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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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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화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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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김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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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0-01-30 23: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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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石窟)에 조각해 놓은 부처의 세계(제2편)
석굴(石窟)에 조각해 놓은 부처의 세계
(칠선계곡 제2편)
루수/김상화
자연의 신비로움을 감상하며 멍석 바위에 앉아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다. 옆에는 명경(明鏡)보다도 맑은 물이 흐른다. 예쁜 단풍잎에 지리산의 전설을 싣고 흐르는 물이 성스럽기까지 하다. 칠선계곡을 아름답고 신비로움을 알리는 듯 콧노래를 부르며 흐른다. 엷은 가을 햇살은 이곳에도 내려앉아 모든 만물에 사랑을 나눠준다. 그때 곱게 물든 단풍이 말 한마디 내뱉는다. 가을 햇살이 나의 마지막 순간을 사랑으로 돌본 것 같아 고맙다고 한다. 왜냐하면, 나를 예쁜 색동옷으로 갈아입혀 행복하다고도 한다. 그래서 아름다워진 나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은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와 천지를 진동시킨다. 또 먼 곳에서 달려온 해피 가족이 자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즐기는 모습은 너무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한 해의 삶을 며칠 후면 막을 내린다고 하면서 이 아름다움을 눈에 가득 담아가라고 주문하며 빙그레 웃는다. 눈길이 닫는 곳마다 아름답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다. 오늘따라 하늘을 떠다니며 한가로이 놀고 있는 흰 구름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것 또한 아름다움의 결정체다. 물 흐르는 소리도 아름답고 바람에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도 아름답다. 자연은 이렇게 알게 모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신비롭기만 하다. 원시림과 기암괴석도 계곡을 지키며 우리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필자는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칠선계곡의 풍경을 사진기에 담기 바쁘다. 이렇게 칠선계곡은 아름다움이 눈을 즐겁게 해주고 마음마저 행복으로 가득 채워준다.
필자는 꼬부라진 할아버지는 아직 아니다. 그러나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다. 가슴엔 아직 젊음이 꿈틀거린다. 누군가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필자는 아직 이팔청춘이다. 생명을 다하는 날까지 젊음을 과시하며 명산을 다닐 것이다. 그러면서 기행 수필을 쓸 것이다.
필자는 오늘 해피 가족과 함께 점심을 즐길 때 젊은 회원들의 수다 떠는소리도 듣고 동료 간에 더욱더 아름다운 친분을 쌓으려고 향기롭게 속삭이는 소리도 들었다. 때로는 잔잔한 웃음도 웃다가 눈이 뛰어나오도록 웃는 모습도 보았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이 한참 동안 흘렀다. 언제 또 이렇게 재미있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아마도 다음 산행 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은 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언제든지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면 그렇게 마음가짐을 가지면 된다.
오늘은 아쉬운 마음이 문득 머리를 스친다. 여기까지 왔는데 지리산의 정상인 천왕봉을 가지 못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도 가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까? 그러나 더는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철책선은 없지만, 공원 관리 공단에서 정해 놓은 규칙과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는 안전하게 하산할 일만 남았다. 모두 하산하기 시작했다. 올라갈 때 미처 보지 못한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어 기뻤다. 모두 안전하게 하산했다.
지리산 칠선계곡 탐방을 끝내고 서암정사로 왔다. 함양에 있는 서암정사는 벽송사에 속한 암자이다.
한국 선불교 최고의 종가 벽송사(碧松寺)는 조선 중종 시대인 1520년 벽송지엄(碧松智嚴) 선사에 의해 창건되었으며,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수행하여 도를 깨달은 유서 깊은 절이다.
조선 시대 불교의 선맥(禪脈)에서 보면 벽계정심, 벽송지엄, 부용영관 등 기라성 같은 정통조사들이 벽송사에서 수행 교화하여 조선 선불교 최고의 종가를 이루었다.
