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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4-04 15:32
ㆍIP: 115.xxx.86
베팅 (41회)



 “내가 올 때 마다 느끼는 건데 화창한 날씨인데도 경마장 오는 사람들은 왜 거의 다 어
 
둡고 우중충한 옷들을 입고 오는지 몰라. 너희 알아?”

 준식이 주위를 둘러보고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나도 그게 궁금해서 전에 어떤 사람에게 물어보니까 사인펜이 묻어서 그런데. 마권 살
 
때 정신없고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치는 경우가 많잖아. 그래서 경마 끝나고 보면 사인펜
 
의 검은 색이 옷에 수없이 그려져 있어 그 다음부터는 어두운 색만 입고 다닌다나. 아마
 
그 이유땜시 그런게 아닐까”

 “그 말도 일리가 있지만 경마 끝나면 초상집 분위긴데 당근 어두운 색을 입어야지.”

 “정답이네! 상갓집에 칼라풀하게 갈 수야 없지. 이 사람들 대부분이 개선장군처럼 출근
 
하고 퇴근할 때는 거의 패잔병이 되어서 돌아가잖아.”

 선우 말에 민기가 맞장구를 쳤다.

 “준식아, 이 예상가를 정말 맞히기나 하냐?”

 정보지를 넘기던 선우가 앞면서부터 수십 명으로 꽉 채워져 있는 예상가들을 가리켰다.

 “그 놈들 예상 믿으면 10만 원 잃을 거 1천만원 잃어. 다 사기꾼들이야. 자기 돈 베팅하
 
는 거 아니라고 공수표를 막 남발하는 종속들이야. 얼마 전에 장외발매소 앞에서 무슨
 
경마전문지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이름만 애기하면 알수 있는 예상가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어. 주위에는 흔히 보듯이 삼십여 명의 중장년층 경마팬들이 유심히 경청을
 
하기에 나도 혹시나 한 건 귀동냥이냐 해볼까해서 다가갔었지.
 
 5경주 예상을 하기에 마침 내가 공부한 경주라 기회를 잡아 질문을 하나 던졌지. ‘5경
 
주 1400m에 출두하는 치치카카라는 말이 나오는데 어떻습니까? 그런데 뜻밖의 말을 하
 
는 거야. ’알려면 제대로 아시요. 치치카카가 아니고 치치러너입니다‘라고. 참 어이없는
 
거 있지. 말 이름도 제대로 모르더라구. 

 한 성격하는 내가 다시 질문을 했지. ‘두 말 중 국산 마는 어느 말이고 외산마는 어느 말
 
이며 두 말 습성의 차이는 뭡니까?‘ 하니까 예상가 왈 ’책보면 다 나와요. 그것 보면 되
 
지요. 저 바쁘니까 이만‘하고 줄행랑을 치지 않겠어. 명색이 이름난 경마전문지의 예상
 
가가 치치카카와 치치러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이니 그런 사
 
람들을 어떻게 믿고 베팅하겠어.“
 
 “맞아요. 그 예상가들 그럴싸한 말로 유혹하여 뭔가 있는 것처럼 듣다보면 중독돼요.
 
나는 지난 달 음성 듣다가 전화비가 73만 원이나 나왔어요. 맞추는 거야 어쩌다가 한두
 
번이면서 전화요금 많이 나오게 질질 끌어요. 베팅에 죽고 전화비에 죽고 결론은 그렇습
 
니다. 들어봐야 답이 없어요. 어려운 사람들에게 붙어 기생하는 해충들입니다. 자격증이
 
있습니까? 아무것도 없어요. 감언이설 사탕발림에 절대 속지 마세요. 유독 우리나라에
 
만 있는 인간 기본기가 안 된 자들이 수두룩해요. 절대로 듣지마세요.”

 예상가를 비판하는 준식의 말을 언제부터 듣고 있었는지 옆에 있던 남자가 흥분하여 한
 
술 더 떴다.
 
 “그건 약과요. 정문 옆 편의점에 가면 재밌는 일이 벌어져요. 자칭 예상가들이 20명
 
정도 진을 치고 있지요. 한 때는 본장 내에서 예상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마사회가
 
못 하게 하자 본장 근처에 모여 들락거리며 예상하고 있죠. 엊그제 내가 본 모습을 말
 
해 드릴까요. 예시장의 말이 모니터에서 나오는데 예시장 말 전문이라던 예상가가 말 상
 
태는 보지 않고 동료와 편의점 의자에 앉아 신나게 이바구를 즐기더니 잠시 후 밖으로
 
나가더군요. 쫓아가 봤더니 주차장으로 가데요. 그러더니 차안으로 들어가 정보지를 보
 
며 음성녹음을 하더군요. 한마디로 나 원, 참이지요”

 이번에는 민기 곁의 남자가 예상가 비판에 합세했다.

 “서울경주도 제대로 못 맞추면서 부산, 제주경주까지 떠벌이는 예상가들은 십중팔구
 
사기예상이지요. 내가 아는 예상가는 그렇게 떠들어서 한 달에 음성 전화비로 1천만 원
 
넘게 통장으로 들어온데요. 그러니 죽으라고 사기과대 광고해서 자기 음성을 듣게 하는
 
거지요.
 
 그런데 본인은 10원짜리 하나 베팅하지 않아요. 들어오면 좋고 안 들어 온다고 해서 자
 
신은 손해날 게 없다는 거지요. 그래도 일말의 양심 있는 예상가는 서울예상만 해요. 새
 
벽조교도 나와서 보고 그게 답일 건데 어떻게 가보지도 않고 부산, 제주까지 할 수가 있
 
겠어요.

 경마팬들이 조교를 직접 볼 수가 없어 예상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고자 듣게 되
 
면 그럴싸하게 말하니 믿게 되고 그래서 베팅도 세게 하게 되지요.

 예상가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3곳 경주 전부 잘한다고 광고하는 예상가는 그 만큼 신뢰
 
성이 떨어진다고 보면 되요.“

 이번에는 준식 뒷좌석의 사내가 열을 올렸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5-04-11 21:19
회원사진 		이인철 작가님 베팅 14회를 읽다보니 언젠가
롯또복권 대신 맞춴다며 그런 싸이트에
년회비만 날렸던 기억 나네요
세상에는 말쟁이들 밑천안들이고
사기치는 사람이 말쟁이들이지요
마음에 와닫는 글에 쉼하다 갑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5-04-13 17:28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만약 확실히 돈이 된다면 자신만 알고 나누지 않겠지요.
알면서도 유혹 당하는 것이 인간 본성 중 하나겠지요.
늘 변함없는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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