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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3-03 19:52
ㆍIP: 115.xxx.86
베팅 (35회)

 다른 하나는 사이트를 임대하는 방법인데 한 달에 일정금액을 지급하면 도메인을 사
 
용할수 있어요. 주로 먹튀가 여기서 나오는데 운영자가 자금이 없기 때문이에요. 내가
 
아는 사람도 이걸 운영하다 하루에 7억 맞아 거지되고 사채업자에 쫒겨 도망 다니고
 
있어요. 한번 고객은 사이트를 바꾸지 않는 이상 영원히 그 영업인 소속이기 때문에
 
몇몇 고객만 잡으면 웬만한 봉급쟁이보다 수입이 낫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기를 쓰
 
고 무작위로 스팸을 날리면서 영업을 하는 거지요. 형이 받은 문자도 그 중의 하나일
 
거예요. 그리고 일부분은 순위 조작도 가능하다고 해요. 개경도 비일비재하게 입상 동
 
영상이 바뀐다고 하더라고요. 사이트 운영자로서는 아주 쉬운 작업이죠. 하다못해 컴
 
퓨터 카지노 게임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들이 선전하는 리얼타임 이거 웃기는 짜장 이
 
예요. 결론은 모든 정보를 노출해도 이기기 힘든 게 한국 경마인데 하물며 공부할 자
 
료가 없는 일경, 개경에서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거지요”
 
  “너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네.”

 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준식이 접속했던 사이트로 들어가 보았다. 어떻게 선우의 전
 
화번호를 알았는지 일주일이면 한두 번씩 ‘생생 경마’ ‘블루 경마’ 등의 경마 사이트
 
가 문자로 오곤 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스팸 처리했지만 오늘은 준식의 사건도 있고
 
해서 한번 클릭해 보았다.

  간단한 회원가입을 하고 휴대폰으로 본인인증을 하자 그 사이트가 떴다. 구매표 작
 
성하는 방식과 실시간으로 변하는 배당판과 경주 장면을 중계하는 등 마사회에서 운
 
영하는 방법과 거의 일치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베팅하는 방식이 환급률이 높은 단
 
식, 연식, 복연식은 없고 복식, 쌍식, 삼복승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정과 경륜 경
 
주와 일본 경마까지 하므로 베팅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쉴세 없이 할 수 있었다. 

 “준식아, 일본 경마는 경주 장면을 현장에 연결해 직접 보여 주면서 왜 한국 경마의
 
경주 장면은 만화 영화처럼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해서 보여주지?”

 “현장의 중계를 사설 경마 쪽에다 바로 보낼 수 있는 우려가 있어 그걸 하면 마사회
 
법에 걸린다나. 사이트 자체가 불법인데 그것만 못 하게 한다고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나 마찬가지지.”
 
 그의 물음에 어느 정도 감정을 식힌 준식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그는 이날 준식이
 
인터넷 경마에서 돈을 많이 잃었다는 것과 거기에 민기의 돈도 포함된 것을 알았지만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넘어 갔다.

 한 달여가 지나서 밖에 나갔다 사무실로 들어오던 선우의 귀에 두 사람이 다투는 소
 
리가 들려왔다.
 
  “형, 그렇게 많이 베팅해서 잃으면 어떻해! 왜 만날 약속을 안 지키느냐고! 이제 생
 
활비 잔고도 얼마 없다고. 알기나 해!”
 
 “그래 알았어. 이제부터 조금씩만 할게. 알다시피 어제 마지막 경주에서 적중만 했었
 
어도 반년 치는 복구하는 건데... 너도 봤잖아. 내가 찍은 말이 아슬아슬하게 코차이
 
로 3착하는 거. 생각할수록 아까워 죽겠네.”

 민기의 고성을 건성으로 들으며 준식은 미적중된 경주의 아쉬움에만 빠져있었다. 이
 
때 선우가 문을 밀치며 들어섰다.
 
 “민기, 너 자세히 말해봐? 어제 준식이 얼마 잃었는데? 그리고 지금까지 말밥준 돈
 
도 다 말해. 만약 이실직고 안하면 너도 죽는다.”
 
 선우의 성격을 잘 아는 그가 준식을 바라보며 더듬거렸다.

 “형, 그게 말이야... 그게...”

 민기가 뒤끝 말을 입안에서 돌리며 귀 밑이 붉어졌다.

 “민기, 너 따라 나와.”

 준식을 친형처럼 따르는 민기가 그 앞에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할 것을 선우는 안다.
 
민기를 밖으로 불러내 부근의 커피숍으로 향했다. 

 준식과 함께 나이트클럽 웨이터 생활을 하면서부터 경마를 했었는데 자기는 하루 정
 
해진 소액만 하는데 준식이는 절제 없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웨이터하면서 지금까
 
지 어렵게 번 자기 돈도 준식이 빌려가 경마에 다 쏟아 부었다고 했다. 준식이 돈을
 
달라고 하면 마음 같아서는 안 주고 싶은데 막상 애걸하면 주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알기에 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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