아울러 선교를 겸수한 대종장들을 108분이나 배출하여 일명 "백팔조사 행화도량"(百八祖師 行化道場)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벽송사는 지리산의 천봉만학(千峯萬壑)을 앞뒤 동산과 정원으로 하여 부용(芙蓉:연꽃)이 활짝 핀 것과 같은 부용만개(芙蓉滿開), 혹은 푸른 학이 알을 품고 있다는 뜻의 청학포란(靑鶴抱卵)의 형국에 자리하고 있다.
고인이 "운거천상(雲居天上:구름 위 하늘 세계), 별유천지(別有天地:인간 세상 밖에 따로 있는), 부용정토(芙蓉淨土:연꽃이 활짝 핀 극락정토에), 조인만대(祖印萬代:조사의 깨달음 만대에 이어지리)"라는 표현하였듯이 벽송사는 만고에 수려한 풍광 속에 있다.
서암정사는 해동 삼대 명산 중의 하나인 지리산의 큰 줄기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로, 석굴 법당은 원응 큰스님께서 6.25 전쟁의 참화로 희생된 무수한 원혼들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1989년도부터 10여 년간에 걸쳐 불사를 진행하여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석굴 법당 안에는 아미타부처님 상과 제불보살상 등으로 불교의 이상세계를 상징하는 극락세계가 정교하게 장엄되어있다.
2010년에는 대웅전 지하에는 금니사경 참배관을 마련하여 원응 큰스님께서 석굴 법당의 원만한 불사를 염원하며 1985년부터 금니사경을 해오신 작품들을 참배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12년도에 완공한 대웅전은 한국 전통 목조건물로는 아주 드문 아(亞)자형 건축물이며, 중충구조의 겹처마를 두어 한국 고건축의 선과 미를 극대화하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름다운 시 한 구절을 보았다. 이 시를 읽는 수간 지리산의 아름다움이 나의 눈 안에 영상이 되어 돌아간다. 너무도 아름다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적어 내려간다.
百千江河萬溪流 = 백천 강물 만갈래 시내가 흘러
(백천강하만계류)
同歸大海日味水 = 바다에 돌아가니 한물 맛이네
(동귀대해일미수)
森羅萬象各別色 = 삼라만상 왼갖 가지가지 모양이여
(삼라만상각별색)
還源元來同根生 = 근원에 돌아가니 원래로 한 몸이라
(환원원래동근신)
발을 딛고 들어가는 입구에는 사천왕상(四天王像)이 무섭기도 하고 천하를 움켜쥘 자세로 지키고 있다.
사천왕상(四天王像)은 수미산 정상의 중앙부에 있는 제석천(帝釋天)을 섬기며 불법(佛法)과 불법에 귀의하는 사람들을 수호하여 호법신(護法神)이다. 동쪽의 지국천왕(持國天王), 남쪽의 증장천왕(增長天王), 서쪽의 광목천왕(廣目天王), 북쪽의 다문천왕(多聞天王)을 말한다. 사대천왕(四大天王), 또는 호세사천왕(護世四天王)으로도 불리며 지국천왕은 비파(琵琶), 다문천왕은 탑(塔), 광목천왕은 용(龍), 증장천왕은 검(劍)을 들고 있다.
예로부터 한국의 사찰에서는 천연 거암에 부조하여 웅장함과 기상을 크게 높였다. 자연 바위를 이용해 사천왕을 일렬로 배치한 것이 특징적이다. 석주 쪽으로부터 증장천왕, 광목천왕, 지국천왕, 다문천왕의 순서로 부조되어 있다.
서암정사 사천왕상은 경주 석굴암의 사천왕상을 참고해 조각했다. 경주 석굴암 사천왕상을 본떠 놓고 조각을 하면서 느낀 것은 사천왕이 밟고 있는 악귀들의 옷매무새가 흔히 역사서에 그려진 왜구(倭寇)들의 모습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신라인들은 신라가 추구하는 이상 국가인 불국토를 괴롭히는 왜구를 불법을 방해하는 마구니로 생각했을 것이다.
동해바다를 멀리 바라보고 있으니......
