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8-10-19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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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연주대의 아름다운 전경(제2편)

관악산 연주대의 아름다운 전경
(기행 수필 제2편)

루수/김상화

초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관악산을 우리는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정상을 향해 오른다. 며칠 전에 비가 내려 맑은 물이 졸졸 청량한 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달려간다. 물소리만 들어도 향기롭고 시원하다. 그런데 솔바람까지 불어와 온몸을 스치며 땀을 거두어 간다. 어찌 이리도 시원할까? 그래서 마음은 하늘을 나을 수 있을 만큼 환상의 기분을 만들어 준다. 어딜 가서 이렇게 향기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참 좋다. 이 산에 온 등산객들도 필자와 같은 기분일 것이다. 근심 걱정 하나 찾아볼 수 없는 표정들이다. 얼굴은 볼그스레하게 꽃이 피었다. 막 피어난 야들야들한 장미꽃잎에 한 방울의 이슬이 맺혀 촉촉한 느낌을 주는 듯 아름답다. 강찬순 아우와 나는 걷다 힘이 들면 잠시 쉬어 물도 마시고 시원하게 세수도 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행동하니 이것 또한 천금이다. 우리들의 구수한 대화를 들었는지 하늘은 황금 햇살을 눈이 부시도록 나뭇잎 사이로 쏟아낸다. 즐거운 대화는 힘도 반으로 줄여 준다. 수십 개의 깔딱고개를 올라가야 한다. 땀을 흘리며 올라가다 보니 정상이 불과 5~600m 남았다.

남은 힘을 한데 모아 깊은숨을 몰아쉬었다. 그래서 헐떡였던 숨을 가다듬고 정상 밑까지 올라왔다. 여기서 약 200m 정도 내려가면 연주암이란 절이 있다. 우리는 연주암이란 절을 구경하고 연주대를 오르기로 했다. 내려가자마자 오른쪽에 효령대군 영정을 모셔놓은 효령각이 있다. 절의 뜰에는 수백 년 된 느티나무가 수호신처럼 절을 지키는 듯했다. 수많은 등산객이 몰려들어 은은히 울려 퍼지는 염불 소리를 들으며 사찰의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절의 마루에는 등산객으로 가득 메웠다. 마당에는 3층 석탑이 있고 대웅전은 지금 수리 중이라 어수선하다. 불경 소리를 들으며 사색을 하듯 한참 동안 머물렀다. 잠시 연주대의 내력과 효령대군 그리고 삼층석탑에 대해 알아보고 가자.

관악산 최고봉인 연주봉에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절벽이 솟아 있는데,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약간의 석축을 쌓아 올린 곳에 연주대가 있다. 연주대란 이름은 조선 초에 개칭한 것으로 태조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개국한 뒤 고려의 충신들이 멀리 송경 쪽을 바라보며 두문동에서 순국한 72인의 충신열사와 망국 고려를 연모하며 통탄하였다 하여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전설도 전한다. 태종이 충녕대군을 태자로 책봉하려 하자 이를 눈치챈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이 왕궁을 빠져나와 이산 저산을 헤매다가 며칠 만에 발을 멈춘 곳이 관악산이었다. 그들은 관악사에 들어가 수도하면서 왕좌에 대한 집요한 미련과 동경하는 마음을 누를 길 없어 관악사를 현재의 위치로 옮기고, 연주대에 올라 왕궁을 바라보며 왕좌를 그리워하였다. 그리하여 관악사의 이름도 어느덧 연주암으로 바뀌게 되었다.

효령대군 영정은 연주암의 효령각에 모셨다. 이 영정은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81호다. 효령대군(孝寧大君, 1396~1486)은 태종과 원경 황후 민 씨의 둘째 아들로 세종의 형이다. 효성이 지극했으며 독서를 즐겼고, 활쏘기에 능하여 늘 태종을 따라 사냥터에 다녔다고 한다. 가로 74cm 세로 90cm의 효령대군의 영정은 정면을 바라보며, 왕이 평상시에 쓰는 관인 익선관(翼善冠) 형태의 황색 관모(黃色冠帽)를 쓰고 깃과 소매에 녹색의 선을 댄 홍포(紅袍)를 입고서 용과 봉황으로 장식된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의자와 발을 올려놓는 족 좌대(足坐臺)는 흔히 보기 어려운 독특한 형태로 비록 여러 번 옮겨 정확한 제작 연대를 알기 어려우나 원본의 형태를 전하고 있다. 얼굴은 정면을 보는 관계로 각 세부가 도식적이고 미숙하게 처리되었다. 하지만 오른손으로 물건을 잡고 있는 자세는 조선전기 초상화에서 보기드문 것으로 이 그림이 갖는 특이한 표현이다. 이 작품은 비록 여러 번 모사된 그림이지만, 조선 전기 초상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연주암 삼층석탑은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04호다. 이 탑은 높이 3.6m로, 1장의 판석으로 구성된 지대석 위에 기단은 단층의 4장의 판석을 엇물려서 조성하였다. 각 면에는 모서리 기둥 [우주,隅柱]이 새겨져 있다. 탑신과 지붕돌은 각각 하나의 돌로 만들어져 있다. 지붕돌 받침의 1층은 4단이지만 2층과 3층은 3단으로 만들어져 규율성을 잃고 있다. 낙수면의 길이가 짧고 전각의 발전이 둔중하여 고려 시대 석탑의 특성을 보여 주고 있다. 지붕돌 위에는 노반석(露盤石)과 앙화(仰花), 보주(寶珠)가 놓여 있다. 이 삼층석탑은 전형적인 고려 시대 석탑으로 각 부분의 비례가 잘 맞고 제작수법도 정연하여 고려중기 이전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연주대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로 형성된 길은 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난다. 길이 좁아 한 사람씩 올라가야 한다. 좁은 바위길 양쪽은 수십 길의 절벽이다. 네발로 기어가야 하는 아찔한 연주대 길이다. 올라가다 발에 쥐가 난다거나 발을 잘못 디디면 이 세상과 영영 이별이다. 이렇게 위험한 길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가는 것일까? 현기증이 나고 어지러울까 봐 아래를 내려다보지도 못하고 네발로 기었다. 스님들께서는 왜 이렇게 위험한 길을 아슬아슬하게 올라가서 암자를 지었을까? 전율을 느껴보려고 그랬을까? 그럼 힘들게 올라가야 고행을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답이 없다. 고생 끝에 무사히 올라왔다.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정상의 분지에는 비스듬하게 바위로 절벽을 이뤘다. 그 절벽에 어마어마하게 큰 돌을 세워 관악산(冠岳山)이라고 쓴 정상 석을 세워 놓았다. 얼마나 반가운지 뛰어올라 정상 석에 입맞춤부터 했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잠시 머물다 꼬불꼬불한 길을 걸어 연주암자로 같다. 연주암자에는 수십 명의 불도가 모여 불공을 드린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 또 어떤 신자는 자식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할 것이다. 또 남편을 위해 부인을 위해 그런가 하면 이웃을 위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도하는 신도도 있을 것이다. 은은하게 들리는 불경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머물다 나왔다. 이러한 것들이 하나하나 우리가 세상을 향해 살아가는 삶의 과정이다.

