버님이 병이 들어 돌아가시어서 극락왕생하시라며 백일동안 탑돌이를 하였다. 그런데 탑돌이를 하는 처녀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큰 스님 시중드는 스님이었다. 누가 볼세라 마음을 들킬세라. 안절부절 두근두근 분홍으로 물들었다. 하도 애절한 가운데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어느덧 백일이 다가왔다. 불공을 마치고 처녀가 집으로 돌아가던 날 스님은 절 뒤 언덕에서 하염없이 그리워했다. 그러다 그만 그날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여 운명을 달리 했다고 한다. 그다음 해 봄, 절가에 곱게 핀 한 송이 꽃이 있었다. 그 스님의 무덤 옆이라 언제나 잎이 먼저 나고 잎이 말라 스러져야 꽃대가 쑥~ 하고 올라왔다. 연보라 꽃송이는 고개가 무겁게 피었던지라 이름하여 상사화라 한다. 세속의 여인을 사랑하여 말 한마디 못한 그 스님의 애절함이 꽃으로 피어난 것이다. 그래서 꽃말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한다.

둘째 전설은 옛날 사람들이 모두 천국에 살았을 시절 두 남매가 있었다. 사이좋은 누나와 동생은 바닷가에서 달을 보며 걷고 있었다. 누나는 달을 보며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자 동생은 누나를 일으키려고 하다가 안 되니까 누나를 꼭 끌어안았다. 둘은 그때부터 사랑의 감정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사랑이었다. 둘은 날마다 바닷가의 돌 위에 앉아서 포옹하였다. 그것을 본 엄마는 둘을 떼어놓았지요.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사랑을 하는 남매를 꽃으로 환생시켜 인간 세계에 내려보냈다. 누나는 상사화의 꽃이 되고 동생은 잎이 되었다. 둘은 뛸 듯이 기뻤다. 왜냐하면, 같은 꽃이 되니 서로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누나와 동생은 상사화가 되었지만 둘은 만날 수 없었다. 항상 누나가 필 때는 동생은 지고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은 아무리 기다려도 만날 수 없었다. 잎이 나와서 다 시든 다음에야 꽃대가 올라와 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생 만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상상화(相思花)라고 하였다.

셋째 전설은 옛날 중국 땅에 딸만 있는 약초 캐는 사람이 있었다. 조선에 불로초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약초를 캐기 위해 조선에 당도하였다. 전국을 헤매다 결국 죽게 되었는데 딸에게 후대에라도 불로초를 구해야 한다는 유언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유언을 듣고 불로초를 찾아 나선 처녀는 어느 암자에서 고승을 만나게 되었다. 육신을 버리고 도를 깨우치는 것이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가르침을 깨달았다. 암자에 머물며 수도를 하는 중 어느 날 큰 절에서 고승의 가르침을 받으러 찾아온 젊은 스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 순간 짝사랑하게 되었으나 고백하지 못하고 세월이 흘렀다. 젊은 스님은 다시 큰절로 내려가게 되었다. 결국, 처녀는 참지 못하고 큰절에 찾아가 젊은 스님에게 사랑을 고백하였다. 그러나 '불자의 몸으로 여자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 아버지의 유언도 이루지 못하고 사랑까지 거절당한 충격에 그 자리에서 안타깝게도 처녀는 요절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잎이 없는 꽃이 피어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무더기로 자란 잎이 지고 나자 꽃이 피는 것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아름다운 처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가엽게 여겼다. 그래서 그 꽃을 상사화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네 번째의 전설은 다음과 같다. 상사화의 전설은 많이 있다. 어느 전설이 맞는지는 필자도 모른다. 그저 각자의 상상에 맡길 뿐이다. 이야기인즉 옛날 아주 먼 옛날 불심이 매우 높은 스님 한 분이 계셨다. 그런데 이 스님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죄를 짓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세속의 여인을 사랑한 죄였다. 스님은 자신의 이러한 잘못을 알고 있으면서도 스님 역시 한 인간인지라 날마다 여인을 그리워했다. 그리움에 사무칠 정도였지만 신분이 신분인지라 여인을 만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은 자신의 안타까운 사랑을 달리 표현하거나 풀 길이 없어 꽃씨에다 지금의 심정을 담아 절 앞마당에 심었다. 시간이 흘러 씨는 싹이 되었고, 이상하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싹이 죽은 후 꽃이 피었다. 그리고 꽃이 지면 다시 잎이 피기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상사화. 스님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이 꽃을 상사화라고 부른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이처럼 상사화는 마치 사랑의 숨바꼭질을 하는 연인처럼 잎이 나오면 꽃이 지고, 꽃대가 나오면 잎이 말라 버리는,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슬픈 인연을 보는 듯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름도 상사화이며, 꽃말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다섯 번째 전설이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송나라 폭군 강왕은 신하의 아내 하씨를 후궁으로 삼았다. 아내를 빼앗긴 한빙은 강왕의 횡포를 원망했고, 심기가 불편해진 강왕은 한빙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국경 지대로 쫓아 버렸다. 후궁이 된 하씨는 강왕 몰래 남편에게 편지를 보냈으나 불행히도 그 편지는 강왕의 손에 들어갔다. 그 소식을 들은 한빙은 얼마 뒤 자살했고 하씨도 성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녀가 남긴 소맷자락에는 자신들을 합장해달라는 유언이 적혀 있었다. 그 유언에 몹시 분노한 강왕은 일부러 두 무덤을 서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이후 두 무덤 위에서 각각 나무가 쑥쑥 자라났고 두 나무의 뿌리는 물론 가지들마저 서로 맞닿아 연리지(連理枝)를 만들었다. 또 두 나무 위에 한 쌍의 원앙새가 날아오더니 서로 목을 비비며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송나라 사람들은 그토록 애절한 광경에 감동하여 두 그루의 나무를 상사수(相思樹)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상사수 밑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올랐는데, 그 꽃을 상사화(相思花)라고 불렀다. 여기에서 상사병(相思病)이란 말이 탄생했다.

