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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3-08 15:48
ㆍIP: 115.xxx.86
베팅 (36회)
 
 서너 살 많은 준식이 보육원에 먼저 들어와 큰 덩치와 험상궂은 인상으로 터줏대감 자
 
리를 잡은 후에 민기가 왔다. 왜소한 체격에 절뚝거리는 민기를 아이들이 병신이라 놀리
 
는 놈들을 준식이 잡아다 두들겨 패고 그의 방패막이 되어 주었다. 자연적으로 민기는
 
그를 친형처럼 따르며 의지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준식은 그의 수호자이며 보호자였다.
 
그래서 겉은 그래도 마음으로는 여간 곰살맞게 대하는 게 아니었다.
 
 보육원을 도망 나와 웨이터 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민기가 절름발이라 사장이
 
안 쓴다는 것을 준식이 통사정하여 겨우 취직을 시켰다. 그리고 동료들이 민기를 ‘찐다
 
야’ ‘절뚝아’라고 조롱하며 무시할 때는 외모에 비해 싸움을 못하는 준식이 어디서 그런
 
용기와 괴력이 나오는지 맞고 터지면서도 한판 붙곤 하였다. 사실 겁쟁이인 준식이 이
 
싸움에서는 독종으로 변해 상대방을 물고 뜯었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나이트클럽에서
 
민기를 건드리는 놈들는 거의 없었다. 

 “너 여기에 있던지 어디서 바람 쐬고 있다가 내가 연락하면 그때 와.”

 “왜, 형? 어쩌려고요. 그냥 모른 척 하세요. 내가 말 잘해볼게요. 그리고 이제부터 진짜
 
로 준식이 형에게 돈 안 줄게요. 이번 한 번만 넘어가세요. 부탁이에요.”

 애처롭게 사정하는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내가 알아서 할게.”

 선우는 커피숍을 나와 사무실로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갑자기 잠금장치를 누르자 소파에서 신문을 보는 척하던 준식이
 
순간 긴장했다.

 “준식아, 지금 우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아냐. 모르냐? 너 옛날부터 나이트클럽에서
 
술 취한 진상들 비위 맞추고 아부하며 번 돈 다 어떻했냐? 그리고 이 일하면서 저주 섞
 
인 욕을 먹고 심지어 민기는 돈 받아 내려고 병신의 몸으로 방에 드러누우면서 꼬장까지
 
피는데 그런 민기의 돈까지 경마로 모두 날려. 이 새끼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주먹이 준식의 오른쪽 아구통에 꽂혔다. 미처 피할 틈도 없
 
던 준식이 벌렁 뒤로 자빠지면서 탁자로 떨어졌다. 위에 있던 유리가 쨍그랑 칼날 음을
 
내며 깨졌다. 어느새 그의 입안에서 피가 흘러나와  준식의 와이셔츠 옷깃을 적셨다. 쓰
 
러진 그에게 다가간 선우가 멱살을 쥐고 일으킴과 동시에 그의 왼쪽 얼굴로 다시 주먹을
 
날렸다. 이번에는 준식의 코에서 시뻘건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선우의 싸움 실력을 아
 
는 터라 준식은 감히 대들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넌, 민기에게 형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 놈이야.”

 “선우야, 말로 해. 제발 말로 하자고.”

 “시끄러워 새끼야!”

 애원하는 그의 가슴에 선우의 주먹이 수없이 강타했다.

 “선우 형, 준식이 형, 문 열어요. 문 열어주세요!”

 선우의 행동이 걱정되던 민기가 그의 뒤를 쫒아와 사무실 밖에서 엿듣다 준식이 맞는
 
소리를 듣고는 급하게 문을 두들겼다. 아직도 분을 삮이지 못한 선우가 천천히 걸어가
 
문을 열었다. 준식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고 가슴의 통증을 참을 수 없는지 두 손으로
 
매만지고 있었다. 준식의 모습을 본 민기가 부리나케 다가와 그의 어깨를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
 
 “준식이 형, 괜찮아요?”

 “너 같으면 이 꼴이 괜찮겠냐?”

 맞은 것이 억울한지 자신이 한심해서인지 그가 훌쩍거리며 민기에게 괜한 화풀이를 했
 
다.

 “선우 형, 이거는 너무 심했네요. 말로 해도 될 일을...”

 “말로해서 안 되기에 이렇게 한거야. 지금부터 두 사람 내 말 잘 듣고 명심해. 앞으로
 
돈 관리는 민기가 맡아서 해. 민기는 월말마다 지출 내용을 나에게 보고해. 꼭 경마를 한
 
다면 한 달에 두 번으로 10만원 안에서 즐겨. 그러니까 말밥으로 20만 원까지는 눈감아
 
줄게. 더 이상은 절대 안 돼. 만약 이 약속을 어기면 다음에는 준식이 대신 민기가 두배
 
로 혼날거야. 알아들었지?”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준식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떨군 체 말했다.

 “민기야, 미안하다. 이제부터 너 말 들을게. 그리고 선우 말대로 돈은 네가 다 관리하고
 
앞으로 타 쓸게.”

 준식이 손도장을 찍자며 민기의 손가락을 잡아당기는 것으로 이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딱히 오늘 할 일도 없고…. 그래, 가서 바람이나 쐬고 저녁에 애들하고 술이나 한잔 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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