그러므로 이런 불사의 밑바탕에서 불력(佛力)을 빌어 국가를 수호하고자 하는 신라인들의 호국신앙을 읽을 수 있겠다.
불신충만어법계 (佛身充滿於法界)
부처님은 온 누리에 충만하시어
보현일체중생전 (普顯一切衆生前)
널리 모든 중생 앞에 나투시네
수연부감미부주 (隨緣赴感靡不周)
인연 따라 감응하여 온 세상 두루하시나
이항처차보리좌 (而恒處此菩提座)
항상 진리의 이 자리에 머무시네
어찌 이렇게 돌로 이루어진 석굴(石窟)의 벽에 살아계시는 듯 부처님 표정을 그토록 선하게 조각했을까? 석굴(石窟)도 신기했지만 아름답게 부처님을 비롯해 극락세계를 조각해 놓은 것을 필자의 눈에는 신비롭기만 하다.
석굴 법당 극락전조성 내력을 알림판에는 이렇게 써 놓았다.
이곳 지리산은 우리나라 명산으로 삼신산(三神山) 중의 하나이면서 산세가 험하고 깊어 6.25를 전후해서는 전쟁의 와중에서 참혹한 비극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날 심산유곡(深山幽谷)의 승지(勝地)를 찾아 뜬구름을 벗 삼아 정처 없이 산수간(山水間)에 노닐던 수행자 원응(元應) 스님이 우연히 여기를 지나가다 비극의 자취가 널리 남아있는 이곳에서 이유 없이 비참하게 죽어간 원혼들의 비탄 어린 울부짖음을 비몽사몽간에 듣게 되었다. 이 모든 일이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과 탐욕의 공동 과보임을 절감하고 스님은 이들의 원한을 달래기 위하여 끝없이 기도하면서 발원하기를 이곳에서 희생되어 원한에 사무쳐 방황하는 무수한 고혼들이 하루속히 증오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나아가서는 조국분단의 비극이 속히 종식되길 원했다.
더 나아가서는 모든 인류가 부처님의 광명(光明) 안에서 평화를 누리는 극락정토의 세계를 이루게 하리라 그리하여 장엄하고 상서로운 이 자연석벽에 아미타불 지장보살 존상을 위시미타화상의 무수한 불보살을 조각으로 조성하여 영원한 이상세계인 극락정토(極樂淨土)를 현출(現出)하는 가운데 우리의 정서 속에 간직되어 있는 이상향의 모습을 또 여기에 가미하였다. 그리고 또 비로자나 부처님과 문수 보현 선재종자 등의 불. 보살을 모신 비로전을 조성하여 화엄희상을 나투니 극락정토와 화엄 세계가 서로 조화롭게 흔융한 화엄정토(華嚴淨土)의 도량(道場)을 구현하였다.
때 맞추어 원응(元應) 스님이 여기 성지(聖地)를 만나 성스러운 불사를 이룩함은 오늘을 기다린 불가사의한 인연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불세계장엄(佛世界莊嚴)으로서 이 장소는 현시대의 보물이자 후대에 물려줄 문화유산이다.
오늘 지리산 칠선계곡 트래킹은 내 생애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불교 역사의 산물인 벽송사(碧松寺)를 둘러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천만금을 얻어가는 기분이다. 벽송사(碧松寺)에 있는 조각품들은 신이 빚은 것이지 인간이 새겨 놓은 것이 아닌듯싶다. 이상갑 회장께서는 불교 신자이신지는 몰라도 돌에 조각해 놓은 것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볼 때마다 얼굴 가득 미소를 담아내신다. 필자는 가톨릭 신자인데도 오늘은 불교 신자가 된 듯 그 예술적인 부처님의 세계를 보고 덩달아 기쁨이 넘쳐흐른다. 찬란한 불교의 역사를 가진 신라인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이상갑 회장을 비롯한 해피 가족과 함께 한 지리산 칠선계곡 트래킹과 벽송사(碧松寺) 관람은 황홀한 행복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2019년 11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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