연주대는 경기도 기념물 제20호이다. 관악산의 기암절벽 위에 석축을 쌓아 터를 마련하고 지은 이 암자는, 원래 신라의 승려 의상대사가 신라 문무왕 17년(677)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관악사를 건립할 때 함께 건립한 것으로 의상대라 불렀다고 한다. 관악사와 의상대는 연주암과 연주대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그 내력에 대해서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하나는 조선 개국 후 고려에 대한 연민을 간직한 사람들이 이곳에 들러 개성을 바라보며 고려의 충신열사와 망해버린 왕조를 연모했다고 하여 연주대라 불렀다는 이야기고, 또 하나는 조선 태종의 첫 번째 왕자인 양녕대군과 두 번째 왕자인 효령대군이 왕위 계승에서 멀어진 뒤 방랑하다가 이곳에 올라 왕위에 대한 미련과 동경의 심정을 담아 왕궁을 바라보았다 하여 연주대라 이름 지었다는 이야기다. 두 이야기 모두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인데, 이것은 연주대의 주변 경관이 워낙 뛰어난 절경인 데다 한눈에 멀리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여서 붙여진 전설로 생각된다. 현재의 건물은 세 평 남짓한 맞배지붕으로 조선 후기에 지어진 것을 최근에 해체하여 복원한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 연주대를 올라와 관악산(冠岳山)이란 정상 석에 입맞춤도 했다. 연주암을 들려 불자들이 간절하게 드리는 기도 소리도 들었다. 앞을 바라보니 서울의 송파구에 있는 잠실 롯데타워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남산타워도 보이고 서울시의 아름다운 전경도 보았다. 우리의 서울이 이렇게 아름답단 말인가? 세계 여느 도시보다 아름답다. 일본 도교보다도 아름답고 뉴욕이나 런던보다도 아름답다. 바라보는 곳마다 아름다움이 깔려있다. 이 절묘한 풍경을 가슴 한편에 간직하고 하산하기로 했다. 조금 내려오다 배가 출출해 점심을 먹기 위해 그늘을 찾았다. 김밥도 먹고 토스트도 먹었다. 그런데 옆에 애처롭게 보라색 야생화가 웃고 있다. 척박한 돌산에 더구나 그늘 밑에서 어찌 이리도 아름답게 웃고 있을까? 가여워 보였지만 대견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웃음의 향기가 나를 못 가게 한다. 보라 꽃과 무언의 대화를 한참 나누었다. 이렇게 이름 모르는 야생화와 대화도 했고, 관악산의 아름다운 전설과 모르고 있던 역사를 배워가는 하루였다. 관악산(冠岳山)이란 당신은 서울을 변화시킨 위대한 산임을 보고 가노라!

2018년 09월 02일

김경렬

2018-10-23 16:48

산사랑 작가님!
가까운 관악산을 처음 찾으셨나봅니다.
20년전에 과천에 10년이 넘도록 살면서
우리 가족의 놀이터였지요.
여름엔 계곡에 발담그며 놀고 주마다 아이들과 올랐지요.
아이들이 잘 따라다닌건 하산해서 돼지 갈비 먹는 재미가 더 컸기 때문이었답니다.
그시절이 그리워집니다.


김상화	존경하는 작가님 ! 바쁘심에도 이렇게 방문해 좋은 글 남겨주시니 감사합니다 과천에서 오래 사셨군요 저는 서울에 살면서 3번째 관악산을 오른 것입니다 산을 오를 때 마다 즐거움과 행복이 다른 것 같습니다 늘 좋은 다른 느낌을 주어 감동을 주곤 합니다 고맙습니다. 김경렬 작가님!	10/25 04:55

어찌 너는 슬프게도 상사화(相思花)가 되었느냐(제1편)

관악산은 이러한 역사가 잠들고 있었다(제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