이러한 전설을 생각하며 상사화(相思花)를 보았다. 상사화란 꽃은 오늘 처음 보는 것이지만 매우 아름답다. 슬픈 전설을 간직한 상사화라는 생각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애처로워 보인다. 얼마나 지극한 사랑을 남몰래 했을까? 과히 짐작은 간다. 그러나 죽은 영혼이 꽃이 되어 이렇게 웃고 있어도 너를 보는 우리는 가련해 보이는구나! 불갑사의 1편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2편에서는 영광군의 아름다운 전설과 불갑사에 대한 기록과 회원들의 즐거움을 집필할 것이다

2018년 09월 15일

김경렬

2018-10-26 15:10

상사화에 대한 설이 그리 많은줄 몰랐습니다.
결국은 극진한 사랑이 깔려있는 꽃이군요.
작가님덕분에 오늘도 좋은 공부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김상화	가을비가 내리네요 고운 단풍 떨어질까 걱정이 됩니다 존경하는 김경렬 작가님 오늘 첫 번째로 오셔서 아름다운 흔적을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상사화가 많은 전설을 간직한 꽃이라는 걸 저도 글을 쓰며 알았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10/26 23:13

김종덕

2018-10-29 17:45

김상화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모르던 이야기를 살펴 갑니다. 저는 작가님보다도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아직 가보지 못했읍니다. 내년에는 가보야야 할 것 같습니다. 여수에도 흥국사란 절이 있는데 그 곳도 상화화 군락지로 알려져 있읍니다. 정말 애절한 이야기 인데 꽃을 보면 생각하면 더욱 쓰릴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김상화	반갑습니다. 김종덕 작가님 벌써 10월도 마지막 여울목까지 왔네요 가을도 겨울을 향해 달리느라 아침저녁으론 기온이 많이 떨어집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덕 작가님	10/30 13:37

정찬열

2018-10-29 21:48

김상화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가님은 역시 복도많으셔요 산악회 가 여럿인가봅니다.

지난해 불갑사에 상사화 축제에는 영광 신문이
주관하는 상사화 축제에 즉석에 생가나는 시를
응모하여 입상의 영광을 받기도 했습니다.

작가님께서 올려주신 전설 대부분이 스님과 절로
부연되는 만낮수 없는애절함때문에 주로 사찰에
많이 자생하는 꽃이 된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필력이 뛰어난 작가님의 기행문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항상 건강 하시고 다음 호를 기다립니다.^*^


김상화	반갑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아침저녁으론 제법 쌀쌀합니다 머지않아 겨울이 온다는 신호일 것입니다 상사화라는 꽃은 아름다운데 매우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꽃입니다 이번 불갑사를 다녀와 글을 쓰는 덕분에 상사화에 대한 내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잎과 꽃이 함께 할 수 없다는 슬픈 꽃이지요 이렇게 고운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과 행복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10/3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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