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배태성
ㆍ작성일	2013-09-08 04:35

ㆍIP: 219.xxx.149

고향집의 가을 햇살

나는 고향이 대구이다,
여름이면 무지 덥고,겨울이면 제일 추운곳, 그래서 음식도 짜고 맵기로 유명한 도시다.
그도 그럴것이 앞에는 앞산(대덕산),뒤에는 뒷산(팔공산)이 둘러처져 있으니 외부에서 바람 들어올곳이 없다,
그기다 또 분지다, 땅이 내려앉은 형태이니,자연히 여름엔 푹푹 찌고 겨울엔 얼음 덩이가 내리 누르듯 냉기와 한기로
도시를 감싸 누른다.

동네가 대구 한복판,,옛날엔 한복판 이래야 대구역 주변으로 형성된 작은 동네 이지만,관공서와 시장이 모두
모여 형성된 도심이다. 그 중심에 문화동 이란 동명을 가진 곳 이있다,,내가 태어난 곳 이다.
6,25 전쟁으로 대구로 피난와서 눌러 앉아 살게된 것 이라한다.

아버지는 경찰 공무원 이라서 그 당시의 사회 혼란상으로 늘 야근이시니 집에 잘 들어 오시지 못하고, 어머니는
자식들 먹여 살려야 하니 바쁘게 외출 하시고,,늘 집에 남아 있는 식구로는 형과 나 그리고 밑으로 여동생 둘 이다.
도둑도 많고,거지도 많고 하루 종일 상이군경이나 거지들이 밥 달라고 문 두드리는게 일 이었으니,,,

그떄는 대문도 엉성 하기 짝이 없어서 말이 대문이지 소나무 송판 몇장 덧대어서 걸어 잠궈 놓은 것 이니까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허술 했을까 미루어 짐작 할 수있다, 그러니 집에는 늘 누가 있는 인기척을 내야한다,않그러면
손만 내밀면 열고 들어올수 있는 대문이니까,사람 없으면 빨래 해서 걸어 놓은 옷 가지를 싹 걷어 가질 않나,
장독에 있는 된장 ,간장은 다 퍼가지고 간다. 지금은 무법 이라 하겠지만 그 당시는 전쟁 막 끝나고 다들 굶주림에
지쳐 있는 형편 이어서 먹을것 ,입을것 눈에 띄는데로 닥치는데로 훔쳐 가던 시절이다.

마루 한켠에 큼지막한 쌀 뒤주가 놓여 있었다,,그래서 도둑들이 눈독 들이고 우리집을 주시하는,아버지가 공무원이니
그래도 양식 걱정은 않하고 사니까,그리고 하필 뒤주가 마루에 있으니,, 그걸 뒷 마당에 갖다 놓으면 될걸 왜 사람들이 보이게 앞에다 갔다 놓은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 하니까 아마 뒤에는 하수구가 있어서 냄새가 심하고
또 화장실도 뒤켠에 있었으니 앞 마루에 놓았으리라 생각한다. 아무튼 우리 집은 도둑들의 한번씩은 눈독 들이고 가는 집이 돼 있었다.

그런데 형은 자기 친구들 하고 놀러 나가고 늘 나 보고만 집 지키란다,그래서 난 늘 여동생 둘을 양쪽 팔에 꼭 껴안고
마루에 앉아 두 여 동생과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마당에서 딱지 치기도 하고, 줄을 그어서 땅 따먹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한번은 숨바꼭질 하다가 내가 두 여동생들 모르게 쌀 뒤주에 숨어 버렸다.

두 여 동생들이 날 찾다가 찾다가 못 찾아서 둘이 댕그러니 조용한 집안에 남아 있으려니 무서워서 울고 불고 오빠를 찾는다고 난리다,,그러면 한참 있다가 문열고 나 여깄지 하고 나온다,,나오면 내 팔에 안기면서 펑펑 운다, 무서운 조용한 집에 있다가 내가 나타 났으니 좋기도 하고 내가 때리고 싶도록 밉기도 하고,,그렇게 난 여 동생 둘을 키우다 시피 하면서 자랐다.

어머니는 아침 부터 늘 집을 비우고 다니셨다, 살기가 버거웠던 가난한 시절이 었으니,어머니는 친정인 서문시장에
외 할머니가 계시니 늘 그기 왔다 갔다 하시면서 살아야 하니까 형 하고 내가 학교 갔다 오면 다 밑기시고 나가시니
집 지켜는건 자연히 내 몫이다.
우리는 세살 터울이다,그러다 보니 학교도 누가 입학 하면 하나는 졸업하고,또 하나 졸업하면 입학하고,,
생활이 어려울떄니 형 입은 옷은 내 차지다,꿰메고 바늘질하고 한마디로 난 늘 누더기 옷 ,형이 입고 낡은 옷 차지다,
명절 추석이나 설날 새옷 한번 입으면 그걸로 끝이다. 양말은 두말 할것도 없이 앞 뒤 빼곡히 기운 자리가 발가락에
닿여서 간지러울 정도다. 그래도 형제가 4 남매가 되다 보니 어려운 그 시절 잘도 뛰놀고 그러면서 자랐다.

