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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4-07 16:24
ㆍIP: 115.xxx.86
베팅 (42회)
 
 “예상가들 보면 10명 중 7명은 거의 비슷해요. 하루 14~15 경주 중 그들이 맞
 
히는 거 해봐야 서너 경주지요. 좀 적중률 높은 예상가는 구멍수가 장난 아니게 많
 
아서 맞혀봐야 환수도 안 돼요. 내가 전문가 입장이라면 하루 세 경주만 추천해서
 
올리겠소. 그런데 이놈들은 돈만 벌려고 하루 전 경주를 다 예상해요. 이게 말이나
 
되는 거요. 전 경주를 다 맞힐 자신이 있다면 자기가 베팅해서 빌딩 사지 뭐 하러 욕
 
먹으면서 예상가를 하냐 말이요. 현장 예상한다는 것들이 지점 스크린을 보면서 말
 
이 좋다니 무겁다니 지랄하고 우리 돈이 지들 돈이라 생각하고 막 갖다 박아라, 힘
 
주라고 염병들하고 말이야.

 지난주 동생이 예상가 음성 듣고 2천만원을 마사회에 보관했다네요. 수백 명 되는
 
예상가들이 한 사람당 두 세 경주 만 추천해도 전경주 다 추천되니까 모르면 모른다
 
하고 아는 경주만 예상하는 게 정상인데 말이요.“

 “맞아.”

 “맞소.”

 “예상가 자격시험을 도입해라.”

 “사기죄로 고소하자”

 그동안 예상가들에게 쌓인 감정이 폭발하듯 사방에서 고성이 오갔다.

 이곳에서는 모르는 사이라도 경마에 관한 이야기라면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한
 
다는 것이다. 특히 마사회나 경마 관계자들을 욕하거나 비방하는 점에서는 아군으로
 
똘똘 뭉친다. 아마도 이건 경마 패배의 스트레이스 해소를 위해 상대방인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일 거라고 선우는 생각했다. 

  마사회는 판만 펼쳐놓고 날름 세금을 떼가고 남은 돈으로 그들끼리 싸우는 것을
 
잊고 마치 마사회와 결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말이다. 

 “삼촌 왔네. 이리 와서 앉아. 오늘 뭐 보는 거 있어.”

 씨름선수같이 생긴 중년여자가 준식에게 말을 걸었다.

 “몇 개 있는데 잘되려나 모르겠어요. 오늘은 일행이 있어 갈게요.”

 주변에서 준식과 여자들의 주고받는 음성에 선우가 무의적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보
 
았다. 이때 준식에게 먼저 말을 건 중년여자와 눈빛이 마주쳤다. 그녀가 빙긋 웃어
 
보이자 선우는 얼른 얼굴을 돌렸다. 여자들은 웃을 때 이쁘다. 그런데 모두 다 그런
 
건 아니다. 그건 젊고 아름다운 여자일 때만 해당되는 것이다.  

 “웬 아줌씨들, 아는 사람이야?”

 “저번에 우연히 같이 자리를 하게 되었는데 내가 중배당 한 구라를 선사한 후로 이
 
렇게 보면 아는 척하네.”

 “선우 형, 준식이 형이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 경주를 맞추었는데 마침
 
저 아주머니들에게 알려준 거야. 소가 뒷걸음 치다 쥐잡은 줄 모르고 말이야.”

 “야, 임마 작게 말해. 쪽 팔리잖아.”

 준식이 부랴부랴 그의 입을 틀어막느라 허둥댔다.

 “저 이모들은 저기가 고정석이고 천하무적이야. 한 사람이 여섯 자리정도는 기본으
 
로 잡아놓지. 보안요원이 뭐라 해도 막무가내여서 저 이모들을 피할 정도지. 하물며
 
주위의 다른 남자들은 얼씬도 안 해. 그리고 저 이모들은 고배당의 귀재야. 500원
 
혹은 강배팅 1천원으로 그물을 치는데 생각보다 잘 적중하더라구. 한번 맞추면 자
 
리가 들썩이고 난리 블르스야.”

 다음 경주가 시작되자 준식이 지금까지 잃은 돈을 만회하려는 듯 승부수를 띄었다.

 “나, 이번경주 4-6 한방으로 복식에 승부 걸 거다. 두 사람 나만 믿고 따라와.”

 마감 10분 전 배당판을 보니 무려 32.8배다.

 “또 준식 형 물귀신 작전으로 나오네. 나는 아니네요.”

 “선우야, 요번에 촉이 왔어. 틀림없다구!”

 “경주 시작할 때 왔다가 끝날 때 사라지는 그 놈의 촉을 어떻게 믿어. 내가 한두 번
 
당해보나. 나는 4-13주력에 4-11방어로 1만원씩 갈 거네요.”

  4-13의 배당은 4.3배이고 4-11은 6.5배다.

 민기에게는 씨알이 먹히지 않자 바로 선우를 꾀기 시작했다.

 “확률과 마음으로는 민기를 따라가고 싶은데 올림픽 해마다 오는 준식의 신 기를
 
한번 믿어 볼거나.”  

 선우가 성화에 못이기는 척 준식에게 돈을 주자 두 사람이 구매하려 발매기로
 
뛰어갔다. 그런데 함께 와야 할 두 사람 중 민기만 돌아왔다. 선우가 묻자 준식은 화
 
장실을 들른다고 하기에 자기 먼저 왔다고 했다.  

 조금 후 준식이 씩씩거리며 나타나서는 주위 사람들을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떠들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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