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1-20 17:11

ㆍIP: 115.xxx.86

베팅 (27회)

“석구도 곧 제대할 때가 되었지요?”

“이제 6개월 정도 남았어요.”

“석구가 워낙 효자라 제대하면 부모님 봉양 잘할 거예요. 걱정 마시고 조금만 참으세

요.”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를 여자가 몸이 아파 멀리 배웅을 못 한다며 미안해했

다.

집을 나온 원장이 지갑에서 지폐를 모두 꺼내 다시 문을 살짝 열고 부엌 문지방에 돈을

놓고 나와 문을 조용히 닫았다. 밖은 어느새 어둠이 깔려 있었다. 비탈길을 내려오는 그

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디 가서 이 친구를 찾지.”

역전 지하도에 노숙자들이 여기저기 무리지어 있었다. 그중 한 무리에게로 다가가는 원

장의 손에 장 사장의 사진이 들려 있다.

“혹시 이런 사람 본적 있습니까?”

사진을 내밀자 노숙자들이 고개를 흔들었다. 다시 주위에 있는 노숙자들에게 같은 행동

을 반복하는 원장이다. 성과가 없자 신문을 덮고 자고 있는 노숙자의 얼굴을 한 사람 한

사람 살폈다. 한 노숙자가 잠을 깨웠다며 짜증을 냈다. 사과하며 얼른 자리를 피한 그가

지친 얼굴로 노숙자들 사이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저렇게 되면 어쩌지.”

이때 술에 취해 험상궂게 생긴 노숙자 한 사람이 다가와 원장의 발을 툭툭 쳤다.

“이봐! 저리 비켜. 여기 내 지정석이란 말이야.”

비틀거리며 일어나 축 쳐진 어깨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원장의 뒷모습이 처량했다.

늦가을 찬바람이 흔들리는 나뭇잎에 덩달아 그는 저 멀리 점이 될 때까지 흐느끼고 있

었다.

금문성과 세두가 대화하고 있는 중에 선우가 노크하고 들어와 두 사람에게 앞에 섰다.

금문성이 말문을 열었다.

“보육원 일은 처리했어?”

“저 그게 아직….”

“그러면 뭐 하러 거기 간 거야? 소풍 갔다 온 거야? 선우는 또 그쪽 사정만 듣고 왔을

겁니다.”

우물쭈물하는 그를 보며 세두가 비꼬았다.

“이번 달까지 해결 안 하면 보육원을 경매로 넘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이번 달까지 어떻게 해결한다는 답은 갖고 왔어? 이제 열흘 정도 밖에 안 남았

는데.”

또 세두가 그의 염장을 질렀다.

“일단 말미를 달라고 해서….”

“봐요! 빈손으로 왔잖아요. 제가 처리할까요?”

고개를 숙이고 풀이 죽은 그에 비해 세두는 점점 의기양양해졌다.

“원장에게 경매 보다는 우리에게 넘기는 것이 나을 거라고는 말했겠지?”

“네.”

인상 쓴 금문성이 세두에게 명령했다.

“일단 이 일은 선우에게 맡겼으니 조금만 기다려봐.”

“제가 갔으면 벌써 인주 밥도 식지 않은 계약서를 갖고 왔을 겁니다.”

세두는 투덜거리는 척했다.

홀로 고민하며 술을 마시고 있는 원장의 얼굴로 보름달이 창가를 통해 비추고 있었다.

원장실로 혜원이 들어오다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빠, 웬일로 안 드시던 술을 드세요. 무슨 걱정 있으세요?”

“아니야, 아니야. 혜성이와 애들도 건강하게 잘 크는데 걱정은 무슨. 오늘 밤에 보름달

이 훤하니 죽은 네 엄마가 생각나서.”

“거짓말 마세요. 제가 아빠를 모르겠어요. 얼른 말씀해 보세요.”

내색 않으려 손사래 치던 원장이 말하라며 조르는 그녀에게 마지못해 어렵게 입을 떼었

다.

“아빠 친구인 석구 아버지 알지?”

“그럼요. 장 사장님 말씀 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래. 그 친구가 몇 달 전에 나에게 보증을 부탁했단다. 친한 친구인데다 그동안 장 사

장이 우리 보육원에 적잖이 후원을 한 것은 너도 잘 알거야. 그래서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어. 은행 대출은 이미 한도가 차서 대부업체서 돈을 빌렸지. 그때 내가 보증을 섰단

다. 그런데 그 친구 회사가 부도가 났어. 엊그제 사채업자가 와서 보증인이 나에게 대신

갚으라는 거야. 이달 안에 전부 갚지 않으면 이 집을 경매에 넘기겠다는 거야. 혜원아,

내가 죽일 놈이다.”

“그런 애기를 왜 지금에야 하시는 거예요. 시간도 얼마 없잖아요.”

“내가 너 사정을 뻔히 아는데 말하면 더 걱정만 하지 않겠니. 네 봉급의 절반을 이 보육

원에 보태고 혜성이 뒷바라지도 네가 다 하는데 무슨 돈이 있겠니.”

“보증 선 금액이 얼마인데요?”

“원금은 3억인데 연체이자를 합하면 4억 정도 된다고 하더라.”

“4억 이라고요! 그런데 웬 이자가 그렇게 비싸요?”

“장 사장이 급하여 사채 중에서도 급전이라는 돈을 썼나봐. 그런데 앞으로가 더 문제

야. 급전이라는 것이 몇 달만 지나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나 봐. 대출금이 3억이라

는 것만 알고 서류와 인감을 준 게 내 불찰이지. 누굴 원망하겠니. 다 내 탓이지. 내 탓이

야.”

그가 가슴을 치며 자학을 했다.

“장 사장님께는 연락해 보셨어요?”

“집에도 안 들어가고 가족과도 연락을 끊었나 봐. 들리는 말로는 어디선가 노숙을 한

다는구나. 나 혼자라면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데 너와 혜성이와 이 아이들은 어쩌면 좋단

말이냐.”

4백만 원도 아닌 4억이란 거액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

오르는 곳이 없었다.

“아빠, 우리 이제 어떻하면 좋아요.”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름달도 안타까운 듯 기울고 있었다.

정찬열 2015-01-20 22:13	쇼킹 27회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름달도 안타까운 듯 기울고 있었다. 다음호를 고대합니다. 편안한 한주 되세요 ? 이인철 작가님!

이인철 2015-01-21 16:05	《Re》정찬열 님 , 정 작가님! 부족한 작품에 늘 관심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작가님께서도 편안하고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백낙은 2015-01-22 10:10	이인철 작가님. 제가 수필 소설분과 위원장을 맡았습니다만 아직 소설을 써 보지 못했습니다. 작가님이 꾸준하게 베팅을 써 나가는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저도 한 번 소설에 도전할까 하고 준비 중입니다. 올해는 멋진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시기를 간절히 빌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평안하소서.

이인철 2015-01-25 14:26	《Re》백낙은 님 , 백작가님! 먼저 수필 소설분과 위원장 되심을 축하드립니다. 저는 부족한 필력으로 소설만으도 벅찬데 작가님께서는 시, 수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하심에 존경을 표합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멋진 작품을 기대 하겠습니다. 졸작방에 방문하시고 격려해 주셔서 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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