여름이면 두 여동생들과 집 지키면서 더우니까 서로 등 목도 해주고 물 장구 치고 한 바탕 난리 벅구통 치면서
깔깔대고 하루 종일 논다,그러면 동네 어른분들이 과일 몇알 던져 주고는 가면,,그것도 서로 많이 먹겠다고
뺴앗고,,이렇다 주어 터지고 울고,그러면 난 두 여동생 싸움 말리면서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역할했다.
이상 하리만치
어릴때도 욕심이 없었던 아이로 기억한다.가끔식 아버지 부하 분들이 과자나 먹거리를 퇴근길에 가져다 주시면
형제들은 제몫 먹고 더 달라고 아우성인데,만약 사과 한알이 내 몫이면 난 잠이 오면 그걸 내옆에 두고 그냥 잔다,
내 형제들은 그걸 다 먹고 자는데 나는 아니란다,어머니가 그때 부터 날 굉장히 착하게 보았단다.

잠에서 깨어 나서 엄마, 내 사과 줘 하면 다른 애 들이 다먹고 없다 라고 어머니가 말씀 하시면 응 ,그래? 한번 하고는
끝이란다, 그렇게 큰 욕심이 없었는데,그런데 형제간에 누가 동네 놀러 나갔다가 얻어 터지고 들어오면 어머니가
뭐라고 소동 피우기 전에 내가 길길이 대들면서 싸움한단다,,한번은 형이 놀러 나갔다가 이웃집 덩치 큰 애 한테
얻어 터지고 코피가 나고 울면서 집에 들어왔다,,내가 그걸 보고는 집에 있던 도끼,그러니까 그 당시에는 나무를 연료로 사용 하던 시절이어서 소나무를 쪼개는 도끼가 집집마다 하나 씩은 다 있었다.
도끼를 들고 가서 그 집앞에서 내 형 때린놈이 누구냐고 하면서 않나오면 다 죽인다 하면서 난리를 쳤단다.

그러면 그 집 어른이 나와서 나를 호통 치고 귀싸대기라도 때리면 난 두말도 않고 그집 대문을 도끼로 다 부셔 버렸단다,나의 기세에 눌려서 누가 겁 나서 어른들도 말릴 엄두를 못내고 가만히 두고 있었단다,
저녁에 어머니가 돌아와 자초지종을 듣고서는 그 집에 가서 대문 고치는 값 물어주고 싹싹 빌고 돌아 오시곤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어머니가 돌아와서는 날 야단치는게 아니라 조용히 말씀을 하신다,너는 엄마가 돌아올때 까지 기다렸다가 말을해주면 되지 그런 행패를 부리면 않된다고 타이르신다, 그러면 나는 속이 상해서 가만히 눈물만 뚝뚝 흘리면서 대꾸도 없이 그냥 야단만 맞았던 기억이 난다. 형제간 일에는 내가 앞 뒤 가릴것 없이 대들어던 모양이다.

내가 사춘기 지날즈음 가끔씩 어머니가 친구분들 오시면 내가 그렇게 했다고 ,애가 어리지만 형제간 우애가 깊어서 아주 의리파 라고 말씀 하시던걸 지금도 기억한다. 그럼 난 괜히 그 분들 보기 부끄러워서 저만치 도망 칠려고 하면
날 불러다 놓고 용돈 쥐어 주면서 머리를 쓰다 듬어 주시곤 했다.

가을이 되면 어머니는 더 바빴다,,서문 시장에서 미군 트럭을 개조해서 화물차로 지방 다니면서 철 마다 농산물
도매 시장을 하시던 외 할머니일을 거들어 주기 위해서 밤 늦게 까지 도와 주시고 집에 오시기 때문에 난 늘
그 긴 가을 햇살을 마루에 쪼그리고 앉아 두 여동생들을 손잡고 지내곤 했다. 그때 그 어릴때 엄마를 기다리며
두 여동생들과 하염없이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기던 그 햇살이 지금 이 나이들도록 그 햇살을 잊지 못해서일까,

가을만 되면 나는 심한 병을 앓는다,,그 긴 가을 햇살이 내가 힘들어도 울지 않고,그리고 두 여동생들이 칭얼대고 울면 따독 거려주고 달래던 그 성격이 나도 모르게 길러 졌던 모양이다.그리고 가을 햇살이 얼굴과 몸에 닿을때 따스했던 감촉이 평생을 나와 함께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심한 가을 햇살 병에 몸 부림치고 있다,매년 앓는 병이지만 연식이 더 할수록 병이 치유되는
시간도 점점 길어 진다, 모두 다 그립다,,,,,

이인철 2013-09-08 10:34	`배태성`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배태성 작가님! 이제 본격적으로 배 작가님의 계절이 다가온 듯 합니다. 작가님의 어릴 때 추억이 아름다우면서 뭔가 모를 콧등이 찡합니다. 그때부터 정의파셨다는 것을..... 늦게 나마 알았습니다,ㅎㅎ 형제 남매의 우애와 사랑이 너무 보기가 좋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이 가을에 많은 글 기다리겠습니다.^^

배태성 2013-09-08 11:45	《Re》이인철 님 ,네에~방문 감사 합니다. 가난하고 힘들수록 잘 뭉친단 말이 있지요, 부잣집애 들은 반면에 잘 싸우지만~ㅎㅎ 지금도 성격이 그런걸 보면 평생을 가는가 싶습니다. 감사 합니다,건필 하십시요!

광화문 네거리

겸손과 의연함,그리고 비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